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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강의 및 연구

지켜야 할 세계

by 달그락달그락 2024. 2. 25.

강의 후 학교 선생님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청소년 삶과 지역소멸에 따른 학교 위치에 대한 고민, 마을 살이 하면서 그들이 꿈꾸는 미래를 위해서 만들어진 소모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깊이 대화했다.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민주시민교육이 샛별중학교의 교육목표이자 가치라면서 이를 붙잡고 실현하는 데 집중해 보려는 선생님들을 보게 되었다. 학교 교육과정에 대해 공동체 비전 실현에 대해 고민하는 선생님들 이야기 들으면서 생각이 깊어졌다.

 

많은 분들 만났는데 특히 교사들이 자기 학교의 비전을 명확하게 알면서 그 비전 실현을 위해서 모두가 집중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신선했고 좋았다. 마을과 교육, 청소년활동에 관한 대화가 되니 더 좋았다.

 

 

 

심지어 작년에 개정판 낸 이론서인 <청소년활동론> 책을 구입해서 가져와 사인해 달라고까지 했고, 이 책으로 선생님들과 공부한다고 하셨다. 현장에 활동하는 청소년지도자나 활동가들은 내 책을 사지만 교사들이 이 책으로 공부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강의 내내 교장, 교감, 선생님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면서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는 전체 선생님들의 모습이 좋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법인의 역사와 성격, 이사장님의 교육철학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읽혔다.

 

거창고부터 샛별중학교까지. 나를 초대한 선생님도 이 학교 출신으로 대학 졸업하고 다시 거창으로 돌아와 이 학교에서만 20년 넘는 세월 동안 교직 생활한다시며 자부심도 있었고 뿌듯해하셨다.

 

 

 

 

춘천에서 청소년상담사, 학교 밖 센터 선생님들과 공무원들 만났고, 거창에는 초중등 선생님들 만났다. 거창의 샛별중학교에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인근 선생님들까지 강의장에 오셨다.

 

청소년(학생) 자치, 교육자치와 마을공동체 등 참여와 자치를 키워드로 강의했다. 마치고 교감 선생님, 관계 선생님 몇 분과 식사하면서 깊은 이야기 나누게 된 것.

 

어제 늦은 밤 귀가해서 읽다 만 소설책 폈다.

 

 

 

“‘나도 <스토너>와 같은 소설을 써보고 싶어.’, 그것이 <지켜야 할 세계>의 시작이었다”라고 설명하는 작가.

 

<지켜야 할 세계>는 문경민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이번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번 주 며칠 출장 다니면서 읽었는데 어제 늦은 밤 귀가해서 마지막 부분 읽다가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가슴을 울컥하게 한 내용이었다.

 

작가의 말 읽기 전까지 여성작가인 줄 알았다.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권정생문학상을 받은 유명한 소설가였고 남성 국어 교사로 장애가 있는 아이가 있었다.

 

나에게 이 소설은 가난한 가정에 여성(과 장애인)의 일생, 동일방직에 노조 활동했던 여성 노동자들에게 인분을 뿌린 사건, 초기 전교조의 모습, 작자가 읽고 감명받아 쓰게 된 원소설인 <스토너>의 마지막과 같은 외로운 죽음이 빠르게 진행되는 액션영화와 같은 내용이었다.

 

이전에 공부할 때 잠시 관심 가졌던 프레이리도 나왔다.

 

“프레이리는 포르투갈에 의해 구축된 브라질의 사회체제가 민중을 어떻게 억압했는지 설명했고 굴종을 강요하는 사회체제를 뒤집을 저항이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고 한다... ‘대화’를 핵심으로 하는 교육방식을 통해 민중을 깨울 수 있다고 했다.”

 

공동체의 문제와 관련된 집단 의식화를 의미한 의식화 교육, 이론도 다시 소환됐다. 의식화, 대화 등 이후 내가 관심 두게 된 비형식교육과 맞물려 있는 프레이리다.

 

학교 내에서 학교밖에 교육과 활동, 상담과 복지를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내가 하는 전체 활동 가운데 2, 30%는 그곳에 맞추어져 있는 것 같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내 동료이기도 하고 선후배이기도 한 사람들이다.

 

이분들은 만나는 주제는 청소년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마을과 삶’, ‘지역사회와 이웃’, ‘민주시민과 국가’, ‘세계시민으로까지 확장된 활동과 사업이 많아졌다. 나눌 것도 많고 생각할 지점도 많다. 그 바탕은 책을 쓰고 연구하며 공부한 지식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삶으로 80% 내외를 쏟아붓고 있는 지역사회의 현장 활동에 있다. 가슴 뛰는 현장을 소화하며 설렘이 살아 있을 때 밀알이 만들어진다. 그때 만나는 내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는 밀알이 현장에 바닥에서 생기는 셈이다.

 

토요일이다. 달그락은 여전히 달그락거린다. 어떻게든 움직여 가야 하는 공간이다.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를 넓히고 그들을 통한 지속 가능한 삶이 되도록 안전한 참여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소설에서 장애 학생이 있었던 자기 반을(윤옥은 담임을 하고 싶어 했다) 어떻게든 지키려고 했던 윤옥. 삶에서 자신이 지켜야 할 세계가 반드시 있는 셈이다. 거창에 선생님들이 지키고자 하는 그 비전과 공동체. 강원도에 센터장이시 신부님이 지키고자 하는 현재와 선물이라고 표현되는 청소년의 세계. 내가 <지켜야 할 세계> , 중요한 공간 중 한 곳은 지금 달그락거리는 이 공동체다.

 

반드시 지켜야 할 공간이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