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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강의 및 연구

청소년 현장에서 비전을 품는다는 것

by 달그락달그락 2024. 1. 6.

비전을 품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움직인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가는 활동이다. 삶의 모험을 떠나는 일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희망을 품고 떠나는 여행과도 같다. 지금 힘들어도 비전이 이루어진 후의 모습을 상상하며 현재를 살아낸다. 비전을 품은 삶은 무너지기 쉽지 않다.

 

독립운동 했던 훌륭한 선조들도 그랬을 것이고,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들도 그랬다. 뜻이 이루어진 그 이후를 그리고 상상하면서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현실의 문제를 이겨냈을 것이다. 곧 비전은 방향이고 목적이며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내는 힘이 된다.

 

 

 

1950년대 초 뉴잉글랜드의 동쪽 해변에서 최악의 폭풍을 마주한 곳에 거대한 유조선이 두 쪽으로 갈라진다. 배가 동력이 상실되어 난파 위기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작은 구명보트에 올라탄 4명의 연안 경비대원은 극심한 추위와 험난 파도를 견딘 채 난파된 유조선에 다가간다. 목숨을 건 일이었다. 거의 가라앉기 직전에 30여 명이 넘는 선원을 구조한다. 구명보트에 탈 수 있는 인원을 훨씬 초과하면서 거대한 파도와 폭풍을 넘어 보트 수준에 작은 구명정은 항구에 도착한다. ‘파이니스트 아워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아무리 큰 배라도 동력이 상실되면 침몰한다. 거대한 배가 동력을 상실하는 순간 갈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바다에 몸을 맡겨야 한다. 작은 너울에도 침몰하고 만다. 작은 구명정이라도 동력이 살아 있으면 폭풍우의 파도를 넘을 수 있다. ‘파이니스트 아워에 두 배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보트 수준에 작디작은 배는 엔진이 살아 돌아 죽음과도 같은 파도를 넘는다. 이들이 가고자 하는 길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바닷길을 찾기 힘들고 폭풍우에 목숨까지 잃을 수 있지만 이들이 가진 비전은 명확하다. 사람들을 살리는 일이다.

 

비전은 이런 것이다. 내 삶에 비전, 내가 일하는 회사에 비전, 그 비전이 내 삶과 연동되어 움직일 때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단순히 누군가 만든 줄도 모르는 구호가 아니다. 내가 참여해야 하고 그 안에 의미와 기치를 현장의 삶에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새벽 5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섰다. 서울에 왔다. 모 청소년기관에 센터장님과 선생님들을 하루 종일 만났다. 강의했고 토론했고 발표했다. 새로운 중장기 계획 설정하면서 비전을 찾기 위해서다. 현장 가치에 대한 부분과 주도적인 활동, 청소년판이라고 일컫는 이 영역의 급격한 변화에서 생존하며 이겨낼 수 있는 역량 등 다양한 가치에 대해서 강의하며 워크숍 진행했다.

 

핵심 키워드가 나왔다. 26명 내외 되는 기관 선생님들에게서 자기주도성(참여), 협력(협업, 연대), 행복 등의 공통된 최상위 가치가 정리됐다. 수 없이 들었던 이야기이며 내용이지만 그 안에 자기 삶이 어떻게 투영되고 내재화되며 현장 활동을 해석하는지에 따라서 살아 움직이는 비전이 설정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고 박제화된 문서로 남을 때 생각 없이 사업 쳐내는 인생이 되기도 한다.

 

오늘 참여한 센터는 오랜 시간 최우수기관으로 평가받는 곳으로 장기 근속자가 많은 좋은 기관이었다. 급격한 변화 가운데 가슴 설레는 또 다른 비전을 위해서 내적 고민과 실제적인 현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성찰하며 또 다른 꿈은 꾸는 선생님들 눈에서 희망을 본다. 원래도 현장 활동 잘하는 분들이었는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기관이다. 잘 헤쳐 나갈 듯.

 

귀가 하며 늦은 시간 노트북 열었다. 터미널에서 차 기다리다 잠깐 졸았다고 여겼는데 그 짧은 순간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버스 시간 다 되어서 놀랐다. 좋은 사람들과 또 하루를 살았다. 이들의 가슴 떨리는 현장에 대한 그 설렘이 느껴져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