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서울 모임(?) 마치고 나오면서 지인이 지나가는 길이라며 강남 고터까지 태워 주시면서 갑자기 돈을 내민다. 밥값이라도 하라면서 10만 원을 용돈 주시듯 주는데 한사코 괜찮다고 그러지 마라고 했다. 강제로 떠민다. 받자니 그렇고 안 받자니 주는 분 난감하게 하는 것 같은 짧은 갈등의 시간을 보내고 결국 억지로 받았다. 이전에 지역에서 회의할 때도 그러셨는데 주시면서 너무 좋아하신다. 오래 전 내 청년의 때에 모습에서 멈추어 계셔서인지? 이거 참... ㅠㅜ
이분은 꽤 긴 시간 알고 있는 누님 같은 분이다. 이번에 할머니 되셨다고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달그락에 청소년활동, 길위의청년학교에도 때마다 꽤 큰 돈을 기부해 주셨다.
오늘 오후에 사무실로 두꺼운 책이 배달되었다. 최근에 새벽글모임 하다가 알게 된 분이 내가 읽었으면 좋겠다면서 보내 주신 책이다. 최근 몇 년간 읽었던 책 중에 가장 두껍다.
어머니는 내가 이사 간다는 소식 듣고 알바 한 돈을 모아서 몽땅 보내셨다. 이전에 한집에서 모시고 살았는데 갑자기 교회 옆에서 살고 싶다시면서 집 얻어 달라고 해서 은행 대출받아서 드렸다. 그때 돈을 조금이라고 갚고 싶었던 모양인지, 아니면 내 사는 작은 집 꼬라지(?)가 하도 어이없어서 보내 주신 것인지는 모르겠다 만 통장에 찍힌 돈을 보고 생각이 너무 많았다.
최근 만든 네트워크가 몇 개 있다. 모두가 전화 몇 통화로 참여한 분들 덕에 이루어진 공동체들이다. 선물 같은 사람들이 모였고 선물 같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달그락의 활동 돌아보아도 모두가 선물 같은 청소년과 청년, 선하고도 선한 우리 이웃들의 시민성이 만들어 낸 공동체다. 지금도 계속 연결되고 커지고 있다.
어머니 배에서 나온 이후 내 모든 삶은 자연과 어떤 존재와 직간접적인 사람들에게 삶의 모든 것을 받으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먹을 것, 입을 것, 그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닌 누군가를 통해 나에게 오고 있다.
오늘 내가 먹은 것, 운동할 수 있었던 공간, 저녁에 달그락 마을방송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나눈 정, 내일 탄자니아 청소년들 만나는 준비 과정에서 만나는 이들, 내 사랑하는 이웃과 청소년, 몸의 생명을 이어주는 이 공기와 전쟁 없는 나라의 평화 등 그 모든 게 나의 힘이 아닌 이미 무조건적인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었다.
앞으로 몇 년을 더 살지 모르지만 내 가진 모든 게 선물임을 알게 됐다. 태어난 이후 내 것이 하나도 없음도, 이 땅 떠나면서 모든 것을 그 자리에 놓고 갈 것을 알게 된다. 삶에서 내가 얻은 것이 노력의 대가라고 여겼지만 생각해 보니 작은 부분이었다. 가족과 이웃, 달그락의 마을 공동체, 전국에서 만나는 내 선한 선후배 동지들까지, 모든 게 조건 없이 부여된 선물임을.
어젯밤의 회의에서 만난 분도, 내 어머니도, 책을 보내 주는 분도, 지금도 내 옆에서 무슨 작업 한다면서 키보드 두드리는 막내도,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콩닥거리면서 함께 지지고 볶고 활동한 후배들도, 지역에서 만나는 이웃과 벗들, 청소년, 청년들 그 모든 분이 무조건적인 선물이었다.
선물은 감사를 표해야 한다. 그 표현은 결국 내가 만난 현장에서 더 치열하고 깊이 있는 활동을 해내는 일이다. 일정표 보니 11월도 거의 찼다. 준비해야 할 일, 작업해야 할 일 때문에 생각이 많았지만, 갑자기 그 안에서 감사함도 비례해서 커지고 있다. 삶은 거저 얻은 선물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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