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몇 통의 전화 중 하나. 지난해 모 지역에 진로콘서트 강연했었던 기관에 담당 팀장님이 연락했다. 지난해 강연 후 내년도에도 함께 하자면서 제안 주셨다. 내가 쓴 진로 책 나왔으니 그 책으로 청소년, 학부모 함께 읽고 나누면 더 좋겠다고 제안도 드렸다.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잘 만들어 가보자셨다.
시간이 꽤 지난 일이어서 잊고 있었는데 오늘 전화 주셨다. 대뜸 ‘미안하다’신다. 행사 계획하려고 했는데 내부 기관 전체 사업들이 변동이 있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내가 몸 둘 바를 몰랐다. 지난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진행하려고 하다가 잘 안되니 전화까지 주는 분. 전화 받고 고마웠다.
방금 “청소년활동 글쓰기 네트워크(청글넷)” 운영진 모임 마쳤다. 모두가 자비량으로 자신의 시간과 역량을 자원해서 함께 하는 이들이다. 이번 해 활동이 많았다. 공저 출판과 출판기념회를 비롯한, 334새벽글모임, 50일 무조건 하루 글쓰기(오글), 릴레이글마라톤, 월간백일장, 책 모임과 월간 세미나까지 꾸준히 진행되었다.
지금도 월간백일장과 오글2기, 책 모임 등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이 중심에 운영진으로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 오랜만에 얼굴 보며 회의했다. 담당 간사님은 예결산 발표했는데 전체 예산 중 어떻게 하다가 자신 카드로 쓰고서는 결산에 넣지도 않고 자기 돈으로 메꾼 모양이다. 이제야 알게 된 나도 좀 한심하다. 예산도 있는데.. 미안했다.
책 모임 진행하는 한 분은 현장에 맡은 업무가 너무 많아서 바쁜 가운데에서 열심히 하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오히려 자신은 깊이 참여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했다. 오히려 서로가 더 미안해했다. 이 일을 어찌 할꼬나.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은 만큼만 하라고 매번 반복하는 이야기를 또 했다. 네트워크 함께 하면서 나 또한 미안함이 앞선다. 윤 관장님이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이번 해 쫑파티를 하자셨다. 추진위원장 맡아 주셨다. 즐거운 일이 있을 거다.
사람들이 하는 일의 근원을 생각해 보면 상당수가 돈이나 권력, 명예로 연결되어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자본주의 현실이다. 오랜 시간 비영리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나도 한편에 권력관계에 헤게모니는 잡고 싶었던 때가 있다. 마흔이 되면서 이런 이해관계에 따른 관계는 모두 내려놓게 되었다.
직장을 그만두고서 프리랜서 형태로 몇 년을 혼자서 먹고사는 일을 했고, 연대활동을 주도했고, 연구하면서 책 쓰며 깨달은 것 중 한 부분이 일을 하게 하는 ‘바탕’이었다. 돈이나 어쭙잖은 권력(위)을 내려놓고 나면 얼마나 홀가분해지는지 모른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그 이후에 더 크게 보이는 것은 이해관계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청소년 현장에 동료나 선후배, 후원자, 목적을 가지고 연대하는 사람들, 지역에서 이웃과 함께 속 이야기까지 하게 되는 ‘벗’이 계속해서 많아졌다. 그들과 함께 어떤 이해관계 없이 사람으로 만나려고 하다 보니 사람만 더 커 보이기 시작했다. 행하는 활동 또한 모두가 사람이 우선이다. 청소년, 청년, 그들과 함께하는 모든 이들.
가을이 깊다. 현장에 이번 해처럼 복잡할 때도 드물다. 그럼에도 모든 이들이 지금, 이 순간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이 결국 사람들이 잘살아 보겠다고 하는 일 아닌가. 그 활동 가운데 우리 모두가 조금은 더 행복했으면.
아.. 가을인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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