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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개저씨 일반화의 오류에 실업급여로 갈라치기까지?

by 달그락달그락 2023. 7. 18.

헬스장 나와서 샤워장 내려갔는데 아저씨 한 명이 샤워를 마쳤는지 드라이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남자 샤워실에 하나밖에 없는 공용 드라이다. 옷 갈아입다 말고 못 볼 걸 보고 말았다. 아저씨가 옷을 홀랑 벗고 사타구니에 가져다 대더니 심지어 엉덩이 한 쪽을 손으로 벌려서 드라이기를 중앙에 들이밀면서 말리고 있었다. 이게 뭔가 싶었다. 갑자기 민망한 꼴을 강제로 보면서 불쾌감이 가슴 한쪽에서 계속 올라와.

 

96년도에 처음 해외에 나갔다. 일본에 갔었는데 관광지마다 한글로 들어가지 마세요”, “술 마시지 마세요”, “담배 피우지 마세요”, “소란 피우지 마세요등이 또박또박 적혀 있었던 팻말과 안내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오직 한국말로만 그렇게 써서 대강 붙여 놓은 안내문을 보면서 왜 그리 창피했는지 모른다. 당시에 우리나라는 담배를 식당에서도 피웠고, 심지어 시외버스 안에도 재떨이가 있어서 담배를 피웠던 때, 놀러 간다고 관광버스 빌리면 주행 중에도 술 마시고 차 안에서 춤추며 소리칠 때였다. 이런 모습 보았던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을 모두 이런 식의 예의 없는 사람으로 볼 수도 있겠다. 지금 이런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일반화의 오류라는 게 있다. 많이도 알려진 이 용어. 몇 개의 사례나 경험으로 전체 또는 전체의 속성을 단정 짓고 판단하는 데서 나온다. 아저씨는 개저씨다. 오늘 사례 보면 완전히 맞다. 하지만 원빈도 있고 이선균도 있다. 원빈이 주인공인 아저씨라는 영화에, 5년 전 방송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면서 울고 웃다가 이선균 같은 아저씨 멋지다 싶었다.

 

당시 나와 비슷한 연배인 것 같았고 당시 마음이 바닥이어서인지 이선균의 연기에 공감이 컸다. 멋진 아저씨들 넘친다. 헬스장 샤워실에서 개저씨 보면서 아저씨를, 90년대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광 문화를 퉁(?)쳐서 한국 사람, 오늘 아저씨는 모두 저럴 것이라고 단정하면 큰 문제 생긴다.

 

노동자들이 지금 국제적으로 여행을 간다? .. 노동자는 그렇게 안 되는 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실업급여 주면 일 안 해. 그걸 없애줘야 뒤가 없으니까. 아예 낭떠러지가 되니까. 노동자가 죽도록 일만하고 더 고분고분해질 거야. 그럼 나라가 팽팽 돌아가요.” 천공님 말씀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실업급여를 시럽(syrup)급여라고 조롱한다. “여자분들, 계약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은 쉬겠다고 웃으면서 온다실업급여 받는 중에 해외여행 가고, 샤넬 선글라스나 옷을 산다면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담당자가 거들었다.

 

실업급여가 공짜로 받는 돈으로 거지들 주는 동냥쯤으로 여기는 것 같은 이들이 많다. 실업급여는 일할 때 개인과 기업이 나누어 내는 돈이다. 20, 30대 여성이 실업급여 받아서 샤넬 물건 사고 해외여행 간다고 단정하니 부정 수급 대부분은 20대 여성인 줄 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발행한 부정 수급 사례 관련 보고서에서 부정수급자 32천여 명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전체 부정 수급에서 5033%, 6023%, 206.5%, 남성은 66%, 여성은 33%로 발표된다.

 

부정수급자 핵심은 50대 남자라는 것이다. 부정 수급률이 가장 적은 대상이 20대 그것도 여성이다. 실업급여 받아서 영화를 보든지 소고기를 사 먹든지 왜 상관하려는지 모르겠지만 그 근본 취지와 함께 가장 기본적인 통계라도 정확하게 이야기하면서 정책을 추진하든지 말든지 해야 한다.

 

오늘 본 그 개저씨 때문에 아저씨를 모두 비난할 수 없다. 오직 한 명 보고 우웩(?)했을 뿐. 원빈도 있고, 현빈도 있고, 이선균도 있으니.

 

실업급여는 직장을 잃게 된 경우 피보험자의 구직활동 및 재교육을 지원하는 사회 보험이다. 샤넬 물품 사는 그 누군가 때문에 이를 없애 버리면 어떡하나? 샤넬이나 명품은 강제 퇴직당한 20대 여성들이 아닌 어떤 분이 많이도 좋아하는 것으로 아는데.

 

제발 헛다리 잡지 말고 생각 좀 하면서 정책 만들면 좋겠다. 아직 한 번도 못 받아 본 실업급여를 없애려고 하다니. 이런.. 갑자기 그 개저씨 생각남.. 우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