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활동/길위의청년학교

퇴사와 이직을 결정하는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23. 5. 1.

취업하니 내 이야기를 깊이 경청해 주고, 나의 주장과 의견을 계속해서 반영해 주면서, 인간관계 또한 배려가 커서 너무나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조직 생활하는 사람들 입에서 이런 고백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입사한 곳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만 넘친다. 자신과 맞지 않고 인간관계 때문에 지치지만 견딘다는 일이 태반이다.

 

자신과 맞지 않고 개인의 주장이 옳다고 믿으면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전제가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바꿀 만한 회사라면 말이다. 만약 비전도 없고 자신이 꿈꾸는 조직으로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퇴사하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면 그만이다.

 

너무 쉽다고? 쉽다. 하지만 정말 쉬울까? 우리는 모두 안다. 퇴사를 선택하기까지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고민을 하면서 결정하는지 말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사직하고 나간 이후 취업을 못 하면 어쩌지? 나의 평판은 어떻게 될까? 이직하는 곳이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일까? 끊임없이 고민이 밀려오기 마련이다.

 

 

그래서인가. 어떤 이는 자신의 회사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뭉개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가능해진다. 일이 흥미도 없을 것이고, 역량이 강화되거나 성장하기는 이미 글렀다. 상관 눈치 보다가 적당히 치고 빠지면서 시간 되면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에 취하여 귀가해서 맥주 한 두 병에 넷플릭스가 낙이 된다.

 

또 한 부류는 가감 없이 사직서를 쓰면서 계속해서 이동하는 이들도 있다. 회사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맞지 않고 문제가 있다고 여길 때 바로 사표 쓰고 나온다. 자신감이 넘치지만, 이후 자신이 중간관리자 이상이 되면서 이 사람 또한 이전에 자신과 같은 사람을 대하는 모습은 전혀 다르게 돌변하는 예도 있다. 사람은 자기 위치에서 세상을 볼 뿐이다.

 

여기에서 유념해야 할 게 있다. 조직 생활하면서 자신이 주장이 모두 맞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는데 착각이다. 옳을 때도 있지만 자신이 문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돌아보니 나도 그랬다. 옳은 것도 있었고 나름 헌신했지만 내가 가진 문제도 있었다. 서툰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크게 받기고 했고 상처를 주기도 했을 것이다. 어디에서나 그렇다. 모든 게 꼬여 있는 게 조직의 생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나? 앞에서 이미 밝혔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면 조직의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만큼의 애정이 있는 조직이라는 전제가 있을 때 이야기다. 그렇지 않다면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면 된다. 문제는 그 이직한 회사가 이전에 회사보다 좋다는 확신은 알 수 없다. 다시 이전에 회사나 법인으로 돌아오는 이들까지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이유가 여럿이다. 무능한데 이전에 문제 있는 회사가 받아 주거나, 나가 보니 이전에 회사가 훨씬 좋았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오는 경우 등 이유는 다양해 보인다.

 

그렇다면 완전한 대안이 있냐고? 있다. 당신이 원하는 회사를 창업하시라. 쉽다.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미션과 비전을 설정하고 당신이 원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운영하면 된다. 그런데 정말 쉬울까?

 

미션과 비전에 집중하면서 끊임없이 내부 구성원과 대화하고 조율하면서도, 추진해야 할 때는 가감 없이 뚫고 나가는 이가 있다. 가능한 직무에 있는 일에 대해서 권한도 부여하고 상대를 믿고 위임하면서도 어려운 일은 대신 뚫어주고 할 수 있도록 돕고 안내하는 선배(리더)가 있으면 정말 좋은 조직이다. 이런 사람 만나기 쉬울까? 선택하시라. 내가 이런 사람 되어 보는 것도 권면한다.

 

나는 비영리/비정부 기관을 운영한다. 짧지만 오래전 기업에서의 경험도 있고, 전통 있다는 오래된 단체에서 활동했었다. 관련해서 공공 청소년기관도 운영했었다. 이후 프리랜서로 몇 년을 활동하면서 네트워크 중심으로 청소년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과정에 먹고사는 문제로 여러 기관단체와 대학과 대학원 등에서 강의하고 글 쓰고 연구용역도 닥치는 대로 했었다. 과정에서 삶의 결단이라면 결단인데 또 다른 꿈을 꾸고 새로운 청소년 공간을 만들어 보겠다고 설계한 곳이 달그락달그락이다. 판을 만들어 함께 하는 이들과 꿈을 꾸고 그 꿈을 실천하는 안전한 관계의 공간이 비전이었다.

 

길위의청년학교 이틀간의 세미나를 마쳤다. 네 명 청년들의 삶과 그들 활동의 이유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 가지 키워드가 보인다. “본질, 관계, 용기, 지혜, 후회 없는 선택, 내가 하고 싶은 일, 경험, 성찰, 나를 통해 타자를 돌아보는 활동등이다.

 

“1%가 발효되면 좋은 음식이 되지만 1%가 부패하면 그 음식은 섞어 먹지 못한다라고 했다. 어떤 이는 조직에서 바닷물의 짠맛을 예로 들면서 3%를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나 또한 우리 사회에 3%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고 주장하고 다녔다. 그런데 발효음식의 공식은 딱 1%였다. 1%도 엄청난 숫자였다. 성경에 예수님은 1%는커녕 배움도 없는 어부 등 딱 12명 모아서 제자로 내리고 떠나셨다. 그나마도 한 명은 자퇴다. 세상은 그렇게 바뀌어 간다.

 

항상 을 고민하게 됐다. 그림 그린다는 표현도 자주 했다. ‘을 그리면서 관계의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복잡하다고? 그렇지 않다. 활동은 단순해진다. 내가 꿈꾸는 미션과 비전을 나누고 함께 하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관계가 우선이다. 딱 한 사람을 깊이 있게 만나다. 청소년도 그렇고 청년도 그렇다. 그리고 이들의 삶을 응원하는 분들 또한 그렇게 한 명씩 깊은 관계를 이루려고 노력한다.

 

그 한 사람과 비전을 나누고 함께 꿈꾸고 실현하면서 삶을 살아 내면 된다. 판은 어떤 넓은 바닥이 아니다. 사람들의 공동체이고 주체로서 함께 하는 소중한 이고 이웃이며 동지이고 시민들이다. 내 앞에 있는 그 사람이 가장 소중한 목적이라면 목적이다. 서로 행복했으면 좋겠고, 사랑했으면 좋겠고 내가 사랑하고 행복한 만큼 가능하면 내 주변에 사람들과 그렇게 행복하게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사회가 진보하며 정치, 사회, 경제 등이 성장하기 위해서 여러 영역이 필요하지만 그 중 NGO/ NPO가 더 많아지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삶을 살아 내며 대안을 만들어 가고 꿈을 꾸는 이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꿈꾸는 이상을 구체화해서 만들어진 조직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꿈을 꾸고 함께 하는 이들, 그런 분들이 계속해서 연결되고 나누고 함께 달그락거리면서 가는 삶도 멋진 삶이라는 것. 그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다시 돌아가 보자. 비영리/비정부 기관에서의 퇴사와 이직의 이유? 새로운 조직에 판을 깔지 못하는 이유?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를 댄다면 삶을 걸만한 비전없음이다. 조직은 꿈과 비전이 이유고 이를 이루겠다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동체다. 그런 공동체를 우리 청년들이 계속해서 꿈꿔 보고 살아 냈으면 좋겠다. 길위의청년학교의 이유이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