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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사이드 브레이크 같은 사람?

by 달그락달그락 2023. 4. 5.

달그락에 친구들 라면 끓여 먹나요?”라는 톡이 왔다. 바로 이라고 답해 드렸다. 이 답 한마디에 라면을 바리바리 사 오신 서울 도봉상담복지센터의 김 센터장님과 선생님들. 도봉 사회복지협회의 담당 선생님과 함께 달그락에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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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센터장님은 달그락에도 나에게도 오랜 후원자다. 많은 이야기 나누었다. 두 시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시간이 너무 빨랐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서로 경청하고 배우려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더 그렇다.

 

오래전이다. 내 첫 차가 상태가 오락가락할 때다. 주인 닮아 피곤하면 그냥 어디에서 뻗는 차. 아파트를 벗어나는데 차가 끙끙댔다. 얘가 왜 이러나 싶었고 액셀을 더 밟았다. 그리고 사이드브레이크를 보았는데 올려져 있었다. 사이드 올리고 달린 거다. 차가 이상한 게 아니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고 많이 좋아한다. 좋다는데 뭔 이유가 있을까? 특히 청소년, 청년들 만나면 더 좋다. 역설적으로 상처 받으면 타격이 크다. 모두 좋은 게 아니다. 사람은 가려서 만난다. 극소수의 사이드브레이크 같은 막무가내 이기적 사람은 싫다.

 

페북에서도 소수지만 완전히 차단한 사람들이 몇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몹시 나쁘고 흉악한 사람은 아니라고 여긴다. 나에게 맞지 않는 사이드라는 거다. 다른 누구에게는 액셀일 수도 있다.

 

사이드 올리고 달리다가 문득 깨달은 게 있다. 내가 살아 봐야 앞으로 얼마나 산다고 사이드브레이크 같은 한 두 사람 때문에 그렇게 아웅다웅 힘들게 살아야 할까? 좋은 사람들 평생 만나도 모두 못 만나고 죽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고 시간은 짧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 훌륭한 사람이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그런 사람 중 살짝 부족한 시민 중의 한 명일 거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나는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고,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 깊게 관계하고 활동하려고 한다. 내 주변에 그런 사람 못 봤지만, 뒷담화 건 앞 담화 건 있다고 해도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시간이 아까워서다.

 

삶은 어차피 간다. 그 짧고 소중한 시간 동안에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고 누리고 함께 해야 할 그 수 많은 과정에서 이런 쓸데없는 것으로 시간 낭비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이렇게 살다 보니 언제인가부터 내 주변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넘친다. 오늘도 우리 김 센터장님과 센터의 선생님들을 만났다. 좋았다. 오전에는 우리 선생님들과 회의했다. 서로가 살짝 욱할 때 있었지만 너무 좋았다. 후배들 보면 좋다가 욱하다가 애틋한 그 무엇이 있어서 좋다. 길청 이사님들, 달그락에 위원님, 후원자와 우리 이웃들을 그렇게 전화로 톡으로 만났다. 만나면 반갑고 무언가 나누고 싶은 사람들과 매일 사는 삶이다.

 

 

일이 많아서 눈 뜨는 순간 피곤하고 힘들어 지칠 때도 있지만 일터의 공동체에서 만나는 선후배들과 이웃들을 보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어떤 애틋함이 넘친다. 서로 비빌언덕 만들어 함께 하는 이들이다. 오늘도 쌓여 있는 라면과 이성당 빵 봉투를 보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