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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삶은 운일까? 아니면...

by 달그락달그락 2023. 4. 8.

새벽 글모임 35일째, 처음으로 일어나지 못한 날이다. 피곤해도 어떻게든 얼굴은 비추고 졸든지 했었는데, 오늘은 아예 알람을 꺼 버렸다.

 

어제 11시 넘어 퇴근했다. 후배들 몇은 그때까지도 퇴근 안 가고 할 일 있다면서 사무실에서 버텼다. 가라고 했는데도 결국 그 시간에 피자 시켜 함께 먹고 나만 나왔다. 이 친구들도 매우 피곤할 터인데.

 

일주일 내내 피곤함에 절어 있었다. 병원도 다녀왔다. 잠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 들어 더 절실히 알게 됐다. 334 새별 글 모임 30일째 넘어서면서 12시 내외에는 침대에 들어가고 있다. 잠드는 시간을 3시간이나 당겼으니 성공했다. 월요일부터는 더 열심히 루틴을 만들어야겠다.

 

7시 조금 넘어 눈을 떴고 문 앞에 놓인 신문을 펼쳤다. 신문 앞장에 사형수로 30, 그가 보낸 편지라는 제목이 눈을 붙들었다.

 

30대에 아내가 여호와의 증인 왕국이라는 종교에 빠져 화가 난 원 씨는 그곳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하고 25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사형을 확정판결 받았다. 이후 295개월째 복역 중이다. 교도소에서 간암 말기 판정받고 수술했다. 개신교를 가진 후 매일 회개하면서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었다. 속죄가 가능할까?

 

응보주의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정의라는 사회적 통념은 굳건하나, 사형제도가 범죄 억지력을 발휘하는지는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가에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이러한 정책이나 법안도 너무 미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형수인 원 씨는 우리가 영화에서 보던 조폭이나 악질적인 살인마가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열심히 직장 다니면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한순간 분노가 일어 불을 질러 이러한 인생이 되고 만 것이다.

 

내 삶도 특별해서 이렇게 자유롭게 햇빛을 보고 새벽에 좋은 분들과 만나고 사무실에서 열심을 내는 후배들 그리고 지역에 좋은 이웃들과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할 때도 있고, 기분이 안 좋으면 참고 참았다가 분노가 터질 때도 있었다.

 

나이 먹으면서 조금씩 알게 된 것은 그런 분노나 화가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최대한 자제할 뿐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이 수준(?)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거다. 돌아보니 이 정도의 삶 또한 8할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사람이 겸손해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난 주 비온 후 선생님들과 월명산에서 촬영한 사진, 좋았다.

 

인간이 어떤 이유로 망가지고, 어떤 이유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지 계속해서 눈으로 몸으로 확인하면서 알게 된다. 대부분이 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교할 것 없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 나눌 수 있는 것,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복된 삶인지 모른다. 우리의 공동체가 가진 그 가치와 철학을 집중하면서 한 계단씩 힘을 내어 오를 뿐이다.

 

토요일이고 하늘은 너무나 맑다. 오전 내내 써야 할 게 있어서 읽고 끄적이고 있었다. 사무실 가야겠다. 어제 본 샘들도 또 봐야 하니 좋다. 청소년들 활동도 살피고... 달그락의 활동과 사람의 연결됨을 느끼는 또 다른 멋진 하루가 되어 간다.

 

그리고.. 그리고 그 누군가를 위해서 엄청난 고난을 받은 어떤 분이 계셨다. (?), 운명(?) 모르겠다. 그 모든 고통을 하늘의 뜻으로 안았다.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