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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조직에서 나의 비전을 이루는 방법

by 달그락달그락 2023. 2. 6.

선생님들에게 이번 해 꼭 이루고 싶은 일 10가지를 써 보라고 했다. 그중 중요하지 않은 내용 5개를 지우라고 했고, 남은 다섯 개 중 우선순위를 적어 보라고 하고 나서 서로 이야기 나누었다. 상위 다섯 개 이루고 싶은 일 중 연구소와 달그락에 대한 활동이 많았고 건강, 음주, 저축, 인간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서로 대화 나누면서 지지하고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오전에 끄적였던 비영리 조직 운영에 대한 몇 가지 질문도 안내했다. 나중에 시간 있을 때 집에서 한번 써 보라고 권면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우리)가 궁극적으로 연구소와 달그락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비전)은 무엇인가?

2. (우리)가 꿈꾸는 비전을 함께 나누며 이루어 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3. (우리)가 꿈꾸는 비전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실행계획은 있는가?

4. (우리)가 꿈꾸는 비전을 방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능성(강점)에 초점을 맞추어 해결해 가고 있는가?

5. 나는 조직에서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책임을 지는가?

6. 나는 회의와 모임에서 보다는 우리를 생각하고 말하는가?

7. 나는 우리의 회의와 모임이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생산적으로 작동한다고 여기는가?

 

월에 한 번 하는 전 직원 회의했다. 한 달여 있을 활동 나누면서 하고 싶은 말 하는 자리다. 여러 이야기 쏟아 낸다. 선생님들도 가능한 한 할 말은 하려고 하지만, 일단 내가 말이 많다. 한 달에 한 번 있다는 것 때문인지 고민되는 지점이 많아서다.

 

활동 과정과 안건 논의하다가 조직 운영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가 뒷담화, 앞담화 뭐 그런 이야기 하다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좋은 이야기 싫은 이야기 모두 앞에서 더 많이 하자고 했다.

 

그러자 선생님 한 분이 소장님께도 전체 회의에서 바꾸어야 할 거나 할 말을 이런 자리에서도 하면 되겠네요. 물론이죠. 라고 화답. 그런데 이 말 듣고 조금 고민했다. 이미 회의 때나 밥 먹고 술 마실 때 너무 많은 이야기를 쏟아 내는 선생님들이었다. 당연히 그동안도 모든 이야기 한 줄 알았는데도 아직 할 이야기를 못 한 게 있는 모양이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뭐든 하라고 했다. 그게 맞다.

 

어제 오전에 월간 회의 준비하면서 선생님들에게 4쪽이 넘는 글을 써서 보냈다. 대부분 3번과 5, 6, 7번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 수준이었던 것 같다. 이번 중요한 활동이 많고 새롭게 연계되는 지역 사업 등 편성되는 일들이 많아진다. 이전과 다른 양태의 지역 활동이 이루어질 것 같아서 몇 가지 안내는 해야겠기에 오늘 전체 회의 전 공지 수준에서라도 알리고자 적어 보았다.

 

회사나 기관, 단체 그 어느 곳에서든 일을 한다는 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 이유를 집중하다 보면 내 삶의 상당 부분이 보인다. 졸업 후 어떤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그 기관에서 내 삶을 살아 보겠다는 것과 진배없다. 그렇게 소중한 일터가 단순히 월급 받는 곳이 될 때 고통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삶의 가장 긴 시간, 소중한 시간을 쓰는 일터에 있는 존재의 이유를 끊임없이 대뇌이면서 살아 내야 한다. 첫 번째 질문은 이런 비영리, 비정부기관뿐만 아니라 그 어디에나 통용되는 이야기다.

 

또 한 가지는 자기 역량이다. 끊임없이 공부하며 자신의 전문성과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상대에게 전화도 잘하고 술자리도 자주 하면 인간관계가 잘 된다고 착각한다. 그렇지 않다. 그 술자리에 필요한 사람일 뿐이지 실제적인 인간관계는 다른 차원이다.

 

자신이 가진 역량이나 전문성 그 어떤 가치들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인간관계가 긍정적으로 맺어지기 쉽지 않다. 그저 자기 수준에서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전문성 등 역량이 있을 때 타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관계가 지속되는 끈이 만들어진다. 관계의 태도나 술자리 등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기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결국 사람이다. “누구와 함께 비전을 이루어 가는가?” 이 질문.

 

우리 선생님들과 청소년, 청년, 위원회, 이사회와 후원자, 이웃분들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청소년이 참여하고 자치하는 긍정적인 지역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일은 청소년, 청년이라는 사람 때문에 그들을 위해서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 사람들과 함께하는 관계의 끈을 묶어 가는 일이다.

 

사람을 위해서, 사람에 의해서 하는 일인데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게 아이러니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활동하다 보면 좋은 사람들만 남는다. 그게 또 이 활동의 이유이기도 하다.

 

새해가 한 달여 지났다. 2월이다. 11개월 동안 이루고자 하는 일들, 우리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이들이 꿈꾸는 일들, 비전, 개인적인 건강 등 모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조직 운영 차원의 질문에서도 어느 정도의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오후에 회의를 두 번 했고, 오전 내내 고민할 일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해야 할 책과 보고서 작업도 빨리 진척 해야 한다. 다 잘 될 거다.

 

삶은 한번 산다. 언제 떠날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 지금, 이 순간에 만나는 그 순간에 사람들과 어떤 행위가 모두 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루가 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