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흙뿌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달그락이 공적 공간으로 진입한 날?

by 달그락달그락 2022. 12. 21.

오후 모 지역에서 중요한 일정 마치고 저녁이 다 되어서 오 국장과 늦은 점심을 먹었다. 달그락 들어와서 잠시 일 보다가 길위의청년학교 사무실로 넘어왔다. 조용한 곳. 의자에 앉았는데 잠시 졸다가 깼다. 전화 주고받고 정신 차려 보니 시간이 한 참 갔다.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을 기획하고 시작한 지 8년이 지나간다. 201412월 겨울 눈 오는 날 오 국장, 미나 샘 함께 모였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015년부터 지역에 다시 왔고 많은 사람들 만나면서 달그락이라는 공동체 형성해 나갔다.

 

지역에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복이었다. 순수하게 청소년과 청년 그리고 지역을 사랑하며 참여하는 분들과 함께 달그락이 열심히도 달그락거렸다.

 

활동이 확장되고 깊어지면서 만들어지는 마을 사례를 정책화하여 지속할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다양한 연결을 통해서 달그락 모델이 나름 어떤 부분 정책화되는 밀알 같은 역할을 하게 했고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오늘 중요한 심사가 있었다. 함께 고생하면 준비한 선생님들과 참여자분들 덕에 결과가 좋았다. 작은 공간이지만 달그락과 같은 청소년 자치 공간이 공적 기구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열리는 날이다. 오늘을 꼭 기억해야겠다.

 

앞으로 일은 더 늘어나겠지만 그 안에 행하는 청소년활동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만들어질 것임을 확신한다. 모두가 함께하며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할 수 있는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하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하루가 어찌 갔는지 모른다. 그저 매번 감사하는 일이 많아서인지, 또 다른 시간에 기대가 되는 날들이다. 지금, 이 순간이 좋아서다. 이 어설픈 사람의 글을 읽어 주고 좋아해 주는 친구들 때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삶의 궤적을 어떻게든 이 공간에 조금이라도 남기려는 이유이기도 하지.

 

삶은 계속해서 가는 것 같지만 언젠가 끝난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 마지막에 모든 관계가 끝날 때 한마디는 하고 싶다. 돌아보니 그럼에도 삶이 좋았더라.

 

29살이라고 우기고 사는데 어느 순간 서른 된 느낌이다. 내년에 두 살 더 깎을 수 있어서 좋기는 하다만. 어찌 됐건 설레며 뛰는 가슴으로 계속해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그제 월요일 늦은 오후 달그락 뒷산 잠시 산책하는데 사람들이 오지 않는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게 뿌려 놓은 흙을 봤다. 지나치면서 괜히 뭉클했다. 이 길을 걷는 그 누군가를 위해서 흙을 뿌려 놓은 그 누군가를 생각하니 좋았다.

 

정치가 지랄(?) 같고 부정부패하는 인간들이 있어도, 우리네 삶이 살아내지는 것은 바로 이런 사람들의 흙 뿌림이 여러 곳곳에 있어서다. 자신과 함께 그 누군가를 위해 매일의 반복되는 삶을 살아내는 우리 시민들이 존재하기 때문. 그러한 삶의 한 귀퉁이에서 오늘 나도 잘 살았다. 고마운 날들. 어찌 됐건 개인과 우리 사회의 역사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진보하고 있음을 믿는다.

 

 

이 친구(추운데 왜 이렇게 홀라당 벗고 고민 할까?, 옷을 안 입어 창피해서 못 일어나는? )처럼 생각을 많이 해도 혹은 덜 해도 내일은 또 해가 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