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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강의 및 연구

사회적 단절에서 시작되는 청소년의 위기

by 달그락달그락 2022. 8. 23.

아침에 보육원 출신 대학생 새내기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오후에 익산시청에서 위기청소년 관련해서 연구한 보고서를 오늘 시에서 최종 발표회 했다. 시의원과 관련 기관장 등 많은 분이 함께해 주셨다.

 

위기청소년은 가정 문제가 있거나 학업 수행 또는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등 조화롭고 건강한 성장과 생활에 필요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청소년이라고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명시되어 있다.

 

자세히 보면 세 가지 영역이 보인다. ‘가정학업그리고 사회라는 공간이다. 연구에서 관련 전문가들은 분리되어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또는 갑작스러운 위함에 처한 대상으로 표현을 했다.

 

위기에 빠진 청소년은 내 보기에 관계의 단절이 키워드다. 그것도 갑작스러운 완전한 단절이다. 가정 문제에 핵심은 부모와의 단절이고, 학업에서는 교사와 학생, 또는 친구들과의 단절, 지역사회라는 공간에서 단절 등을 표현할 수도 있겠다. 사람이 자살하는 이유가 여럿 있지만, 핵심은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사람 간의 분리, 단절이 요체다.

 

오늘 사망한 생활시설 퇴소 청소년은 어쩌면 사회적으로 완전히 단절되어 있지는 않았는지? 많은 돈은 지원받지 못했어도 퇴소한 청소년들에게 국가와 지방정부에서 어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하는 줄 알고 있기에 돈 때문인지는 고려해 보아야 한다.

 

 

연구 책임 맡아 틈틈이 위기청소년에 대해 들여다보았다. 지역 실태에서도 전문가와 관련 청소년들의 심층 인터뷰와 관련 행정자료와 사례에서도 경제적 지원을 넘어서 실제 자립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다른 측면에서 표현해 보면 내적 관계로 자신이 자신과의 내재적 깊은 관계를 기반으로 사회적 관계와 또래 관계 등 다양한 관계력을 쌓고 삶을 사회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

 

이는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 수원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한 다세대주택에는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자살했던 것. 돈이 없어 건강보험료도 체납하고 거의 방에서 은둔하다시피 한 가난한 분들이다. 이분들 또한 완전히 사회적 관계가 끊겨 있어서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있음에도 전달이 안 될뿐더러 어디에 사는지조차(전입신고가 안 되어 있어서) 파악이 어려운 분들이었다.

 

오늘 발표한 내용은 정책 제안에 관한 연구여서 정책적으로 지향할 지점을 안내했다. 위기청소년이 안전한 지역사회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 확립과 자원개발 및 네트워크 강화, 통합지원 체계 마련을 세 가지 정책 목표로 정책과제가 설정되었고 하위 11개의 세부 추진과제를 만들어 제안했다.

 

연구 함께한 박 교수님, 박 소장님, 하 박사님과 유 선생님 등이 고생이 많았다. 연구 결과에 따라서 시의회와 행정에서 조례 등 관련 정책들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시기로 해서 고마웠다. 끝내고 연구진 몇 분과 대화 할 때는 너무 즐거웠는데 다시 연구 결과 꺼내서 이런 글 쓰다 보니 괜히 우울해진다.

 

우리 사회에 위기청소년이 얼마나 많은지, 이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내용이 과연 어느 정도가 있는지 몇 가지 주요한 정책으로 안전망이 조성될 것인지 등 생각이 많은 밤이다. 여기에서 위기청소년이라고 하니 내 자녀는 쏙 빠지고 가출 청소년 수준을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도 밝혔듯이 지역에 일반적인 청소년 대상으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등에서 위기도를 측정했고 꽤 많은 청소년이 위기 수준에 있었다. 이는 전국 데이터와 서울시 연구했던 데이터보다도 살짝 높게 나왔다.

 

사회적 단절은 절망이다. 우리가 꿈꾸는 것은 통합이 아닌가? 세대 간, 지역 간, 남북 간 통합적인 사회. 결국 서로 간의 관계에 있다. 신뢰하고 신뢰받는 그 관계. 정책적 함의로서 지원되고 사업으로 협약으로 진행되는 관계도 중요하나 시간이 갈수록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들, 지역에 이웃들, 실제 만나는 청소년, 청년들, 바로 이곳 SNS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직접적이고 깊은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더 깊이 알게 된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고 만나는 일이 그 무엇보다는 중요하다는 말이다. 청소년을 만나는 모든 이들이 그들을 사람으로 존중하면서 만나고 관계할 때 청소년의 단어 앞에 위기라는 말은 없어질 수도 있겠다. 단절, 분절, 분열 등 나뉘는 일은 그만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