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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비영리 조직운영

현장과 연구의 관계

by 달그락달그락 2022. 6. 16.

최근에 나를 위해서 가장 잘한 일 한 가지를 꼽아 보라고 한다면 새벽에 글쓰기 모임(#10053090Project)을 기획하고 시작한 거다.

 

일요일까지 빠지지 않고 매일 새벽에 20여 명 내외의 사람들과 얼굴 보면서 모임을 하고 있다. 피곤한 날도 있지만, 오늘처럼 몇 시간 못 잤는데도 기분이 좋아 집중이 잘 될 때도 있다.

 

새벽에 글쓰기 모임 마치고 배가 고파서 집 앞 편의점에서 샌드위치하고 커피를 받아 왔다. 커피가 떨어졌지 뭐야. 매일 아침이 싱그럽고 조용하니 좋다.

 

 

어제부터 제 작년 낸 이론서를 출판사에서 개정판 내자고 해서 손 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현장 활동에 이론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현장에 있으면서 학계를 오락가락해 왔다. 활동은 현장을 근거로 한 이론과 연구에 기반하여 돌아가고 있다. 이론과 연구는 현장의 다양한 행태와 실태에 따른 모습들을 정리하고 만들어가면서 인문학적 가치와 지향점이 녹아 있어야 한다. 단순한 통계와 실태를 기점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위험하다. 오랜 시간 쌓여 온 인간에 대한 가치와 철학, 역사적 관점을 내려놓는 순간 이상한 일들이 만들어진다.

 

주로 연구를 하는 이들은 연구자이지만 가능하면 현장 활동가들도 연구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현장과 연구가 나뉘어 연결되기보다는 통합되어 가면 좋겠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지 않을 때 암묵지적이고 문화적인 깊은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수치로 나오는 과학적인 데이터 해석에 따라 방향이 설정되기도 하는데 이는 보이는 어느 한 부분이고, 데이터로 분석되기 어려운 수많은 내적 현상은 그 공간에서 현상 안에 있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미묘한 내용이 있다.

 

청소년활동을 함에 있어서 반복되는 과정에서 그 부분이 전문성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특히 이 바닥 현장은 사회적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계속해서 변해가고 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중심을 가지고 집중해야 할 실태, 가치, 철학, 현장 사례에 대한 관점 즉 이론서는 꾸준히 공부하면서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장 활동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내가 왜 이런 짓(?)까지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난 몇 년을 돌이켜 보니 그래도 현장을 꾸준히 기록한 일, 그리고 매년 두 세 건씩 연구했던 내용이 쌓여 그 안의 내용을 정리해서 이론서로 모아 내는 일이 결국은 내가 삶을 살아 내는 이 현장에 가장 소중한 밀알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100% 확신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믿음이 있는 방향이 설정돼서 현장 활동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7월 중까지는 새벽에는 이론서 개정판에 집중해야겠다. 이렇게라도 끄적여 놔야 책임감 가지고 또 일할 듯.

 

몸과 감정이 통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는 것 같다. 잠을 많이 잔다고 정신이 맑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는 하나 그렇지 않기도 하지. 어제는 몸이 너무 피곤해서 오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났는데 종일 비몽사몽 마음도 심란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교회 가기전까지 끄적이고 또 하루 즐겁게 살아야겠다. 매일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