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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활동

청소년활동의 전문성

by 달그락달그락 2021. 10. 15.

의사는 전문의 자격에 따라 진료를 하고, 기자는 취재를 하고, 교사는 교육을 하고, 변호사는 변호를, 검사는 검사(?), 기업인은 기업을 성장시킨다. 모든 일에 자기만의 전문성이 있기 마련이다. 전문직이라고 표현 한다.

 

청소년, 활동, 복지 등의 분야도 나름의 정체성을 가진 학문이 있다. 어떤 일은 개인 내면에 직면시키기 위한 노력, 어떤 이들은 사회적인 관계형성에 집중하고, 누구는 커리큘럼에 따라 교육하고, 프로그램을 열심히도 한다.

 

나는?

 

이번 주 며칠 하루 일정을 살피니 하루 평균 회의나 모임을 두어 건씩 참여하고 있었다. 토론회와 포럼이 있었고 오늘은 길청 청년들 강의와 논의도 있었다. 하루 중 평균 한 시간 내외 통화도 한다.

 

10시 다 되어 퇴근하다가 이 샘이랑 내가 하는 일이 뭔지 묻고는 자문자답했다. 아마 조직하고, 회의 하고 전화 받는 사람 같다고 했다. 딱 두 가지 정리된다. 회의주의자(?)와 텔레마케터(?)

 

오래전이다. 선배가 활동왜 하느냐고 물으면 눈 하나 깜짝 않고 사회 변화를 위해서 일한다고 답했다. 개인과 사회의 변화가 목적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손발 오그라드는 대답이지만 그 때는 그랬다. 당시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다. 그 때 생각하면 왜 이리 창피한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열정' 이외에 내가 가진 게 뭐가 있나 싶었다. “네가 뭔데 변화의 주체인가?” 하는 내 안에 질문에 답이 힘들어졌다. 내가 나를 알아 갔기 때문이다. 찌질 하고 피해의식에 수준 낮은 지식까지 부족하기만 내 모습이 계속해서 보였다.

 

그래도 당사자인 청소년에 대한 사랑 한 가지는 누구보다 크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마저도 내가 나를 성찰하는 과정에서 알게되었다. 물불 가리지 않고 청소년활동 했던 것이 그들에 대한 사랑일까? 집착인지 나를 힘겨운 청소년들과 투사해서 미친 듯이 일을 한 것인지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면서 하나는 알게 되었다. 죽을 때까지 흔들릴 것이라는 것.

 

그 때의 유치하고 열정만 넘쳤던 나는 옳았지만, 지금 그 때의 나는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활동을 어떻게든 지속하는 이유는 그것을 알았다는 것이고 이후에 후회할지 몰라도 지금은 옳다고 확신하는 일이라는 거다.

 

사람을 조직하고 모이게 하는 일은 그 안에 뜻과 이상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뜻과 이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대화하고 조율하고 결정하면 무조건 실행한다. 내 일하는 방식이다. 오는 전화 막지 않고 깊이 있는 대화 하려는 이유는 그들이 나에게 동지라고 믿고 있어서다.

 

모임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목적인 때가 있었지만 어느 때부터 깨달았다. 일이 목적이 아니다. 모임과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목적이다. 그들이 변화의 주체가 아닌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목적이 있는 인간관계다. 일도 중요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존재는 모이고, 회의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들과 내가 잘 살기 위해서 함께 활동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 때문이다. 그 일을 잘 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일은 덤으로 따라 오게 되었다.

 

내가 강연도하고 연구하고 밤이면 뭘 자꾸 쓰고 있으니 연구자나 강연자로서의 일이 내 전문성이라고 아는 이들이 많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를 돌아보니 전문성은 모임하고 대화하며 관계 맺는 사람들이 주체이고 목적이라는 것을 알고 함께 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많이() 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청소년, 청년을 매개로 나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함께 하려는 일, ‘관계의 과정을 만드는 일이 아닐는지?

 

뜻을 나누고 관계를 맺고 확산하는 일. 내 활동이다. 그 뜻과 이상, 신념, 철학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학습해야 한다. 회의주의자와 텔레마케터의 이유다.

 

 

 

퇴근 하면서 촬영한 늦은 밤하늘 아래 마을이다. 무언가 집과 상가가 많은 거 같으면서도 결국 조금씩 비추는 길을 안내는 빛이 보인다. 이 작은 빛들이 우리네 모두가 집중하는 그 전문성은 아닐는지. #전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