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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본질을 거스르는 숙제 빨리 하기

by 달그락달그락 2021. 9. 22.

국민학교 다닐 때였다. 방과 후에 친구들과 모여서 숙제를 했다. 숙제 빨리 하고 놀고 싶어서 경쟁을 했고 나는 가장 빨리 끝내는 축에 속했다. 글자는 날라 다녔지만 빨리 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내가 이긴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이긴게 아니었다. 실제 이기는 것은 학교에서 시험 보고 성적을 잘 맞는 거였다. 숙제를 빨리 끝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내용을 알지 못하고 빨리만 끝내려고만 한 내 행위는 바보 같은 짓이었다. 글자는 날라 다녔으니 잘 썼을 리 만무했고 내용을 이해 못하니 시간만 허비했다. 그저 그 순간 내 친구들보다 조금 빠른 시간에 해치웠다는 자만심만 있었을 뿐 남는 게 없는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였다.

 

공부의 본질은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 가는 것이다. 한자 풀이하면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닫고 알아가는 게 공부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공부를 하는 이유 그 근본의 본질은 무얼까?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잡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한 부분에서 이 말도 맞다.

 

또 들어가 보자. 그러면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은 뭔가? 안정적 직장? 높은 급여? 아니면 쉽게 일하는데 많이 버는 돈의 양에 있나? 아니면 자신의 여가시간? 요즘은 여가시간에 많이 집중하는 양상이다.

 

여가시간에는 뭐하지? 산책을 하고 낚시를 하고 아이들과 놀이공원 가서 놀아 주고 집에서 맛있는 음식 해 먹고, 재미난 영화 보고, 책 읽고,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거나 조용한 찻집에서 커피 마시면서 대화하는 일 등 이번 연휴 동안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일의 대부분이다. 어떤 이들은 운동을 하거나 못 봤던 영화나 드라마를 잠 안자고 정주행 분들도 계시고 산에 오른 분도 있다.

 

그러면 공부하는 일과 일하면서 돈 버는 일의 본질은 이런 거 하라고 하는 건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직장이 본질일 수도 있다.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들 만나면서 교육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하고, 정치인들은 정치를, 기업가들은 기업 운영을, 문인들은 글을 쓰면서 감동하면서 삶의 본질이라고 믿는다. 그 가운데 연휴나 퇴근 이후에 만들어지는 여가도 중요하다.

 

무엇이 그 본질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본질, 그 가치를 어떻게든 찾아보려고 성찰하며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전에 국민학교 다닐 때 나의 모습처럼 본질은 간데없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에만 눈이 뒤집힌 사람들도 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하늘은 본질을 아는 것 같다. 수만, 수억 년 똑같은 행위를 그렇게 해 오면서 지구라는 땅 덩어리에 생명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일을 하거든. 거의 밤이 되어서 잠시 뒷산 올랐는데 조용한 하늘에 괜히 감사하게 된다. 그런 날. #연휴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