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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비영리 조직운영

나는 친하지 않은 사람과 싸우기 싫다.

by 달그락달그락 2021. 9. 2.

일베와 싸워 보려고 했던 적이 있다. 아주 오래 전이다. 이 바닥(?)에서 내공이 조금은 올라갈 줄 알았다. 싸우다 보면 직면해서 그들이 변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박 정부 때 화가 날 때가 많았다. 페북에서도 토론 붙으면 끝장을 보려고 했다. 새벽 1시 넘어 토론 붙어 한두 시간 넘길 때도 있었다.

 

싸움은 이겨야 했고 내가 가진 신념이 옳다고 여겼다. 성격상 논리적으로 싸워 보려고 노력을 했다. 연구를 계속 하다 보니 근거를 들이대는 습관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지금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념을 떠나서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자기 이념에 갇힌 이들과의 싸움 자체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 낭비였다.

 

논리적 싸움에서 부족한 측면이나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면서 타자를 이해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런 일은 극히 일부였다. 일베류나 극우 성향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름 진보라고 하는 이들의 사람에 대한 존중 없는 이들과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바보 천치였다. 아직도 내 아이디는 바보건희. 싸움은 싸울 대상이 따로 있다. 내가 말하는 싸움은 상대를 죽이자는 전쟁 같은 일이 아니다. 싸움은 토론이고 논쟁이어야 하고 그 안에서 나름의 이상과 논리가 있어야 서로에게 긍정적이다. 에너지를 뺏기는 만큼 그 만큼의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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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실의 소설 '순례 주택' 중

 

그제부터 자기 전 읽고 있는 소설이 있다. ‘순례주택’, 유은실의 소설인데 재밌다. 연구소의 청소년위원회에서 9월 읽고 대화 나누는 책인데 김 위원님이 선물해 주셨다. 중학생 청소년의 말이 맞다(책 사진). “싸움은 친하지 않은 사람과 하는 게 아니다.” 싸움은 친한 사람들 즉 말이 되는 사람들과 하는 거다.

 

나이 먹으면서 깨닫는 게 많다만 특히 싸움이 그렇다.

 

나는 평화주의자다. 평화운동, 인권운동은 인간된 삶, 평화의 기반에서 한다. 치열함도 있고 싸움도 있지만 그 과정이 평화롭게 성찰이 이루어지고 성장이 있는 싸움이 되려면 바보들과는 절대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 분노만 있을 뿐 그 이상 남는 게 없다. 특히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람들과는 상종을 해서는 안 된다. 진보, 보수 가릴 게 아니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이 오직 자기가 가진 것만 옳고 예의 없음에 질린 경우가 있다.

 

특히 나와 같은 신념과 이상을 가진 사람들 중에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는 이들을 만난 적도 있다. 자기가 떠받치는 이념의 당사자인 아동, 청소년, 장애인, 여성 등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 이외의 사람들은 어떤 타도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 자기 조직 내 사람들과도 어떤 우월의식에 사로잡힌 이들도 봤다. 상종하기 힘들다.

 

진영논리에 갇힌 정치적 당파성을 갖고 있는 좌우의 끝단에 위치한 사람들과 일베와 메갈류의 사람들은 대화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반복하지만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는 이들과는 싸워서는 안 된다.

 

유은실의 소설에서 같은 말을 반복해서 쓰는 것을 보니 이 분도 싸움 좀 해 본 사람일 수도 있겠다. 순례주택. 소설 재밌다. 재밌다.

 

소설내용과 위에 기술한 내용은 전혀 관계없다는 것을 내 글쓰기 방식 아는 사람만 알거다. 결론?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는 자들과는 싸우지 말자. 남는 게 없다. . #친하지_않은_사람과는_싸우지_말자 #싸울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