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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청소년에게 '우쭈쭈'는 그만할 일이다

by 달그락달그락 2021. 8. 25.

지난 주 모 권역의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났다. 사회참여활동에 대해서 안내하고 이야기 나누었다. 각 시도 학교 밖 지원센터에서 선출된 청소년들이 정책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들은 자기고민이 묻어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다.

 

이날 난 나이 먹은 선생이 아닌 청소년과 같은 시민으로 관계를 맺으려 무던히 노력했다. '무던히'라는 말이 맞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거나 대화할 때면 가르쳐야 하는 대상이라는 생각이 가슴 한 구석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마음 내려놓고 함께 해야 할 존재로 여기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청소년이 시민이고 그들이 삶의 환경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종종 사회적 통념에 싸여 있는 내 모습을 목격하기도 한다.

 

청소년들을 만나면 좋아 죽겠다. 이 말이 맞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청소년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을 만나면 항상 설렌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냥 좋고 무언가 나누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지난주에도 예쁘고 밝게 이야기 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즐겁게 대화했지만, 그 친구들이 나를 그렇게(예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에 나도 가능하면 그들을 동등한 시민으로 여기려고 노력했다. 동등한 시민으로 대하는 게 그들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여긴다. 청소년을 바라보는 관점이 나와 동등한 사람으로서 존중하려는 마음이 크다는 말이다.

 

어른들 중에는 청소년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면서도 가르치고 지도하며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청소년이 학교 공부를 우선시해야 하지 사회참여나 봉사활동을 하면 안 된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사회참여활동 했을 때 그 내용과 깊이는 관계없이 무조건 훌륭하다고 칭찬만 해 주는 이들도 있다.

 

 

▲  청소년정책 제안을 위한 달그락 청소년 상상 캠프 :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  정건희

 

최근 몇 년간 청소년활동 현장에서 유행한 사회참여 활동이 있다. 청소년들이 실제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인데, 다양한 공공기관단체 뿐만 아니라 민간의 영역에서도 청소년들의 정책을 제안 받고, 성과도 낸다. 하지만 성인들이 하듯이 실제적인 정책으로 발현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형식적인 이벤트나 프로그램 수준에서 멈춘다.

 

특히 청소년들이 제안하는 정책 상당 부분이 민원 수준의 표피적인 내용들이 많다. 예를 들면 금연 활동이나 가로등 설치 문제, 쓰레기통 설치, 급식의 반찬 등 20여 년 전과 거의 비슷한 민원 수준이나 캠페인성 제안들이다. 이런 수준의 활동과 제안을 하더라도 깊은 토론과 정책들 안내하면서 비판적 관점에서 사고하도록 돕고 실제적인 현실의 문제에 직면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금연 캠페인 수준이라도 좋은 제안이라고 무조건적인 칭찬을 하는데, 결국 너희들은 어리고 미성숙한데 이 정도 수준의 제안이라도 했다면서 '우쭈쭈' 하는 것으로만 보인다.

 

나는 이런 행위가 청소년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활성화 시키는 게 아닌 그들의 참여와 자치를 가로 막는 잘 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나쁜 것은 나쁜 것이다. 잘 하는 것은 잘 하는 것이고, 부족한 것은 부족한 것이다. 청소년에게 솔직하게 제안하고 비판했을 때 그들이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불편이 타자에 의한 것이 아닌 자신의 부족함으로 나타나는 것이기에, 이를 넘어 설 수 있도록 도움 주는 일은 결국 그들을 돕는 일이라고 믿는다.

 

물론 청소년들의 사회참여활동이나 봉사, 진로 활동의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추거나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은 담당 지도자나 선생이다. 담당 선생이나 지도자가 현재 청소년의 사회적 문제나 정책, 주요 사례 등을 알지 못하고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고 토론할 수 없을 때 만들어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 지도하는 나와 같은 활동가나 지도자, 교사의 역량이 문제의 핵심이란 것이다.

 

청소년들과 함께 교사와 청소년지도사 상담사 등 관련 전문직들을 오랜 시간 만나고 교육하고 연구하면서 청소년에 대한 무조건적인 허용과 수용이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잘 한 것은 칭찬하고 지지해야 하지만, 부족한 것에 대해선 자기 직면이 가능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시민으로서 청소년을 존중하는 기본적인 예의다. 청소년들의 시민성을 높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청소년을 사랑하는 방법은 여럿 있지만 상대를 무조건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일이 진정 그들을 위한 일인지는 고려해 보아야 한다. 청소년을 대하는 나의 방법이 완전히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들을 나와 비슷한 위치에 놓고 수평적 관계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요체는 그들을 대하는 솔직함이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들의 제언이나 문제를 솔직하게 비판하고 수용하는 힘이다. 청소년들과 관계하기 위해서는 같은 세대의 성인들과의 관계보다도 더욱 많은 노력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사람을 존중하는 일은 어찌 됐건 간에 자기 노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래서인가? 나이 먹을수록 이 일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최소한 누구에게나 '우쭈쭈'는 그만 할 일이다.

 

본 내용은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글입니다.

 

청소년에게 '우쭈쭈'는 그만할 일이다

청소년은 나와 같은 동등한 시민으로서 바라보는 관점이 선행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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