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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년담론

90년대 생의 공정: 밥그릇 싸움을 개척하는 단어

by 달그락달그락 2021. 6. 15.

90년대생의 선택적 공정.

 

그들에게 공정은 밥그릇 싸움을 개척하는 단어?

 

90연대생 세대가 세계평화, 환경, 동물권이나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처우, 성소수자 등을 위해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자신(들)의 이익을 찾는 과정에서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가치중립적이거나, 더 가치를 품은 듯한 단어로 찾아내 '공정'이란 말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내 이익을 챙겨 달라, 내가 노력했으니 그 대가를 받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

 

"(90년대생은) 사회적 약자들을 상대할 때도 평소에는 '오케이, 그런 알아서 하세요'라는 정도로 나이스하게 대한다. 그들이 내걸 뺏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자기 파이를 잃게 되면 불같이 화를 낸다. 공정이란 프레임을 가져와서 밥그릇 싸움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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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저자들의 인터뷰 글(댓글주소)에 나타난 공정의 몇 가지 키워드 살피면 그들의 공정은 결국 밥그릇 싸움에서 자기 것이라고 여기는 것을 빼앗긴다고 여길 때 쓰는 프레임으로 읽힌다.

 

이것의 이유 또한 명확한데 더 나은 위치로 진입할 욕구는 크지만 그 문은 작다. 그래도 그 문에 들어갈 기회가 열려 있는 세대이기에 더욱 더 선택적 공정(내 파이 건들지 마!!)을 외치는 것으로 읽힌다.

 

'공정한 경쟁이 없다'는 나와 같은 우리 세대의 꼰대 논리가 먹히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말이다. 내 파이 건들지 마라는 선택적 공정이라는 이 프레임은 90년대 생의 문제로만 치환할 수 있을까? 우리는?

 

내 보기에 우리 사회 누구나 그렇다. 특히 사회적 약자나 복지의 문제를 대할 때 진보건 보수건 누구나 자기 밥그릇이 아닐 때 쿨하다. 하지만 그 밥그릇이 조금이라도 자신과 얽혀져 있다면 자신이 취하고자 하는 내 파이 건들지 마라는 이상한 '공정'의 논리(위치마다 다르더라)를 들이대면서 발끈하고 물어뜯기 시작한다. 정유라와 조국 전장관이 같이 소환될 정도다.

 

인간다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우선되어야 할 일이다. 교육부터 말이다. 자신의 밥그릇을 내어 주며 파이도 나눌 줄 아는 사회 환경, 교육, 정치 등이 기본이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중심이어야 한다.

 

꼭 말하고 싶은 또 한 가지는 ‘대가 없이 행할 수 있는 힘’이다. 칭찬이 고래를 춤춘다는 웃기는 이야기 그만 하고 칭찬하지 않아도, 인정하지 않아도 고맙다고 하지 않아도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힘이다. 내 보기에 인간만이 가진 가장 숭고한 그 바탕의 힘은 무엇을 대가로 받지 않아도 자발성에 근거해 해야 할 일이기에 당연히 움직이며 만들어 가는 일이다.

이러한 일이 교육, 활동, 복지의 근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파이 건들지 말라는 선택적 공정은 90년대생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은 결국 우리 전체에 있다는 것. 그 근본은 보상 없이 인간이기에 당연히 함께 해야 한다는 '인간다움'이 기반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