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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진로

백수 : 청년 백수를 위한 길위의 인문학

by 달그락달그락 2021. 1. 28.
"인류의 위대한 멘토들은 모두 백수였다. 서경덕, 이지함, 이황 등도 다 마찬가지다. 사상적 지향은 다르지만 그들은 하나 같이 백수였다. 그들에게 있어 부나 경제는 삶을 위한 도구요, 수단이지 결코 목표나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직업을 갖더라도 최소한의 생계를 꾸리는 정도에서 그쳤다."

 

고미숙 선생의 '청년백수를 위한 길 위의 인문학'의 한 부분이다.

 

2015년 1월22일 신림 어딘가에서 강의하고 나오면서 끄적인 글이라고 펫북에 알려 준다. 당시에 프리랜서로 개인연구소 거의 끄트머리 마지막 강의였을 거다. 당시 1월 초부터 달그락 기획 중이었다.

 

청년들, 현장 활동가, 지도자들에게 마구 내질렀던 때다. 무엇이든 "뜻과 이상이 있으면 먹는 문제는 해결이 될 거다. 우리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뭐 그런 이야기들 많이도 털고 다녔다.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다.

 

'최소한의 생계'를 해석해야 한다는 거다. 코로나19 이후에 더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그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일조차도 없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오후에 mou 맺은 신문사 팀장님이 연구소 왔다. 오늘 청소년기자단 연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분과 담당 간사님, 자원활동가들 참여하면서 연수 진행하고 있는데.. 이 분 강의 마치고 잠시 대화했는데 언론사, 방송사도 요즘 엄청 힘들다고 한다. 축제나 지방 행사, 기업 등이 힘든 관계로 관련 광고도 모두 끊겼다고. 더군다나 방송사까지도 요즘 지역 축제나 행사가 없어져서 태양광 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 진출 중이라고 했다.

 

최소한의 생계란 도대체 무엇일까?

 

후배들에게 가끔 나처럼 쿨하게 살라고 장난스레 이야기 하지만... 내가 정말 쿨하고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나? 요즘 자세히 보니 절대로 그렇지 않다.

 

사대보험 없는 프리렌서 할 때 자유로움 만끽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불안에 쩔어 쌍코피 터지도록 글 쓰고 강의하면서 돈은 좀 더 벌었다. 가장이라는 타이틀이 한 몫했고 아이들 얼굴 보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놈의 최소한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함부로 말을 하기 거북하다. 너의 뜻과 이상을 붙잡으면 고 샘 처럼 먹고사는 길은 더 크게 열린다는 이 말들. 자세히 생각해 보면 나도 아이들 없을 대는 먹고사는 일에 목매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리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극 소수 인지도 모르겠다. 고 선생님처럼 관련 박사학위 있는 사람, 언론에 알려진 사람, 공부 공동체 만들어 확산한 사람이 우리 사회에 몇이나 될까? 그리고 또 하나 모두 그렇게 살면 될까?

 

뜻과 이상, 가치, 철학은 백수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사회 운동가 처럼, 국가를 바꾸겠다고 나서는 정치가처럼 살 일도 아니다. 그저 모두가 다양하게 자신이 행하는 일이 조금은 버겁더라도 그 안에서 어떤 가치와 이상을 찾고 성찰하는 과정 그 자체가 귀한 일은 아닌지 싶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붙잡고 가면서 깊이 있는 그 어떤 내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있는지가 중요해 보인다.

 

나쁜 일 빼고 회사에서 일하건, 비영리단체, 언론, 병원 등 어떠한 공간에서 어찌 살더라도 그 안에 지기만의 가치에 따른 그 어떤 이치가 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말이다.

 

청소년, 청년기에 누구나 다하는 직업이 꿈으로 포장하지 않고 수단을 목적으로 삼지 않고 나름의 일에 근본적인 가치에 집중하면서 세상과 함께 '백수'로 삶을 영위할 수도 있겠다는 어떤 힘도 필요해 보인다.

 

직장에 있건, 백수로 있건 중요한 것은 그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냐는 것이 아닌지. 그 어떤 일을 하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