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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진로

힘내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by 달그락달그락 2020. 12. 15.

지인과 이야기 나누다가 요즘 활동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힘내세요!' 그랬더니 힘낼 게 없다면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힘빼세요, 힘빠져라!‘라고 했다. 그랬더니, '왜 그러세요' 라면서 울상이다. 내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다시 물었더니 아무 말 안 하면서 째려봤다. 20년 정도의 차이가 나는 선후배 사이의 모습이다. 이 정도 수준의 이야기를 격이 없이 째려보면서 할 말을 모두 할 수 있는 사이라니 긍정적이라고 여겼다.

 

이 친구와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 나누다가 힘내라 말고 사랑해라. 마음이 문제니 자기 가슴을 들여다봐라는 등 매일 SNS에 이래라 저래라 하셨던 풀 소유 스님이 생각이 났다. 원래도 유명한 분이셨는데 사는 집과 하는 사업들이 TV로 오픈되면서 요즘 더 유명해지셨다.

 

수많은 이들의 어록이 있다. 좋은 말들이라고 받아들이는 그 내용을 해석하면서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인식의 어떤 기준이 된다. 누군가의 학습과 삶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아무런 거름 없이 자신의 것인 냥 받아들이는데 이때 타자의 이야기를 그 말에 넣어 버리면서 갈등이 생기곤 한다.

 

 

'힘내라'는 말이 어떤 이들에게는 좋지 않은 말로 들리는 모양이다. 힘은 어디서 오는 게 아니다. 자신이 힘을 ''야 힘이 ''. ‘힘내라는 말 안에는 수많은 맥락이 숨어 있다. 너무 피곤해서 거의 방전된 상태인데 힘을 짜내서 회사 일을 하라는 의미 아니냐며 기분 나빠한다.

 

힘이 빠졌을 때 쉬면서 충전할 수도 있지만, 어떤 힘듦은 힘을 내야만 어려움을 넘어 서기도 한다. 이기적인 말이 아닌 당사자를 위한 위로와 격려의 의미다. ‘힘내라는 한마디에 다양한 의미와 맥락이 있다는 말이다. 단순이 풀소유 스님의 말 한마디로 단정할게 아니다.

 

유명인이나 작가들이 쓴 글이 어록이라면서 돌아다니는 글을 볼 때 가슴 뛰는 말들도 있지만 한 숨이 나올 때도 많았다. 전자는 대부분 책의 맥락을 이해할 때였다. 어떠한 충고나 이야기를 우리 모두는 주관적으로 받아들인다. 타자와 대화 할 때 상대가 하는 말의 맥락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이미 알고 있던 어록이나 자신의 수준에서 세워진 기준으로 던지고 상대의 말을 재단한다.

 

책을 읽고 어떨 때는 외워서 일방적으로 주장 했던 수많은 공간이 생각이 난다. 지식 자랑 하면서 돌아다녔던 교육장. 그 가운데 삶으로서 만난 내 이야기도 있었다. 지식, 이론으로 알았던 이야기를 설명할 때와 내가 삶으로 만나고 설명할 때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특히 강연장, 회의장 등에서 만나는 이들이 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그들의 일터의 환경과 고민이 무엇인지 나름 살피고 알아가면서 소통할 때에 전혀 다른 관계의 공간이 됐다. 타자를 이해하는 수용력은 삶으로서 만나고 공부하고 성찰하면서 커진다. 상대의 의도와 목적 그리고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는 공간은 깊은 관계와 다양한 역동이 일어났다. 어록이라고 매일 던지는 풀소유 스님이나 어떤 목사님, 유명 강사의 이야기는 내 것이 아니다. 그저 참고 자료 수준에서 다양한 관점의 해석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힘내세요." 라는 이 말 한마디가 내포하는 의미를 기준 잡기 어렵다. 피곤해 하는 후배에게 힘을 내라고 할지, 빼라고 할지, 내버려 두고 알아서 누워 있으라고 할지를 지금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다가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대화 나누었던 후배의 삶의 맥락이나 그때의 기분을 내가 모른 상태에서 장난하듯이 힘빠져라했다는 것. 옳지 않다. 다양한 관점과 맥락이 있다면 나부터 상대를 살필 일이었다. 내 문제다.

 

www.sjbnews.com/news/news.php?code=li_news&number=699716

 

[아침발걸음]힘내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정 건 희(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지인과 이야기 나누다가 요즘 활동으로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힘내세요!' 그랬더니 ‘힘낼 게 없다’면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힘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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