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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진로

진로 선택의 본질, 배려

by 달그락달그락 2020. 9. 14.

의견 묻지 않고 시킨 일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하기 싫어진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자신을 소외시켰다는 것이 주된 이유인 경우가 많다. 결정 과정의 소외는 자신을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나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서 통제, 명령의 대상으로 인식하는데 좋아할 사람 없다.

 

타자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한 일은 당연히 참여수준 낮아지기 마련이고 시킴을 당한 당사자는 그 일을 하기 싫어진다.

 

참여는 자기 선택권이 요체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 문제는 이 결정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중국 음식점에서 짜장면, 짬뽕을 선택하는 과정도 시간이 있어야 한다. 하물며 우리 삶에 선택의 이유가 제 각각이고 그 결정의 책임 또한 당사자가 져야 하는데 쉬운 일일까?

 

조직/기관/회사에서 결정을 누가 하는가? 중요한 일일수록 그 조직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임원이 결정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 무수한 토론과 제안과 논의가 있을지언정 어찌 됐건 그 결정은 대표나 임원이 한다. 일의 책임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는 책임을 많이 져주지만 나쁜 놈은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가지려는 놈이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누구나 알지만 중요한 일일수록 책임지기 싫어한다.

 

청소년, 청년들의 삶의 과정에서의 선택은 당사자가 하는 게 옳다. 문제는 그 당사자가 선택하는 동기나 특질 등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직면하면서 고민하고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런 과정 없이 일방적인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의 선택.

 

부모가 자 들어가는 직업에 집중하면서 그 직업이 자녀를 행복하게 해 준다고 밀어 붙이는 경우 있는데 이는 자녀를 위한 일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보기에 포장이 그럴싸하고 나름의 사회적 인식에서 나온 욕심이다. 이런 부모들이 자녀를 사랑해서라고 우기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사랑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존중도 배려도 없는 부모 개인의 욕심에 따른 자녀 진로 선택의 결정권을 빼앗아 버리는 일은 상대를 무시하고 소외시키는 일이다.

 

자녀의 삶을 부모가 대신 살아 주지 않음에도 그 결정을 자신이 하려는 것은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갖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자녀가 죽을 때까지 부모가 대신해서 선택을 하고 책임져 주는 부모가 있다면 그리 하라고 하고 싶지만 그런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녀 진로, 청소년진로의 요체는 결국 당사자인 청소년이, 청년이 자신이 선택하는 과정에 대한 책임과 성찰 과정을 어떻게 이루어 내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이는 자녀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 청년들의 문제만도 아니다. 나부터 이 상황에서도 계속 흔들리고 고민하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 선택권이 나에게 있고 그 이유가 나름의 가치와 기준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거다. 잘 못 되어도 그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 그래서 더욱 보완하고 선택에 신중을 기할 뿐이다. 우리네 모두의 삶의 과정이다.

 

청소년, 청년들에 대한 자신들의 어떤 선택 과정에 다양한 환경과 체험, 경험을 제공하는 과정에도 그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선택하는 기준도 그들과의 깊은 소통과 고민에서 만들어지는 게 나중에 보기에 어설퍼 보이는 선택이라도 그 선택이 옳다.

 

누구든지 무시하지 말 일이며, 누구든지 자신의 생각으로 재단하지 말 일이다. 나 또한 너무 많은 내 안의 기준으로 무장되어 있고 타자가 반박할 때 또 다른 반박이 넘치는 일이 너무 많았다.

 

진로는 삶이라는 것이고 그 삶을 토론하고 비판하여 바꾸어 낼 수 없다는 거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그 삶의 맥락을 어떻게 이해하고 서로 간 신뢰할 수 있는 관계에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는 거다.

 

자녀의 관계 또한 그 삶의 맥락에서 내가 모르는 부분을 이해하려는 배려와 존중이 진로 선택의 모두일 수 있다. 우리는 가르치고 지시하고 통제하면서 관리하는 일을 자녀, 청소년, 청년의 진로를 돕는 일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것부터 고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