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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강의 및 연구

불어 터진 짬뽕

by 달그락달그락 2020. 7. 24.

청소년들이 늦게까지 활동을 해서 밤에 혼자 남을 때가 많았다. 대부분 단체 문단속은 내가 했다. 어느 날인가 저녁 시간 배가 고파서 짬뽕 한 그릇을 시켰다. 배달하시는 분이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한 그릇 배달이라니.

 

막 젓가락 뜨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경찰서란다. 단체 활동하는 아이가 문제를 일으켰다면서 내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보호자가 없으니 와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까운 곳이어서 젓가락 꽃아 놓고 파출소 갔는데 전혀 모르는 청소년이 고개 숙이고 서 있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요?”고 물었다. 청소년은 아무 말이 없었다.

 

지나가다가 여성에게 추행을 하고 도망가다가 잡혔다고 했다. 당사자인 여성과 남자 친구로 보이는 분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나에게 뭐라고 하면서 화를 냈는데 기억도 나질 않는다.

 

자초지종 들어 보니 아이는 내가 활동하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의 친구였다. 언젠가 한번 놀러 왔고 그 친구가 내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스토리는 그랬다. 여차저차 해서 말씀 잘 드리고 사무실로 돌아 왔다.

 

내 책상위에 놓여 있는 짬뽕을 봤는데 두 배 이상으로 불어 있었다. 배고파서 짬뽕을 목구녕에 집어넣는데 괜히 울컥했다. 이게 뭔가 싶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멋진 선생님이 힘든 청소년들 만나서 멋지게 변화도 시키고 감동도 있고 어찌 시간 가다보면 훌륭하게 된다는 유치 뽕(?)인 스토리 많더만 그 당시 내 꼬락서니는 말이 아니었다. 감동 있는 일도 많았지만 다양한 상황들(?)을 많이도 만났다.

 

모 동아리에서 후배 가르친다고 갈비뼈 나가게 해서 부모님 만난 일, 일요일 오후 출근해 보니 옥상에서 술 마시다가 병을 1층으로 집어 던지는 녀석들도 있었다. 옥상에서 담배 태우고 침을 아래에 아무렇게나 뱉고, 흡연 구역도 만들었으나 그 곳은 완전 쓰레기 통으로 만들어 놓은 녀석들까지.

 

그래도 그 친구들이 좋았다. 소수가 그랬고 매일 그러지도 않았다. 가끔 힘겨운 친구도 있었고 학교에서의 관계는 힘들지만 그래도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나름 개방하면서 관계를 트면서 꿈꾸는 일들 만들어 가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어제는 충북에 소수 선생님들 만나서 최근 출판한 청소년활동론 책으로 학습모임(?) 했다. 오후 늦게 돌아와 이런저런 일 처리했고, 오늘은 오후에 전라/제주권에서 6명의 기관 선생님들이 오셨다. ISC와 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청소년프로그램 평가 역량 강화 과정에 담당 멘토로 참여하고 있는데 현장 선생님들이 군산에 오셔서 함께 나누었다.

 

 

로직모델부터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역량 중심 평가의 배경, 특징, 역량 중심 평가 관계와 활용 방안까지 오후 내내 강의했고 논의했다. 현장에서 실제 내용들 역량 평가 과정 만들어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조만간 연구소와 달그락 샘들과도 이 부분은 깊이 있게 교육하고 안내해야 한다. 중요한 과정이다.

 

하루 종일 비가 부슬부슬 왔고 늦은 저녁 길청 두 친구와 수제비와 냉면을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식당 나오다가 이전에 청소년들과 함께 했던 그 사무실이 있었던 건물 보다고 짬뽕이 생각났다. 지금은 네온 간판이 있는 옥상을 보다가 이전 추억 돋는다.

 

불어 터진 짬뽕하고 어제 오늘 있었던 선생님들과의 만남의 인과관계?

 

불고 불어 커져 버린 짬뽕의 면발이 나를 지금까지 이 짓(?)을 하게 했다. 그게 다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별로 잘 하는 일도 없고 이 일 아니면 내가 잘 할 수 있는 활동도 별로 없다. 짬뽕 때문이다.

 

 

논리모델, NCS, 역량, 인간의 행동특성, 동기, 환경분석과 미션과 비전에 따른 기관의 상에 따른 프로그램 개발 과정의 전문성 등 수 많은 논리와 현장의 틀과 과정이 있고 그것을 배우고 학습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들? 결국 불어 터진 짬뽕 국물에 모두 녹아 있다.

 

그런 날. 비가 계속 온다. 집에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