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구 및 관점/강의 및 연구

그럼에도 청소년 자치활동을 하는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19. 11. 11.

크리에이터가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떠오르는 상황을 반영해서 선생님이 최근 유행하는 유튜브를 하는 동아리를 만들기로 했다. 아동, 청소년들 몇 명에게 안내하고 참여자를 모집하고 관련 전문 지식이 있는 강사를 섭외했다. 10대 열명이 모여서 강사 선생님에게 연결 해 주었고 매주 2시간씩 15회기를 하기로 하고 마지막 회기에는 그 동안 제작한 영상을 상영하기로 했다. 

 

강사는 매주 청소년들에게 그가 만든 커리큘럼에 따라 교육했다. 기본적인 기술도 안내해 주고 사례도 보여 줬다. 청소년들은 강사가 안내해 준대로 영상을 만들었고 마지막 회기에 담당 선생님과 함께 영상을 발표했다. 교사는 영상이 잘 만들어 진 것 같아서 학교 축제에 동아리활동 발표로 영상을 상영했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좋아해서 뿌듯해 했다. 

 

초등학교와 복지기관 등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자치활동으로 하는 동아리를 운영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엄밀히 말하면 자치활동은 아니다. 이 활동이 잘 못 되었다거나 나쁘다는 게 아니다. 자치활동의 취지와는 방향과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치활동이 되기 위해서는 10대는 강사의 교육 대상으로서 영상을 만드는 데에 목표를 두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 영상 작업이 되지 않고 시연을 못해도 관계없다. 자치조직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참여’하는지 ‘비참여’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가 자치활동의 관건이다. 

 

예를 들면 초기 10여명의 청소년이 참여해서 동아리가 만들어졌다면 먼저 해야 할 일들은 자치조직인 동아리의 목적을 설정하고 나름의 활동 기준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회칙이라고도 하는데 동아리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청소년들의 논의하여 만들어야 하고, 이후에 자신들이 어떤 동영상을 만들고 싶은지 이후 영상 상영회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기획과 활동 과정 전반을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과정이 요체다. 

 

모임이나 회의, 영상 제작, 관련 기술 배우는 과정은 가능한 회의록이나 모임 일지로 남겨야 하고 그 내용을 참여자들에게 공유하면서 소통한다. 강사와 교사는 동아리 활동을 주도하기보다는 청소년들이 자치활동이 잘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지지 하면서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행하기 어려운 일들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자치활동이라고 주장하는 동아리 활동이 상당수 강사가 가르치고 이에 따라 청소년들은 무언가 만들어 가는 활동이라고 여긴다. 학교에서 수업 받듯이 또는 실용음악학원이나 미술학원에서 강사의 가르침대로 움직이는 게 자치활동이 아니다. 전혀 다른 활동이라는 것이다. 반복하지만 학교 교육이나 학원 수업이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다. 자치활동은 학원교육과 목적하는 일이 전혀 다른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치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들이 어린이, 청소년기에 활동의 경험이 부재한 경우가 많고 10대들이 실제 자신들의 의견을 내고 모임 안에 모인 친구들과의 관계와 리더십, 회의까지 다양한 부분에 조직적 관계에서 활동이 능동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과정에 촉진, 안내 등의 방법이 쉽지 않은 전문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해에도 나운복지관에서 지역아동센터 실무자를 중심으로 ‘어린이자치활동 지도자과정’ 8회기를 강의했다. 이번 해 까지 3년째다. 

 

 

 

 

과정을 마친 분들은 대부분 1년여 과정으로 실제 센터에서 아동들과 함께 자치활동을 진행했다. 센터에서 자치활동을 아동, 청소년들과 진행하면서 선생님들은 자조모임을 했고 그 곳에 매달 또는 격월로 참여하면서 활동에 어려움 겪는 부분에 대해서 슈퍼비전 하면서 안내도 드렸다. 청소년자치연구소의 청소년들과도 연계해서 자치활동에 대해서 나눔도 있었다. 

 

 

 

사진출처. 군산나운종합사회복지관 페이스북_페이지

 

선생님들과 어린이, 청소년들은 그들의 자치 활동 가운데 축제에 참여하면서 활동 체험부스를 운영을 했다. 과정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회의록과 자치조직의 회칙, 그리고 모임의 진행과정에 집중하면서 1년여의 활동을 마쳤다. 나운복지관에서 ‘아동, 청소년의 대안교육을 위한 지역사회환경조성 사업’ 가운데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자치활동의 한 부분이다. 

 

3년여의 시간 동안 꾸준히 참여한 센터와 아동들도 있고 일 년여 활동하는 곳도 있었다. 지역아동센터가 복지기관으로서 공간상의 특징과 활동, 지원 사업 등이 있다. 이전에 몇 년간 아동센터에 평가와 컨설팅도 했고, 활동하는 법인에서 센터를 운영해서, 실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들이 행하는 일들을 조금은 알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방과 후에 집중해서 아동의 보호, 교육, 건전한 놀이와 오락의 제공, 보호자와 지역사회의 연계 등 종합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센터의 목적이다. 그 중에 사업으로 자치활동까지 함께 하면서 아동,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일들이 그리 쉽지 만은 않았을 것 같다. 자치조직을 꾸리고 조직 활동으로서의 과정 가운데 그들의 변화를 해석하고 실제 참여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진행하는 일을 1년, 또는 3년 여간 꾸준히 참여한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수고하셨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자치(自治, Autonomy)’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처리하거나 다스리는 것으로 ‘자치적(自治的)’이란 스스로 자기 일을 다스리는 뜻이 된다. 이러한 자치의 기본 관점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자치활동은 그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외부의 간섭이나 압력 없이, 구성원 자신의 합의와 의사결정에 의해 활동이 이루어지며, 학교내외의 다양한 환경에서 행하는 전반적인 조직 활동을 포괄하는 용어다. 

 

나는 이 활동이 지역아동센터 뿐만 아니라 학교나 지역의 아동청소년 관련 모든 기관에서 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인간관계에 있어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많은 학자들과 현장의 활동가들이 동아리 등 자치활동의 결과로 민주주의적 의사수렴 과정에서 조직과 집단의 목표를 성취하는 경험을 하게 되고, 진로 탐색의 과정이며, 자율적인 참여과정으로서 성장과 학교내외의 교육 활성화 방안이 되는 긍정적인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활동이 10대에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자신의 삶에 참여하는 과정으로 조금 더 나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고민과 성찰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치활동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요원한 과제다. 아동과 청소년들을 결핍상태의 수동적 존재로 간주하고 문제가 있고 미성숙한 대상으로서, 훈련과 교육을 통한 어떤 변화의 대상으로서 주력하고 있는 일이 일반화 되어 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자치활동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활동임에 분명하다. 

 

복지관과 센터의 연계활동이 프로젝트로서 끝나기 보다는 가능한 향후에 지속가능한 자치활동 조직을 지원하고 확대하여 주요한 복지 사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실제 그러한 역량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연대를 기반으로 사업을 넘어 운동으로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아동, 청소년들과 그들을 지지하고 조직하고 함께 하는 사회복지사와 관계자들 또한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나운종합복지관과 지역아동센터들이 연대하여 3년여간 진행한 '아동청소년의 대안교육을 위한 지역사회 환경 조성사업' 보고서를 위해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