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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녀석들

by 달그락달그락 2019. 1. 16.

어제 저녁 연구소 회의 중 대화하다가 '잠'에 대한 이야기 나왔다. 의사인 위원장님은 10시면 잠을 자려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불면증 있는 이대표님과 나는 불면(?)을 이해 못한다고 장난스레 살짝 발끈했다. 


잠은 내가 '한다'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잠은 '온다'라는 표현을 한다. 이 녀석은 내가 할 수 있어서 되는 게 아니다. 타자화 되어 있어서 나에게 자발적으로 와야만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잠이 온다". 또는 "잠이 든다" 라고 표현한다. '든다'는 "밖에서 속이나 안으로 향해 가거나 오거나 하는 것"을 뜻한다. 내 마음데로 된다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뜯어 보면 내 마음데로 되지 않는게 잠이다. 


우리네 삶을 보니 '잠'만 와야지 취할 수 있는 그런건가? 그렇지 않더라. 일과 사람을 넘어 내 안에 있는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 '마음' 특히 '감정'은 내 것이 아닌 것만 같다. 사람에 대한 애정도 그렇다. 감정이라는 이 녀석도 꼭 잠과 같다. 오고 가고 위아래 기복도 자기 마음 가는데로다. 감정은 이성이 지배하지 못한다. 오히려 감정이라는 녀석이 이성을 마음데로 휘젓는다.  




간만에 아침 커피 내렸다. 홀짝홀짝 마시다가 멍하니 있는 지금 이시간이 너무 좋다. 내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어서 좋다. 이 시간...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이시간? 


'내'가 '나'라고 표현하는 '나'는 감정인가? 이성인가? 모르겠다. 그냥 좋은 지금 나는 감정이 지배한다. 누군가를 보고 싶고 그리운 것도 감정이다.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이 '감정'이라는 녀석. 내일은 조금 진정이 되겠지. 하루 중 유일하게 나를 살짜기 안정시켜 볼 수 있는 이 시간. 그거면 됐다. 또 하루가 왔고 서서히 가고 있다.


감정이 불안하고 힘들 때 대부분 결핍 때문이라고 하지. 먹고 자고 싸는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 뿐만 아니라 인정과 칭찬, 격려, 지지, 사랑 등 심리적 결핍에 의한 불안과 힘겨움이 넘치는 세상이다. 누구가를 생각하며 채울 수 없는 결핍일 수도 있겠다. 사람이 사람을 완전히 채워 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가끔은 그런 시간들이 그립다. 가슴이 또 뛰는군. 그런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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