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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활동

청소년프로그램 고액과 공짜, 양극단이 같은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18. 12. 1.

12월이다. 출근 후 열어 본 몇몇 홍보 메일에 눈이 간다. 



겨울방학 중 청소년과 관련된 프로그램들 중 자기계발 회사에서 안내하는 가격이 놀랍다. 2박3일에 1인당 88만원. 내 수준이 너무 저렴해서 놀랐나? 이 회사 창업자의 미국 본사는 부도 난 것으로 아는데, 어찌됐든 프랜차이즈인지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다만 국내 업체의 홍보 메일 살피면 여전히 운영은 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고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종종 눈에 띈다. 어떤 경제학 전공한 분은 자기계발 관련한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 하나 개발하고 수년간 반복해서 강의하면서 하루 강의료가 1인당 50만원을 받는다고 홍보한다. 25명 내외를 수강신청을 받는다고 하니 하루 강사료만 천만 원은 족히 넘는다. 


이런 기업이나 개인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이유는 청소년들이 꾸준히 참여하는 거겠지. 그 곳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의 부모들에게 그 정도 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큰돈이 아닐 수도 있겠다.  


겨울방학 맞아서 아동, 청소년들 참여시키기 위한 수많은 공공 기관시설들의 프로그램이 있다. 이곳은 대부분 무료이거나 매우 저렴하다. 특히 복지 대상자로 안내되는 청소년들 중에는 겨울방학 내내 이런 공짜 프로그램에 다니는 경우가 있다. 


몇 년 전 아동, 청소년관련 기관들 컨설팅과 평가 다녔던 때에 만났던 청소년의 사례는 잊을 수가 없다. 방학에 놀 수가 없다면서 하소연했다. 그 이유가 캠프를 6개 내외를 다녀야 했다고. 학교 내 복지 차원에서 가야하는 캠프, 아동센터에서 진로캠프, 복지관의 인성캠프, 주민 센터에서 뽑혔다면서 지원하는 창의 캠프, 수련관에서 하는 동아리연합캠프 등으로 방학 중에 캠프에 수차례 끌려 다닌다는 표현을 했다. 자기 선택권 없이 캠프에 들어간 청소년들이 참여 수준이 높을 리 없다. 


아동, 청소년 기관의 프로그램 대상으로 동원 돼야 하는 청소년들을 보자면 마음이 좋지 않다. 그들이 캠프나 프로그램에 선택권 없이 동원되는 이유는 ‘가난’하고 ‘불쌍하다’는 게 전부다. 그것을 시행하는 기관이나 교내외 담당자들은 일 년의 계획서 안에 들어 가 있는 사업이다. 이런 캠프나 프로그램은 세금이나 기업지원예산으로 진행하기에 ‘공짜’이거나 매우 ‘저렴’하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받아 운영하는 상당수 청소년기관들이 방학 중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가? 신뢰할 만한 좋은 프로그램도 있으나 자기 자식이라면 저런 프로그램에 참여 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가는 프로그램도 있다. 좋은 프로그램을 찾기 위해서는 그 기관의 역사나 전문성 등을 자세히 살펴야 할 일이다. 특히 진행하는 담당자의 이력이나 전문성은 필수다. 


청소년 대상의 고액 프로그램과 공짜 프로그램이 닮은 점이 있다. 고액인 경우 상당수 부모들이 좋다면서 보내는 것이고, 공짜는 불쌍하니 지원받아야 하는 것으로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청소년들은 관련 회사와 기관 사업의 대상이 된다. 영리 또는 비영리 조직이든 프로그램에 대해서 청소년은 자기 결정권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만큼은 고액이건 공짜이건 간에 똑같은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