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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또 다른 새해에 또 다시 꿈꾸는 사회

by 달그락달그락 2018. 1. 1.


[툭글 페이스북에 게시한 캡쳐 본]


며칠 전 정윤이에게 톡이 왔다. “소장님~ 뭐 하세요.”, “나.. 일하징. 정윤이는 뭐 하심?”, “저는 누워 이써용. 근데 소장님 저 이대 커미부 붙었어요.”, “와우, 울 정윤이 넘 축하한다. 넘 기분이 좋넹.” 정윤이는 운영하는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에 청소년대표자회의 초대 회장이었다. 잠시 후 나림이에게도 서울교대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다.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 글 올렸더니 댓글에 용준이 등 청소년들이 합격과 감사인사 한다. 


정윤이는 고3인데도 지역에서 18세 선거권 활동의 중심에 서서 작년부터 이번 해 초기까지 국회방문까지 열심을 다해 활동했었다. 나림이와 용준이는 달그락에서 청소년기자단 활동을 한 청소년들이다. 이 청소년들 기숙사 생활 하면서도 토론회 포럼 원고 모두 작성했고 1년 넘는 시간 동안 기사 취재에 토론에 회의까지. 더불어 행사 있을 때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기숙사 나와서 행사 진행까지 하고 다시 복귀 했던 친구들이다. 


자신의 진로를 찾는 과정에서 이들처럼 활동을 하면서 대학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저항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어떤 대학을 진학하느냐에 따라 청소년의 삶을 평가하기보다 그 이유가 우선이다. 운영하는 기관이 입시학원도 아니고 학교도 아니다. 청소년들의 자발적이고 자치적인 활동을 하는 공간이기에 활동 내용과 개인, 지역사회 변화에 대해서 사회에 알리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이러한 본질적인 변화에 대한 가치 인식 보다는 활동이 입시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우선 따진다. 


속 이야기를 조금 해 볼까? 


내 주변에 청소년자치활동 열심히 하면서 유명대학에 입학한 사례들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본말이 전도될 것 같아서다. 청소년들의 사회참여와 진로지원에 집중하는 청소년자치활동. 그 안에는 민주적인 의사수렴과 리더십, 목적과 가치를 몸으로 체험하는 과정이 있다. 내가 나 자신을 다스리고 사회에 참여하며 그 가치와 이상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실천하는 일이다. 


그 수단으로 기자, 작가, 인문학, 경제 등 다양한 청소년들의 자치활동이 이루어진다. 활동 가운데 그 일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대학 진학을 하거나 극소수지만 학교 이외에 더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는 진로를 찾기도 한다. 가치의 선택 과정이다.  


무언가 체험하고 고민하고 성찰하는 과정 가운데 선택하게 되면 참여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발성도 커진다. 이와는 반대로 누군가 ‘시킨 일’은 본능적으로 하기 싫어진다. 이유인 즉 의사결정에 소외되었다는 것이고, 소외는 나를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나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통제, 명령의 대상으로 인식하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다. 타자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한 일은 당연히 참여수준 낮아지기 마련이고 시킴을 당한 당사자는 그 일이 싫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자신이 어떠한 원칙과 가치를 가지고 선택해 본 경험이 없을 때 시킨 사람에 말에 따르는 경우가 있다. 청소년들의 진로와 진학의 문제도 그렇다. 10대 청소년들의 직업 순위는 최근 건물주가 우세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10년 넘는 동안 공무원과 교사가 항상 1, 2위를 다투고 있다. 공무원과 교사의 어떠한 직업적 가치를 알아서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어떠한 일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태에서 부모들이 안정적이고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막연한 생각에 강요받기 때문이다. 누군가 시킨 일을 본능적으로 하기 싫은 일이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이 순간만큼은 어떤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새해다. 활동가 입장에서 청소년들이 자기 삶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누군가 시킨 직업을 얻기 위해 막연히 경쟁에서 이기려는 노력 보다는 인간다운 삶에 대해서 더욱 성찰하여 자치하는 과정으로 나아가기를. 청소년들을 입시의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 인정해 해주고, 관리의 대상이 아닌 참여의 주체로서 자치하는 청소년이 되기 위한 환경. 또 다른 새해에 또 다시 이런 사회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