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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사회복지사, 착한 사람 프레임의 문제들

by 달그락달그락 2017. 8. 7.

오래전이다. 사회복지사는 낮은 처우에도 좋은 일하는 착한 사람들이라면서 처우의 문제와 열정 운운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돌아 다녔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그들만 낮은 처우에 좋은 일 하는 착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나? 월급은 국가에서 정기적으로 나오고 있고, 정기휴일은 대부분 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대학생 후배가 복지관에서 실습하러 갔더니 선배 사회복지사가 쌀가마니도 나르고 큰 박스도 나르는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정말 힘겨운 일을 한다며 안타까워했단다. 그나마도 일 년 중 행사 있을 때 몇 차례 하는 일이었다고. 


그렇다면 쌀집 아저씨 또는 택배 하시는 분들과 이삿짐센터, 건설 현장에서 땀 흘리며 물건 나르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인가? 이런 직군이 있나 싶어 운영하는 블로그에 비판 글 썼다. 댓글이 가관이었다. 네가 뭘 아느냐며 착한 일 하는 사회복지사에게 욕 좀 얻어먹은 추억이 있다. 당시 나는 민간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국가에서 지원받는 비용 없이 소소한 프로젝트와 작은 후원 받아 활동을 이어오던 때였다. 


[출처. 구글 검색]


최근에도 복지 없는 사회복지사라며 사회복지사 전반의 처우와 현장의 문제를 매우 비관적으로 내 보이는 이슈가 언론에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사회복지사들은 이런 기사 공유하며 열악한 처우에 대해 개선을 주장한다. 


처우 문제뿐만 아니라 감정 노동 상에 힘겨움과 전문성, 위탁 법인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다. 이슈 가운데 가장 크게 그려지는 프레임은 ‘사회복지사’라는 자격증을 가진 전체가 인건비 작게 받으면서 ‘착한 일’ 하는 ‘좋은 사람들’인데 그들이 처한 환경과 처우가 열악하다는 틀이다. 


문제는 착한데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헌신해야 하는 좋은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이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긍정적인가 하는 의문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일반화 시켜서 불쌍하고 피해의식 있는 사람들이라는 틀에 끼워 맞추려는 듯한 주장도 잘 못 됐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타 자격에 비해서 만능 중에 만능이다. 복지관뿐만 아니라, 병원, 생활시설, 이용시설,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시설, 상담실에 학교 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대다수의 기관에 자격증 가진 사람들은 일반화 시킬 수 있느냐는 것과 사회복지사 자격증만 가지면 그 분야의 전문가인가 하는 문제까지 겹친다. 


착한 사람의 불쌍한 이미지와 자격증 가진 사람들을 모두 묶어서 문제를 부각하는 방식이 오히려 전문직으로서 노동자라는 사회적 인식을 얻는데 걸림돌이 되면 되었지 해결 과정에는 도움이 크게 되지는 않을 것만 같다. 


사회복지사도 엄연히 직업인이며 전문직이고 노동자다. 파업을 하거나 정치적 문제를 거론하며 문제 제기 하면 좋은 일 하는 착한 사람들이 왜 파업하느냐며 원래 희생하고 헌신하는 직업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편견은 착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저당 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사들의 노동은 단순한 자원봉사 수준에서 좋은 일하는 게 아니다. 공공영역의 중요한 전문직이다. 좋은 일 하는 사람이 아닌 전문직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강도나 폭력과 같은 범죄 등 나쁜 일들을 제외하고 세상 대부분의 직군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분들은 이미 좋은 일 하는 착한 사람들이다. 


공과 계통에서 열심히 일하며 기계를 만들고 집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 일을 전문직이며 노동자라고 이야기 하지 착한 일 하는 좋은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듯이 말이다. 사회복지사도 착한 일 하는 좋은 사람을 넘어서서 전문성을 가진 노동자이며 그 안에 이미 좋은 사람은 내재해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피해의식에 쩔어 착한 사람이라는 불쌍한 코스프레는 그만할 일이다. 


언제인가 청소년공부해서 학위 받으니 나에게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나왔다. 조금 덜 착하고 조금도 안 불쌍한 나는 사회복지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