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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청소년이 행복한 도시는 누가 만드나?

by 달그락달그락 2016. 5. 11.

최근 서른 곳이 넘는 지자체가 아동친화도시를 인증 받겠다며 유니세프의 아동친화도시 추진 지방정부 협의회에 들어가 있다. 군산시도 그 중 한 곳이다. 관련 내용들 살펴보니 대부분의 지자체가 행정중심으로 인증을 위한 활동을 주요하게 진행한다. 관 중심이더라도 아동과 청소년을 위해서 지자체의 행정이 주도적으로 정책과 사업들을 움직이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아동이나 청소년 사업 정도의 영역이 아닌 지자체 전체적인 정책과 사업에 아동친화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린이와 청소년 친화적인 지역사회를 위해서 그 동안 지자체 차원에서 이 정도의 관심을 가져 본 적이 별로 없지 않은가? 


다만 인증을 위한 정책 사업으로는 진행될 수 있겠지만 청소년들이 실질적으로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행정 중심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참여에 기반 한 민간이라는 자발적 조직체들과의 연대와 협력 또한 필수적이다. 이러한 일이 함께 연결되어 진행되지 않는 한 인증을 위한 형식적 행정체계 또한 자칫 또 하나의 단기적 이벤트로 치부되기 쉽다. 관련된 몇 지자체에 연구와 자문 등에 참여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으로 민의 자발적인 지원과 함께 당사자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실질적인 참여에 대한 문제였다. 


아동과 청소년이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그 일에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일을 위한 '민과 관'의 연대, 특히 민의 자발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은 당연히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아동친화도시 한다는 지역을 유심히 보건데 행정 중심의 내용들은 유사한 과정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반복된다. 아동관련 전담기구가 신설되고 관련 조례가 만들어 지고, 아동관련 예산 영역별로 묶거나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과 사업 추진을 위한 각종 연구 용역과 아동 참여 사업의 순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일들 대부분이 행정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지자체에는 민관이 함께 하는 위원회나 관련 조직들이 없을까? 역설적이기도 너무나 많아서 문제다. 군산시에서 운영하는 민관 위원회만 1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지난번 관련 연구 최종 발표회 때 관계자가 전한 이야기다. 행정에 민과 관의 연대할 수 있는 네트워크나 위원회를 만들자고 하니 관계자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백 개가 넘는 위원회 중 제대로 돌아가는 조직이 별로 없다는데 또 그저 그런 위원회를 만들자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문제는 위원회의 형식적인 숫자가 아니다. 소수라도 지역사회의 관련 내용을 자발적으로 추동하고 제언하며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이다. 지자체는 민간 위원회를 구성할 때에 관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위원회나 네트워크 등을 채울 때 식물(?)위원회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거수기 이상의 노릇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간의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청소년단체 등 자발적인 기관단체들 또한 이벤트나 사업을 넘어서서 가급적이면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고민과 자발적 조직체들의 운영에 대한 고려는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어린이청소년의회 조례도 통과 시키고 퍼실리에이터 불러서 참여활동 비슷한 것도 하지만 실질적인 참여가 아닌 행사나 행정을 위한 형식성이 너무 크다는데 있다. 위원 등 민관의 다양한 네트워크도 너무나 많지만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은 극히 미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고도의 훈련된 전문가들의 또 다른 지원이 필요한 일이다. 이러한 내용들 자체를 이해하도록 공무원 등 기성세대에 대한 아동, 청소년인권 및 참여교육 등 다양한 방법의 지원이 필요하고 민의 자발적인 지원조직, 네트워크 등의 실질적인 활동들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청소년운동이라는 일을 꽤 오랜 시간 해 오면서 한 가지 확신 하게 되었다. 청소년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만으로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그들이 존재하는 공간에 모든 이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당사자 청소년의 실질적인 목소리가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가장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이것만큼은 절대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소년이 행복한 도시는 기성세대가 좋다고 우기며 만들어 주는 그 어떤 것들이 아닌, 청소년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들이 실제화 되는 ‘과정’ 자체라는 것을 관련자들이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청소년이 행복한 지역사회는 청소년이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함께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