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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진로

돈 되는 직업이 꿈이 되는 현실

by 달그락달그락 2016. 3. 6.

"넌 꿈이 뭐니? " 

"셰프요. 판사요. 교사요. 등등……. " 

"아니, 직업 말고 꿈이 뭐냐고?" "방금 말한 거요." 

"누가 직업을 꿈이라고 말 하니?" 

"선생님이 그랬어요. 엄마, 아빠도 그래요. 제 주변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러던데요." 

"그건 꿈이 아니라 직업이란다. 그 꿈은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그 안의 가치와 맞닿아 있는 거다. 교사를 하더라도 학생들을 진짜로 사랑하며 그들의 삶의 긍정적 변화, 또는 행복한 삶에 대한 성찰과 행동에 대한 움직임이 필요한 건데, 그 안에서 나 자신의 성찰하는 과정과 가치 등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란다. 이런 게 꿈이 아니겠니?" 

“샘, 너무 어려워요. 그냥 전 셰프해서 돈 많이 벌어 텔레비전 나올래요.” 



출처. 허핑턴포스트 코리아1


청소년들과 진로에 대한 대화 중 한 토막이다. 꿈은 직업이고 그 직업은 안정적 여건과 돈이 모든 것이 된다. 지금 한국 고등학생들이 가장 꿈꾸는 직업 1위는 공무원이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이들 많다. 2위는 뭘까? ‘건물주’다. 가장 최근 모 방송사에서 조사한 자료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진로에 대한 인식은 누가 만들어 주었을까? 바로 기성세대인 우리다. 심지어 유명한 진로강사나 상담자들 또한 이러한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 주는데 한 몫 하는 듯싶다. 



출처. 인터넷 여기저기


기업 강의를 주로 하는 유명강사들이 어느 순간부터 부모교육 대가처럼 강의나 상담을 하는 것을 가끔 보게 된다. 청소년들 삶을 모두 아는 것처럼 아주 쉽게 이야기한다. 자신이 주장하는 몇 가지 설이나 강조점을 정리해서 희한한 용어 만들고 모두인 것처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학력 등 스펙 탄탄한 이력서 내밀고 강의하는 ‘말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현혹되기 쉬워 보인다. 심지어 어느 유명 강사는 강의 방법을 개신교의 기도원 부흥회를 보며 연구를 했다는 설까지 있을 정도이니 그들의 강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겠다. 


경제 공부한 사람, 음악 공부 한 사람들이 기업 중심의 돈 되는 강의 하다가도 학생들의 입시와 진로 연계된 부모 들 대상의 강단 앞에 서면 최고의 청소년진로 전문가가 된다. 자기자식 빼 놓고 그 어떤 청소년을 만나본 경험도 없고, 만나더라도 강연장에서 고액 강사료 받고 강연하는 것이 전부인 사람들이다. 청소년에 대해 공부하지도 않았고 그들과 활동해 본 경험도 없는데 부흥회 식의 강연으로 방송에 나와 청소년진로의 도사처럼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 이 사람들이 훌륭한 강연자라며 방송에서 안내하는 일을 그만 했으면 좋겠다. 거기에 현혹 되 우리 아이들은 저렇게 키워야지 하면서 무속인 에게 상담 받듯이 자녀의 삶을 묻는 이들까지 보게 된다. 


경제학자들이 회사를 차려서 대박 내야 하느냐 하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공부를 하고 연구를 하면서 기업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실제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도 있다. 앞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몇몇 유명 강사들에 대한 비판은 이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들은 청소년, 청년 세대에 대한 연구, 학습, 경험, 교육 등의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이 바라보는 현시대의 몇 가지 관점으로 무조건 옳다는 듯 한 주장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들의 한결같은 결론은 거의 비슷하다. 이 세상 혼란스럽고 복잡하니 체계적인 입시교육과 스펙을 통해서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안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들이 청소년들에게 바라는 간지러운 곳을 이들이 대신 긁어 주는 것만 같다. 나는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되는가? 




우리가 10대와 20대 청소년들에게 해 주어야 할 이야기는 경쟁에서 이기려는 행위가 아니다. 청소년들이 경쟁에 저항하며 사람다운 삶에 대한 자기 성찰을 통한 공동체적인 이상적 가치와 철학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단순히 고액 또는 안정적 직업이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공딩(고등학교 때에 대학포기하고 9급 공무원 준비하는 학생들을 일컫는 용어)들의 출연을 보면 마음이 아파진다. 


어쩌면 우리 기성세대 모두는 청소년진로 전문가 행세를 할 수도 있다. 모두가 그 시간을 지내왔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에 따른 수준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청소년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살았으니 그만큼 할 말이 있겠다. 나처럼 청소년 공부하거나 경험하지 않았어도 자신의 삶을 빚대어 참으로 할 말이 많을 수 있다. 성공했다는 많은 이들의 경험과 삶이 매번 왜 경쟁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 곳에서 허우적 거리며 살아 남으라고만 하는 일들이 맞느냐는 거다. 그나마도 그 알량한 강의에서도 부모나 청소년들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상대를 경쟁 시키려고 환장한 이들. 직업적 안정과 돈을 목적으로 하는 성공은 자칫 괴로움일 수 있다.


대안이 뭐냐고? 젊은이들이 ‘헬 조선’이라고 칭하는 우리 사회에서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다만 한 가지는 안다. 어찌 됐건 기성세대인 나부터 경쟁이 아닌 공동체, 공생할 수 있는 삶에 대한 고민과 그러한 시간을 영위하려는 노력이 청소년진로활동의 처음이 아닌지.


  1. 허핑턴포스트코리아. http://www.huffingtonpost.kr/2016/03/02/story_n_9363736.html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