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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학교 적응이 아닌 참여하려는 노력

by 달그락달그락 2015. 10. 6.

청소년참여는 그들의 삶의 공간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속한 어느 공간에서건 권한과 책임을 갖는 것인데 현재의 우리 사회적 환경상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의 공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신의 삶이 녹아 있는 학교, 가정, 문화 공간 등 모두를 포함한 지역사회 전반에 참여를 뜻한다. 지역사회 참여 또한 단순히 몇몇 정책의 제안자로서 머무는 것을 넘어서서 청소년들이 시민으로서 온전히 그 공간의 주체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참여는 청소년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과정이자 목적이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책임은 반드시 따라오게 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에서 시민으로서의 성장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1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학교에 청소년들은 참여하고 있을까? 학교에 적응을 잘 하면 좋은 학생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 동안 교육, 청소년, 복지, 상담심리 등의 영역에서 청소년과 관련된 학교 적응 관련 논문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아 왔다. 별의 별 이론을 가져다 붙이면서 그만한 이유를 논증했다. 


결론은 학교적응 잘 하는 청소년이 공부 잘 하고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라고 단정한다면 너무 거칠게 이야기 하는 것일까? 학교적응에 실패하고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이러한 지점과 맞닿아 있다. 


특히 학부모들의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인식은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단어에 대한 느낌이 ‘부정적(매우 포함)’이 72.5%이다. 대체로 긍정적이지 않은 어감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크다. 대중매체에서 소개되는 학교 밖 청소년의 이미지가 ‘부정적(매우 포함)’이라는 응답 또한 10명 중 8명(84.3%)에 달한다.2 


우리사회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생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2015년 5월 교육부(2015)의 통계를 보니 유치원을 포함 초중고 전체 학생 수는 6,819,927명이고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은 51,906명(전체학생 대비 0.8%)으로 전년대비 8,662명 감소하였고, 초등학생 학업중단율 0.5%, 중학생 0.7%, 고등학교 1.4%로 전년대비 0.1~0.2%p 감소하였다고 보고된다. 교육부의 통계를 들여다보면서 공공의 학교를 중도 이탈한 것이지 학업을 중단했다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학업 중단’이라는 표현이 생선가시가 목에 걸린 것처럼 느껴진다. 


1%도 안 되는 작은 숫자이니 무시하고 가야 한다는 사람도 있겠다마는 매년 5만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난 다는 것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것은 우리사회 공동체 입장에서는 큰 문제로 보인다. 


최근 학교 밖 청소년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지원계획에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예방 및 사회적 인식 개선에 관한 사항”이 눈에 뛴다. 9조의 교육지원에서 학교로의 재입학, 대안학교 진학, 검정고시 등 대부분 학교 또는 학교를 졸업하는 자격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대상들이 더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잠재적 중도 탈락자라고 하는 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진 청소년들이다. 


학교에는 앉아 있지만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교를 그만 두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은 과연 몇 %나 될까? 정확한 통계가 없어서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몇 몇 연구를 취합해 보면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들어 학교 중퇴 청소년은 다소 감소 추세를 보이는 반면 학교에 재학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배움을 중단한 상태이거나 중퇴 의도를 가진 청소년 즉 잠재적 학업중단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다.3 


학교에 다니고 있으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청소년은 19%에서 53.5%로456 학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의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또한 지각과 결석을 반복하며 학교를 드나드는 아이들, 정서적 장애와 대인기피증을 앓는 아이들에게 잠재적 학업중단과 현실적 학업중단의 구분은 모호하지만7, 잠재적 학업중단은 학교 중퇴로 이어질 확률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잠재적 학업중단 청소년문제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간과하기 어렵다. 


국영수 수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고 청소년들의 경우 한 반에서 교사들의 진도를 따라 갈 수 있는 학생들이 몇 명이나 될까 추측하면 쉽게 상황을 인지할 수 있다. 한반 30명 정원 가운데 몇 명이나 수업진도를 따라갈까? 


그렇다면 학교가 무조건 문제가 있고 나쁜 곳인가? 그렇지 않다. 그 공간에서 친구관계를 깊게 맺고 나름의 꿈을 꾸며 희망을 노래하는 친구들도 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에 대한 배려는 학교내외에서 공동으로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떻게 배려하고 지원해야 하는지 ‘청소년참여’ 관점에서 몇 가지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학교는 단순히 적응하는 곳이 아닌, 학생신분을 가진 시민으로서 참여하는 곳이라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학생은 위치권으로서의 자기 권리가 존재하고 이에 따른 책임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사회의 고질적 문제라고 치부하며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입시정책에서 탈피하기까지는 못하더라도 가능한 그들이 학생이라는 위치에서 가져야 할 권리를 이해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학생의 대표성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의 의사결정권한을 반드시 교사와 협의 구조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학교의 관리・통제적 정책과 상당수 학생 수준에 맞지 않는 학업진도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곧 학교 내에서도 학생들의 자기결정권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 내에 매우 많을 것으로 사료되는 학교의 잠재적 중도 이탈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둘째로 학교를 떠나는 것 또한 청소년들의 선택으로 하나의 권리로 인정하고 자립(또는 독립)의 기간에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공부(학업) 또는 진로의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학교 밖에 청소년들은 ‘부적응자’라는 편견으로서가 아닌 우리 사회에서 당연히 받아야할 교육에 대한 권리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정책적으로 재학여부와 관계없이 청소년들의 성장을 위한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를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지원하는 국가 예산대비 학교 밖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의 지원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청소년들의 실질적 참여에 있다. 


학교 밖 지원 법률도 상당수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그동안 복지정책 가운데 고질적 문제로 고려되고 있는 당사자의 특성과 욕구에 따른 내용보다는 서비스 지원기관 중심으로 사업들이 진행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넘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서 이탈한 청소년들의 여러 문제에서 그들이 욕구와 필요를 채우지 못해서인데 학교 밖 청소년들을 지원한다는 명목 하에 또 다른 대상화를 통해 관리・통제 하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들을 지원하는 사업은 철저히 청소년들의 주도적이고 실질적 참여에 기반을 둔 활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방지 하는 인식 개선 활동을 청소년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이끌어 내야 한다. 학교를 떠난 청소년이 비행청소년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사회적 편견은 생각 외로 깊다. 그들의 낙인해소와 정책홍보는 당연히 강화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활동 가운데 또 다른 편견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캠페인에 동원되거나 형식적 홍보에 그치는 경우 또한 문제로 보인다. 소수라도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충분히 인식개선 사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돕는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더불어 그 동안의 캠페인 방법인 전단지와 피케팅 등의 방법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활용 등의 다양한 미디어 활용과 청소년들 안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활동이 요구된다. 



# 본 원고는 2015년 10월 21일 충청남도 위기청소년정책 제안을 위한 희망포럼에서 청소년참여주제로 토론발표할 정건희의 원고 요약본입니다.

  1. 정건희(2015). 어린이・청소년 참여기구 운영 매뉴얼. 서울특별시・서울시여성가족재단 [본문으로]
  2.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15). 학교 밖 청소년 지원정책 현안과 의제. 청소년정책이슈브리프 제5호 [본문으로]
  3. 고기홍 (2003). 학업중단 청소년의 문제와 상담적개입방안. 학생생활연구, 24(1), 117-136. [본문으로]
  4. 교육부(2015). 2015 교육기본통계.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본문으로]
  5. 조아미 (2001). 청소년의 학교중퇴 의도 결정 요인. 청소년학연구, 9(2), 1-22. [본문으로]
  6. 구자경・홍지영・장유진 (2001). 청소년의 자퇴 욕구 실태와 관련 특성연구, 학교를 나가려는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상담전략. 서울 : 서울특별시청소년종합상담실. [본문으로]
  7. 정연순, 이민경 (2008). 교사들이 지각한 잠재적 학업중단의 유형과 특성. 한국교육, 35(1), 79-10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