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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활동

청소년활동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범

by 달그락달그락 2014. 9. 3.

작년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와 세월호 참사 이후 청소년 분야에서 안전을 위해서 변한 게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정부는 청소년활동진흥법이라는 제도를 손질하면서 캠프 등 야외 프로그램을 신고하거나 혹은 덜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활동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후 인증을 받도록 했다. 정책 진행 초기여서 혼선이 있지만 정부에서는 나름의 대안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고위험군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부족해서 현장에서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고, 사전 신고제는 최종 지자체 공무원의 허가를 받아야 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허가제와 다름없는 제도다. 책임소재 때문에 모 시에서는 여름방학동안에 1박 이상의 캠프 등의 프로그램은 한 건도 신고를 받아 주지 않았다는 웃지 못할 사례도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청소년관련 기관에서 안전을 강화하기 위하여 심폐소생술 등의 안전교육이 한창이다. 청소년지도사 등 보수교육에 소방 관련 전문가의 화재에 대한 강의가 생길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의 안전은 보장이 되고 청소년활동은 정책 이름 그대로 ‘진흥’되어 활성화 될 것인가? 단언컨대 안전은 그리 크게 보장 되지 않을 것이고 활동은 더욱 위축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안전을 강화한다면서 청소년활동을 옥죄는 관리통제 시스템이 정부나 관련자들의 면피용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인증제도는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하고자 하지만 안전이 주요한 목적이 아니다. 이번 해만 수천 건이 인증되었다고 한다. 청소년 관련한 전문기관 뿐만 아니라 여행업체나 사설기관 등도 상당수 인증 받았다. 인증받은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과 재발방지 대책은 있는가? 인증제는 최소한의 안전에 대한 검토 정도에서 이해해야 한다. 완전한 안전보장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청소년전문기관도 아닌 사설 여행 업체 등에서 돈벌이용 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청소년활동 안전을 위한 대안이라고 나오는 정책들이 자칫 행정적 절차의 면피용으로만 남을 수도 있다.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의 책임은 청소년전문시설이 아닌 청소년시설의 탈을 쓴 사설 업체 및 관리감독을 해야 할 기관에 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은 청소년 전문기관이 아닌 선박업체와 선박 안전 규제를 책임져야 할 관련 부처에 있다. 인천에서 배를 타는 비용과 김포에서 저가항공을 타는 비용의 차이가 크지 않다. 오히려 김포에서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배를 타는 것보다도 더 저렴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배를 이용하는 문제가 정부 정책적인 경제 살리기의 일환으로 해운업 성장과 연계되어 있다는 경제학자의 분석이 먹히는 대목이다.

 

“고등학생 수학여행을 보내달라고 부산지방해양항만청·제주해양관리단이 교육당국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는 것과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선박연령을 30년으로 10년 연장한 것은 수익성 때문이었다.”, “불행의 출발은 국가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나눠먹기’를 보장해준 데 있다”는 것.

 

핵심은 신자유주의를 강조하며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안전을 등한시한 채 돈에 집중하고 규제개혁 운운한 정부의 중점 추진 정책이 참사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의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소년 관련 영역에서도 가장 약하고 조용한 청소년활동 분야만을 관리통제의 수단으로 삼아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의 비효율적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번 정부에서는 규제를 암덩어리로까지 표현하면서도 유독 청소년활동과 관련된 대부분의 일들은 규제와 관리 통제만을 강화하고 있다. 보호라는 명목이다. 안전이 보장된다면 이러한 상황을 그나마 공감하겠으나 OECD국가에 청소년에 대한 관리통제는 가장 강하면서 청소년들의 안전문제가 가장 불안전한 나라가 아니던가.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활동과 교육, 복지 등의 근본 목적과 안전보다는 이윤과 경제 논리에 빠져 모든 것을 돈에만 집중하는 정책과 함께 안전을 관리통제로만 보는 이 사회의 통념이다.

 

근본적 문제를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위해 단식과 시위 등을 하는 이들에게 또 다시 경제 운운하며 그만하자고 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세월호 이후 변한 게 무엇이냐고? 우리 귀한 아이들을 또 죽일 수 있는 환경을 그대로 방치하겠느냐고? 매번 표피적인 관리통제적인 보호이데올로기와 성인중심주의, 그리고 경제 최우선 주의의 논리에 싸여 있는 사회담론이 너무나 힘겹게 다가온다. '청소년 안전'은 단순한 인증제와 사전신고(허가)제, 심폐소생술 교육과 안전 매뉴얼 몇 가지로 해결할 수 없다. 이 사회의 미친 경쟁과 탐욕의 경제논리에서 빠져 나오지 않는 한 우리의 안전은 절대로 담보할 수 없다.

 

청소년안전을 담보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이 사회의 근본적인 병폐에 저항하며 치열하게 싸워야만 한다. 청소년활동가라는 위치에서 ‘활동’이라는 ‘일’의 본질적 가치를 찾는 노력에 집중하며, '연대'하고 ‘소통’하며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적 공간에 ‘참여’하여 변화의 촉진자로서의 노력을 최대한 기울어야만 한다. 청소년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주범은 기성세대의 탐욕과 함께 청소년을 관리통제의 문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 미친 보호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성인중심주의다. 우리가 이러한 근본적인 사회적 고민을 하지 않고 청소년을 사업 대상으로서만 관계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을 때 우리 또한 탐욕에 찌든 기성세대로서 안전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전락하지는 않을는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