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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낚시하는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13. 4. 2.




많은 이들이 10대 청소년들의 교육에 있어서 낚시 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한다. 교육만 그럴까? 사회복지나 청소년계에서도 대상자분들에게 이런 류의 이야기 많이도 한다. 당사자인 청소년에게 주체성과 전문성 운운하며 자립까지도 염두에 둔다.


청소년에게 낚시하는 방법에 대해 기관시설에서 치열한 학습과 훈련을 시킨다. 멋진 낚시대 까지 후원받았다. 드디어 물가로 나왔다. 배운데로 최선을 다해 낚시에 바늘을 연결하고 힘차게 던졌다. 며칠을 기다려도 물고기가 낚이지 않는다. 희망을 가지고 집중해야 하며 지속해야 한다는 정신교육도 받은 터라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더군다나 배정 받은 자리이기 때문에 이 곳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물을 자세히 보니 폐수가 뒤섞여 있다.


건너편에 어떤 사람은 낚시 바늘만 넣으면 물고기들이 몇 초 지나지 않아 잡혀 올라 온다. 아버지가 어장을 만들어 주었단다. 앞의 어장에서 낚시하는 사람은 낚시 연습 뿐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에 대해 학습이 전혀 없었다. 자세히 보니 상대 어장에는 물고기가 물보다 많아 보인다.


낚시질 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배웠다. 먹여주거나 무엇을 대가 없이 주는 것은 자칫 복지병을 양산한다며 비판 했다. 요즘의 사회 환경을 자세히 보면 이러한 논리가 맞는지 회의가 든다. 중요한 것은 어장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사회에 존재하는 유형무형의 어장이 누군가로 인해 세습되는 듯 싶다. 세습은 위에 동네나 아래 동네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와 종교까지 모두의 공통적인 문제로 이해된다.


예전에 10대들 대상으로 천국과 지옥은 네 마음에 있다며 진로교육 했었던 기억이 있다. 사회변화를 위해 네가 나서야 하며 그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더 열심히 살면 모든 것들을 이룰 수 있다는 뉘앙스로 열변을 토했던 경험도 있다. 열심히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네가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었고 모든 게 너의 책임이라며 몰아 붙이기까지 했다. 아이들이 강해지기를 바랬다. 사회가 이 모양이니 이러한 사회에서 살기 위해서는 더욱 더 강해져야 했다. 많이도 무지했었다.


나에게 꿈을 꾸고 희망을 노래하며 삶에 실천하는 그 소중한 가치들을 이루는 과정은 치열함이 결부되기 마련이었다. 과정 가운데 내 안을 더욱 깊이 돌아 보게 되었다. 과연 당시의 10대 아이들에게 이 말들이 씨알이 먹혔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아프다.


문제는 또 있다. 물반 고기반인 어장에서 낚시하는 아이들이다. 과연 재미있을까? 어떤 이들에게는 한 마리만 잡아도 너무나 귀한 가치가 있는 물고기다. 가족 전체의 생계가 해결되기도 한다. 세습 받은 어장에서 자신의 진로나 뜻과 관계 없이 편하고 안락하고 안정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모의 강압에 의해 큰 어장에 물고기를 낚는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리다.

페이스북에 낚시하는 법이라는 글을 포스팅 했었다. 친구 분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그 중 한 분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썩어버린 물에서 작은 맛없는 물고기 몇 마리 낚았지만 누군가와 나눠먹을 사람이 있다면 행복하리라.”

고기가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라. 그러나 먼저 왜 낚시해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낚은 고기를 누구랑 먹어야하는 지를 알려주라.”


낚시대를 잡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여기에 있다.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고민이다. 선택하기도 전에 세습되거나 노력해도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문제는 사회의 공생적 관계를 해친다. 핵심은 낚시의 이유다. 근본적인 이유의 고민과 성찰.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