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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학위 논문 마치며; 감사의 글

by 달그락달그락 2013. 1. 14.




1998년 늦은 가을에 청소년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직장휴가 기간이어서 잠시 자원봉사 하고자 친구 소개로 찾았던 기관이 YMCA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만났던 청소년들은 제 삶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만나면 즐거웠고 무언가 나누고 싶었습니다. 자원지도자라는 역할을 하다가 어느 순간 실무자가 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을 깊게 만날수록 저의 부족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게 됐습니다.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2001년 대학원에 입학했고 최윤진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2003년 석사과정 마치면서 청소년인권에 대해 학습한 내용을 기초로 해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단체 내에 청소년인권센터를 개소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운동에서 자치조직을 중심으로 ‘인권과 참여’는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이후 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수련관 등을 운영하고 지역운동차원에서 네트워크 강화하면서 청소년참여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현장 활동 가운데 2009년 박사과정에 다시 입학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현장에서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고 청소년인권과 참여에 대해 더 깊이 사고하며 일하고 싶었습니다.


공부하고자 일하면서 서울로 통학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박사과정은 공부자체가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일들 가운데 결국은 논문을 쓰는 과정까지 이르렀습니다. 논문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연구과정을 위한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습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된 책임감이 있었던 터라 쉽지 않았지만 가족들의 도움으로 가능했습니다. 논문을 쓴다는 것은 가족들과 함께 이루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대학원 과정 가운데 배우며 감사한 분들이 많습니다.

제자에 대한 교수님들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고 연구자로서의 태도와 학습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도 교수님이신 최윤진 교수님은 제 인생의 커다란 선물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열정적인 지도는 저를 많이도 겸손하게 해 주었고 현장에서의 자기 사례에 대한 일방적 주장이 아닌 과학적 근거를 통한 연구과정의 지도는 저를 성장시키는 매우 큰 동력이었습니다. 지도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논문 심사과정에서 위원장을 맡아 주신 김현주 교수님의 세심하며 명철한 제안과 배려는 연구자로서 더욱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대구에서 본 논문심사만을 위해 세 차례나 왕래 하시며 연구과정과 윤리, 좋은 자료까지 제안해 주신 천정웅 교수님의 열정적 심사와 지도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수년간 정책연구원에서 청소년인권과 참여에 대한 연구를 하시고 바쁜 와중에도 심사에 참여해 주신 김영지 박사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질적 연구에 대한 세심한 제안과 깊은 관심을 가져 주신 어성연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본 학과의 임영식 교수님, 문성호 교수님, 장재홍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대학원 연구방의 선생님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동기 이영수 선생님의 배려와 친누님같은 송화숙 원장님의 따뜻한 관심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여러 모습으로 관심 가져 주신 저희 연구방 1호 박사이신 김윤나 교수님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박사과정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박성숙 관장님, 고승덕 변호사님, 손진희 선생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석사과정 홍문화, 김용수, 최보람, 조호연, 이계화, 정은희, 변길섭, 양승부 선생님 그리고 작년에 졸업한 양은일 선생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대학원 입학하면서 운영했던 기관의 직원 분들이 있습니다. 부족한 선배의 공부를 위해 지지와 격려 해 주며 도움을 주었던 우리 직원 분들 장미숙, 김미영, 오성우, 노순영, 박재석, 이민우, 최주희 선생님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특히 저의 부족한 공부 뒷바라지를 가장 많이 했던 네 분의 여성이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내, 두 딸아이인 예인, 다인입니다. 가족의 지지와 격려가 없었다면 부족하나마 이러한 논문이 나올 수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저의 사랑하는 가족에게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를 전합니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습니다.


1999년 겨울을 기억합니다. 청소년활동을 치열하게 하고는 있으나 정작 삶을 걸만한 그 어떤 가치를 찾지 못할 때였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눈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청년기의 제 안을 바라보며 많이도 힘겨워 했습니다. 그러한 갈등과 삶에 대한 치열함이 저를 이곳까지 몰고 왔습니다. 그 한 가운데에 청소년들이 있었습니다. 지난 해 청소년을 만나게 해 주었던 단체를 사직했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주요한 것은 인생의 후반기에 대한 꿈이었습니다. 학위 논문이 꿈을 이루는 삶의 전환점을 마련해 주지는 않지만 저에게는 인생을 다시 준비하며 고민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청소년에 관한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또 다시 새로운 삶의 항해를 시작합니다. 저는 지금도 청소년들을 만나면 가슴이 뜁니다. 가슴 뛰는 삶의 흔들림이 좋습니다.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당신은 당신이 한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들 때문에 더 후회할 것이다. 그러니 닻을 올려 안전한 포구를 떠나라. 당신의 돛에 무역풍을 가득 안고 출발하여 탐험하라, 꿈꾸라, 그리고 발견하라."


마크 트웨인의 이 글처럼 청소년들과 함께 탐험하며 꿈꾸고 발견하는 새로운 항해를 다시 시작하고자 합니다. 하늘만을 바라보며 꿈을 꾸고 희망을 노래하고자 합니다. 하늘만을 바라보며…….


2013년 1월 어느 새벽에 골방 서재에서 정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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