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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안젤리나 졸리와 팥쥐 어머니

by 달그락달그락 2011. 8. 28.

방학이 끝나간다. 청소년들이 외모가 달라지는 때다. 방학 시작할 때 머리카락을 물들이는 청소년들이 꽤 된다. 방학과 동시에 잘 나오던 동아리방에 오지 않는 청소년들이 있다. 방학과 동시에 성형외과에 달려가기 때문이다. 개학 때쯤 눈과 코의 형태가 달라진 이들도 있다. 여름은 그래도 덜 하다. 겨울방학에 여학생들의 쌍꺼풀 수술은 일반화 된지 오래다. 외모에 민감할 때이기도 하지만 근래 대중매체를 보게 되면 정도가 심하다 싶을 정도의 소비지향적인 내용이 많다. 몽짱 만들기,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범람한다. 오디션을 통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이미 케이블을 넘어 안방극장에 주요한 프로가 된지 오래다. 심지어 개그 프로그램에서까지 다이어트를 통해 웃기려 한다.

 

언제인가 청소년들에게 "키 160센티미터에 몸무게 48킬로그램, 그리고 얼굴 크기는 CD크기가 미인 형 인데 내 얼굴은 엘피판"이라는 등의 농담을 했다. 웃기를 바랐는데 아이들이 별 반응이 없다. 개그가 아닌 현실이란다. 그들에게는 이미 실제 미인형이었다. 이러한 모습이 여자 연예인들의 몸 체형이고 이들을 닮기를 원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아이돌 스타들의 몸은 비정상적이리만큼 말랐다. 그러한 몸이 평균이고 닮아야 하는 우상으로 존재한다.

 

학자들은 청소년기를 자아정체성 확립기라고 칭한다. 우리사회에서는 정체성 성립의 시기에 이들이 내세울 만한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성적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 신분에서 내세울만한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부정하지 않는다. 성적과 함께 키, 몸무게, 얼굴 형태와 크기 등 외모도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강조하는 것은 소비와 직결된다. 대중매체의 영향은 청소년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 간다. 이러한 대중매체가 희망을 주면 좋을 진데 청소년들, 특히 여자청소년들을 괴롭히는 불안감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한 예로 남태평양의 피지에는 1995년에 텔레비전이 도입되었다. 그로부터 3년 만에, 피지 10대 소녀의 11.9%가 음식을 토하게 되었단다. 텔레비전이 도입되기 전에는 소녀들의 체형이 건강하고 일반적이었으나 대중매체로 인해 아름다움과 건강의 기준을 마르고 볼륨 있는 모습으로 강조하며 왜곡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뚱뚱하면 건강이 무조건 좋지 않다는 설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건강한 몸이 단지 마른 유형의 몸일 수 없다는 것이다. 건강한 몸의 체중은 자기에게 가장 알맞은 그 '어떤 것'이란다. 날씬해도 체지방이 내부에 많고 병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히려 몸이 뚱뚱해도 잘 먹고, 잘 싸고, 운동하며 건강하게 사는 이들도 많다. 중요한 것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대중 매체가 온전히 잘못된 외모의 컴플랙스를 끊임없이 강요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른들이다. 자아정체성 운운하지 못한다. 우리 자신부터 정체성을 확립해 외적인 체형이 아닌 그 어떤 가치 있는 내세울만한 중심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내용들을 찾지 못한다. 기업에서는 끊임없이 아이돌, 화장품, 광고모델 등을 내세우며 이러한 사람들이 성공한 이들이라고 강조하며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뚱뚱한 것 자체를 죄악시 하며 게으름, 건강하지 않은 몸 등 나쁜 것 이라고 단정 지어 버린다. 실제 몸무게가 정상인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이 과체중이라고 생각 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자본에 놀아나지 않고, 청소년들의 자기 몸을 사랑하며 가치 있는 정체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들을 돕는 다는 것은 성인들 입장에서 가장 먼저 가치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에 정체감 형성을 우리 안에서부터 해야 할 것이다.

 

고전 가운데 콩쥐팥쥐를 기억하는가? 책에 팥쥐 어머니를 묘사하는 장면이 있다. 정확하지 않은 기억에 의존해 보면 입술은 도톰하고(과일을 연상했는데?), 몸은 허리가 들어간 어떤 항아리 형(코카콜라병 상상했다.)이고, 눈썹과 눈의 표현 등을 떠 올려 보니 외국 영화배우인 안젤리나 졸 리가 연상이 된다. 현대사회에서 팥쥐 어머니는 글래머러스한 건강한 아름다움의 표상 아닌가?

시대에 흔들리지 말며, 특히 소비만 부추기는 대중매체의 아름다움에 속지 말자.

 

 

 

# 2011년 8월 31일 새전북신문 칼럼입니다.

 

(110828) 안젤리나 졸리와 팥쥐 어머니- 새전북- 정건희.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