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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외로움과 아픔

by 달그락달그락 2011. 1. 15.

지난 수요일 새벽녘 조찬회의에 참여 하려고, 일어나려 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목소리도 나오질 않는다. 아프다. 온몸이 쑤시고 목도 아프고, 기침도 나온다. 그래도 부득부득 몸을 일으켜 화장실까지 갔다. 거울 속에 있는 나와 대면했다. 머리카락은 새집지어 한쪽으로 쏠려 있고, 잠 못 잔 눈은 퀭하니 뻘겋다. 몸뚱이에게 한마디 했다.

 

"참……. 잘 버텼다. 미안하다"

 

몸뚱이가 아프지 않고 근 일 년 가까운 시간을 버텼으니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잘 먹이지도, 제 때 잠을 재우지도 않았고, 거기에 운동이라는 단어를 붙일 만 한 행위를 근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행하지 않았으니 볼 만 했다. 거울을 마주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시 내 방안의 이글루와 같은 딱딱한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못 일어났다. 이틀 가까운 시간 이불속에 있었다. 끙끙 앓으면서도 당일까지 서울의 모 법인에 보내야할 사업계획서 수정본이 생각이 났다. 개인적인 계획으로는 어제 조찬회의 마치면 계획서 수정한 것 보내고 피드백 받아 마무리 하는 것이었는데 이루어지지 않았고, 법인 쪽에 연락도 못해 주었다.

갑자기 눈을 뜨니 새벽 4시경이다. 하루 반나절을 꼬박 이불속에 있었나 보다. 노트북 켜고 비몽사몽간에 계획서 수정했다.

 

"보완을 한 것은 한 거지?"

 

나에게 되물었다. 이번 계획서 중요했는데, 자꾸만 다른 일정 때문에 손도 못 대고 급한 일 처리하다가 다른 일에 밀려서 자꾸만 늦어지고 말았다. 다시 누웠다. 그날도 일어나지 못했다. 병원에 가보니 의사선생님께서는 심한 몸살하고 감기, 면역력이 어떠하고, 이런저런 말씀을 해 주시면 약과 주사를 주신다. 잘 쉬고, 잘 먹고, 잠 잘 자고, 스트레스 받지 않아야 한다 신다.

사람이 아프면 많은 생각이 든다. 특히 중요한 일들이 생각이 난다. 서운한 사람관계, 자신의 외로운 감정도 극대화된다. 정신과 육체가 약해지면 드는 아주 일반적인 모양새다. 서운한 사람관계는 나의 부족이니 차치하자. 다만 중요한 일을 떠오르게 하는 것은 깊이 고민해 보아야할 부분이다.

 

오늘 오후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 이끌고 출근하여 노트북 열었다. 메일 확인하고 페이스북(facebook) 열었는데 '정은임'씨 동영상이 있다. 꽤 오래전 늦은 밤 정은임씨가 진행한 FM영화음악을 자주 청취하며 관람하지도 않았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영화음악에 흠뻑 빠져 있곤 했었다. 반가운 마음에 클릭했는데 고인이 된 다음날 이 분을 기리며 남긴 엔딩 샷이다.

 

"새벽 세시 고공크레인 위에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백여 일을 고공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 겠다고."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 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아주 가끔씩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느낌"을 전해 받지만 나에게 배부른 소리다. 지금 이 날씨에 실제 고공크레인 위에 생사를 오가며 싸우는 분들이 존재한다. 가끔씩 내 자신을 볼 때면 너무나 배부른 행위를 하는 것 같아 내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현재의 위치에서 '운동'이라 치부하며 행위 하는 일들을 곰곰이 떠올려 본다. 목적하는바 가고 있는가? '본질'적 운동담론에 심취해 있는가?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싫어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은근히 많은 이들에게 이러한 느낌은 전해 받고 싶지 않은가? 자칫 비참한 모습이다.

 

삶의 부단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너무나 많다. '함께'한다는 가치를 지니고 많은 이들의 아픔과 힘겨움을 같이 나눈다 믿으며 이 일을 시작했다. 그러한 일을 하는 조직 내부에서조차 또 다른 비교와 갈등을 통한 아픔을 보고 말았다. 깊이 고민해 보니 나 또한 그러한 갈등을 일으킨 한사람일수도 있겠다. 성찰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항상 문제는 계속해서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사람은 누구나 아플 수 있다.

몸이 건강해서 육체적으로 아프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짜 아픔은 혼자일 때다.

혼자일 때 사람은 아프다.

 

혼자인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세상이다.

이제 아프지 말자.

함께 해주어야지 내가 아프면 어떻게 하나?

혼자가 아님에도 혼자인 척 하는 위선도 벗어 버리자.

측은지심은 이정도면 됐다.

그만하고 털고 일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