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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자신이 행하는 일의 확신

by 달그락달그락 2010. 9. 11.

   어제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의 강의시간에 지역아동센터 영상을 보고 토론했습니다.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을 매우 감동적으로 그린 짧은 영상이었습니다. 기관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 가운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좋은 곳', '희망이 있는 곳', '어려운 환경의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내어 놓았습니다. 과정가운데 빈곤의 사슬에 있는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는 확률이 6%정도 된다는 통계도 설명하였습니다. 동영상에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 이제 구구단을 외울 정도도 학업성취가 낮은 아이였으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아이가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질문했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자녀가 있다고 가정할 때 지역아동센터에 보내고 싶은 사람 있나요? 갑자기 조용해 졌습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보내겠다는 학생들이 한명도 없었습니다. 학생들이 해석하는 지역아동센터는 좋은 곳이나 자신의 자녀가 갈만큼 좋은 곳은 아니라는 해석일까요? 아니면 다른 해석이 있을까요? 자신이 일하는 그 곳이 단순히 직업적 장소로서 좋은 일 하는 정도이지 실제 자신의 삶과는 괴리가 있는 곳일까요?

 

   최소한 자신이 행하는 사회사업(social work)이라면 그 부분에 책임을 지고 자신의 아이, 부모 등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삶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인식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유독 사회복지 영역뿐일까요? 자신이 시민운동가, 교육운동가라 칭하며 NGO에서 근무하면서도 자신의 자식은 자신의 운동단체에서 행하는 이념과 철학에 반해, 아이들을 강압하며 고액과외와 새벽반 학원에 보내기도 하면서, 자신이 참여하는 단체의 프로그램이나 청소년동아리 등 자치조직에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간혹 비싼 프로젝트 받은 국제교류 프로그램이나, 중앙의 좋은 캠프 정도 참여시키는 정도에서 그치고 마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두가 그렇지 않습니다. 일부일수도 있고 다수일수도 있습니다. 설문조사를 한 것도 아니기에 완전한 데이터를 설명할 수 없지만 개인적 경험에서 주변의 다양한 분들의 삶에서 나타난 모습입니다.

 

   자신이 행하는 운동에 확신이 없이 자기 자식은 그렇게 참여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올바른 내용일까요? 아동, 청소년복지시설의 당사자들과 자신들의 자녀가 어울릴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며 월급 받고 좋은 일 한다고 칭찬 받는 게 옳은 일일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강변하실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가 약하고 어렵고 환경이 좋지 않기에 그런 청소년들과 자신의 자녀는 분리되어 교육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실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행하는 청소년단체의 사업들이 참여, 인권, 문화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진행되어지고 그 곳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의 여러 모습 중 단점만을 생각하여 참여시키지 않는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관단체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청소년들을 조직하며 사업을 진행하는 실무자가 자신의 자녀는 일부러 참여를 배제하는 행태는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행하는 사업에 확신이 없으면서 자녀가 아닌 다른 청소년들은 참여시키고 문제가 있어도 된다는 뜻입니까? 복지기관의 아동청소년복지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렵고 약한 아이들을 따로 모아서 좋은 일 지원한다며 강조하지만 결국 이 아이들과 자신의 자녀는 섞일 수 없다고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극단적 표현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자신의 일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내가 만나는 그 어떤 당사자분들의 삶에 개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자신의 밥벌이 정도로 사회사업(social work)과 운동(movement)을 폄하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이지 않을까요?

 

http://www.youthauto.net/zboard/view.php?id=example&no=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