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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난 누구 편일까?

by 달그락달그락 2010. 7. 16.

 

 

군산시로부터 청소년수련관을 7월1일부터 YMCA가 수탁운영하게 되었다.

 

 

 

사무실에 들어가 짐도 풀기 전에 시에서 주관하는 지역복지대회를 지원하고, 다음날 모 기관 아이들 캠프에 도움을 주었다. 시설 전체가 새롭게 단장을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기에 많이 어수선 했다. 일요일 새벽에 퇴근해 잠이 들었는데 7시경 휴대전화가 울렸다. 수련관 앞의 화장실이 지저분하다며 화장실을 이용한다는 주민이 민원을 넣은 것이다. 점심에 출근해 보니 선생님 두 분이서 열심히 청소중이다. 관계자의 말을 들으니 바로 앞에 시민들을 위한 화장실이 있지만 이곳을 주로 사용한다며 산행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한분만 들어갔다 나오시면 바닥이 지저분해 보인다고 자주 민원이 있다고 토로한다.

 

수련관내에서는 법적으로 실내외를 막론하고 금연구역이다. 운동하러 오신 성인들 몇 분이서 담배 피우고 꽁초는 아무데나 튕겨버린다. 화장실 앞 자판기에서도 담배 태우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다. 수련관 내에 운동을 하는 회원 분들 중 몇 분 또한 담배 태우는 것은 매 한가지다. 수년간 수련관 체육관을 모 성인동우회에서 오전 중에 사용했단다. 모임의 회장님과 한두 달 전부터 연락이 있어서 관계하며 효율적 활용을 위해 노력하고자 7월까지 상황을 보아 가며 체육관 사용을 진행하기로 했다. 청소년들의 수련프로그램은 당연히 체육관 사용이 많은데 오전 성인들 운동모임 때문에 사용을 제약받을 수는 없었다. 운동모임의 모든 분들에게 설명하며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야기가 잘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했으나 당일 몇 분이서 체육관 사용을 해야 한다며 시에 민원을 넣었다. 체육동우회 하시는 분들을 내보내면 안 된다며 여러 지역 어른들에게 전화도 10여 통 이상을 받았다.

 

6월부터 대략적인 인수인계 받고 7월1일 시설에 들어서자마자 민원의 연속이다. 짧은 시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대안을 만들어 시행했다. 성격상 비판받을 것은 충분히 받아 고치려 하나 이주도 안 된 시간에 받은 여러 민원이 개운치만은 않다.

 

 

 

 

지난 12일 미네소타 주립대학의 마이클 베이져먼, 로스 로홀트 두 분 교수님과 중앙대의 최윤진 교수님 등을 모시고 지역의 관련 전문가와 청소년과 함께 청소년지도자 국제포럼을 진행했다. 국가의 청소년정책에 부합하는 운영을 하기 위해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추진방향의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

 

 

포럼 가운데 단연 돋보인 발제자는 존 베이져먼 교수님의 발표였다. 청소년수련관의 재개관에 대한 축하를 전한 후 향후 청소년들의 안전한 공간이 되기 위한 시민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어느 편인가?"(Whose side are we on?)라는 질문을 던진 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청소년들을 그들의 세상과 광범위 한 세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해 주는 것", "그들의 관심사에 대해 참여를 지지하는 것", "청소년에게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와 역량이 있고 그 역량을 점차적으로 향상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라며 청소년기관의 목적이 이러한 방향으로 목적을 실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들의 편"으로서 그들의 시민성(citizenship)을 향상 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청소년전문가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청소년들의 편에 서서 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대편에 서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칫 앞의 예에서 들었듯 여러 민원과 현실적인 환경에 둘러싸이게 될 경우 나는 어느 편에 서게 될지 고민이다.

 

체육동우회 성인모임에서 계속해서 민원을 넣을 때 여러 문제가 일어나는 게 싫어 아이들 프로그램을 다른 데로 돌리지 않을까? 수련관 내 금연지역인지 알면서도 흡연하는 어른들에게 한두 번 지적하다가 반발만 일으키고 그대로 두지는 않을까? 프로그램을 다양화 하고 청소년들의 공간인 만큼 그들이 주인 되게 자치활동이나 청소년들의 동아리 조직과 지역의 역사․문화․환경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사업을 행하며, 특히 약한 청소년들의 복지지원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소홀이 한 채 재정 걱정하며 문화교육프로그램만을 만들고 수익사업에만 열을 올리지는 않을까?

 

포럼에서도 강조했지만 청소년정책의 대상 집단은 청소년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결국 청소년수련관의 존재 이유는 건전한 민주시민 육성을 위한 추진방향을 청소년의 참여보장과 청소년의 창의성과 자율성에 기초한 능동적 삶의 실현에 두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실제적인 참여를 통해 그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길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수련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만약 지금처럼 청소년들은 없고 주변의 환경에 이끌려 산행하는 어른들과 체육관사용하는 성인들의 눈치만 보고, 수련관 야외와 내부도 어르신에게 내 줄때 청소년들은 설자리가 없다. 결국 나도 어른이기에 다시 어른의 편으로 돌아서는 꼴이 되고 만다.

"나는 청소년 편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기관 모든 종사자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청소년 편이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청소년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재정적 어려움이나 힘겨운 정치적 민원이 계속해서 밀려와도 청소년 편이었으면 좋겠다."

 

# 청소년수련관 수탁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일들이 많습니다.

   지역신문사에서 요청한 칼럼입니다.

   지난 7월12일 청소년지도자 국제포럼 원고도 첨부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http://www.youthauto.net/zboard/view.php?id=example&no=106

 

 

(100713) 군산청소년수련관 워크숍.pdf

 

(100715) 난 누구 편일까-정건희 (미래신문 칼.hwp

 

 

(100713) 군산청소년수련관 워크숍.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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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15) 난 누구 편일까-정건희 (미래신문 칼.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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