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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선물

by 달그락달그락 2010. 4. 10.

오전에 강의 중 학생 한분이 딸기 한 박스를 내미십니다.

저는 괜찮다며 친구 분들과 나누어 드시라고 말씀 드렸는데도
많이 있다며 가져가라 하십니다.
강의 마치고 나오는데 손에 쥐어 주십니다.
감사하게 받겠다고 인사 드렸습니다.
오전 일정에 맞추어 분주히 움직이느라
차에다 두고 이제야 귀가하며 열었습니다.
집에 가져가니 아내가 좋아합니다.

선물 받는 것을 꺼릴 때가 있었습니다.

상대에게 괜히 미안했습니다.

제가 받는다는 것 자체가

죄송하기도 하고 무언가 상대에게 더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좋은 분들께 가끔 전하는 책이나 작은 선물들을

상대가 거절하거나 어려워 할 때 난감함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감사하게 받아 주십니다.

그럴 때마다 잘 받아 주심에 감사한 마음이 더 커집니다.

저는 이러한 상대의 감사하고 기쁜 마음을 그동안

외면한 사람이 되었던 것입니다.

전하는 선물의 의미가 서로에게 덕이 되는 선물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몇 달 전 국립청소년수련원 두 곳의 시공사를 선정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그 심사위원 선정 대상에

제가 포함된 모양입니다. 심사위원이 선정되지도 않았고

중앙으로부터 의뢰에 대한 전화 한 통화 받은 게 전부였는데

다음날 모대기업 건설회사 부장이라는 분이 다짜고짜 찾아 오셔서

무엇을 놓고 가시며 부탁하십니다. 가져가라 했는데 별거 아니라며

작은 탁상용 시계가 담긴 작은 쇼핑백 하나를 책상에 놓으며

심사위원 선정되시면 꼭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나중 저에게 어떤 좋은 일이 있을 거라며 가십니다.

답답한 일입니다.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더욱 난감했습니다.

저희 선생님 한분을 불러 농담하며

이거 뇌물 받은 건데 버리기는 그렇고 집에 가져가 쓰라고 드렸습니다.

당연히 심사위원 신청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선물이 아닙니다.

사람을 난감하게 하는 힘겨운 고통입니다.

 


지난주에 제가 전에 읽으며 감동받아 혼자 어찌할지 몰랐던
'평화주의자 예수'라는 책을 지인 분들께 보내드렸습니다.
너무 작은 선물인데 한 분께서 제 블로그에
감사 인사를 남겼습니다.
글을 보며 제가 보내드린 정성에 비해 몇 배나
더 큰 감사가 남아 있습니다.
이 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책을 보내 드린 다음날
하나님께 그 책값에 맞는 문화상품권을 보내 주셨습니다.

지역에 또 하나의 주간신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습니다.
기자분이 글 써달라고 몇 차례 연락을 해 와서
작성한 칼럼을 보내드렸는데 너무 좋다 시며
앞으로 또 부탁한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감사하다며 보내온 문화상품권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상품권 가격이 지인 분들께 보내 드린
책 가격과 거의 일치합니다.

다음 날 출근해 보니 책상에 작은 우편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수년전 지역 KBS방송국에 작가로 계시면서
물심양면 지원해 주셨던 분께서
제 아가의 첫 생일이라며 보내온 옷이었습니다.
결혼과 함께 경기도 쪽으로 이사 가시며
현재는 다른 방송국 작가로 프리랜서로 활동하시고 계십니다.
근래 몇 년 만에 뵀었는데, 그 때 나눈 대화를 기억한 모양입니다.
옷을 보내시며 엽서에
"아이돌이 언제인지 정확히 모르고 4월 정도일 것 같아서
그냥 미리 보낸다"며 "아가의 첫 생일을 축하'한다고
기뻐해 주십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저에게 너무 많은 분들이 과하게 선물을
주고 계시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물이 물질적인 어떤 것들을 뜻하지 않습니다.
몇 마디 말 안에 담긴 진실함에서 커다란 선물을 받게 됩니다.
위안을 받게 되고 감사와 기쁨을 얻게 됩니다.

저희 기관 선생님들로부터도 커다란 선물을 지속해서 받고 있습니다.
서로의 직함이나 어떤 지위 때문이 아닌
사람으로서 인정이 통하며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여
힘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부족한 저와 함께 일하면서도 무수히 만들어 내는 일을
거의 불평 없이 최선을 다하십니다.
잘 돌보지 못하는 제 안의 작은 가정 일들까지도 챙겨주려
마음을 쓰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에게는 너무 큰 선물입니다.

살아가는 과정가운데 너무나 소중한 선물들이 많음에도
가끔씩 불평하며 힘겨워 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정말 한명, 그 한명 때문에 힘겨운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건데 그 분 또한 저를 성장시킨 가장
큰 지도력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잘 못된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선물이겠지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어떠한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감동과 감사가 넘치는 선물일 수도 있고,
쓰레기만도 못한 독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저와 관계한 모든 것들은 하나님이 주신
소중하고 값진 선물임을 믿고 신뢰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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