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에게 책을 읽어 줍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간혹 10시 이전에 퇴근할 때 있는 일입니다.
그림책 십여권을 바닥에 놓습니다.
아가에게 고르게 합니다.
아가는 '어어' 하며.. 그림책에 손가락을 폅니다.
가르킨 책을 집어 들고 읽어 주며 설명합니다.
이제 10개월 정도 된 아가인데
30여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중하며 바라보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아가도 가장 즐거워 하고,
저도 참으로 평화롭고 감사한 시간입니다.
세상사 여러 힘겨움이 녹아 있습니다.
먼곳의 행복을 꿈꾸기도 합니다.
지금도 미래의 그 어떤 모습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며 기도합니다.
하지만 꼭 기억하고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제 가슴의 평화입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힘겨움도 전해 받지만
궁극적으로 그 모든 일에 대한 부분은 제가 감당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미래를 기대하며 현재를 살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아가를 보면서 많이 깨닫습니다.
내 삶의 평화로운 삶은 환경에 있지 않습니다.
평화로운 삶의 그 행복은 결국 제 안에 존재합니다.
누구를 탓하거나 가르치려는 마음이 계속해서 줄어듭니다.
결국은 저의 모습이며,
지금 이 순간 제 가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산 너머 언덕 너머
먼 하늘에
행복은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아, 나는 그를 따라
남 따라 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돌아왔다네.
산 너머 언덕 너머
먼 하늘에
행복은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근래 읽은 시 중에 독일의 시인 칼 붓세의 시입니다.
산 너머 언덕 너머의 먼 하늘에 행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강조하며 현실이 힘들지만 이겨내라 강조하는 수많은 글들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산 너머 언덕 너머 가는 과정가운데 행복이 존재합니다.
삶은 연속이며 과정입니다.
무엇을 이룬 후에 행복할 수 있지만 그 한 순간의 행복을 위한
수많은 삶의 힘겨움이 자칫 결과에 묻힐 수 있습니다.
우리네 삶은 결과를 위한 과정은 아닙니다.
내 삶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존재하는 현재의 시간에 우리가 꿈꾸어 가는
결과의 과정을 지속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라 믿습니다.
바로 우리네 현재의 삶입니다.
지금 이순간이 가장 소중합니다.
목적이 존재하나 그 과정 또한 결과이며 가치이며
행복할 권리가 그 안에 존재합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떤 일을 하건,
우리 아가의 그 마음처럼
지금 이 순간 평화로워 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