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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YMCA운동 정체성의 논의와 소통방법

by 달그락달그락 2009. 12. 21.

 

의식의 생성 과정

 

주일 저녁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아내가 된장찌개를 끊여 주었습니다. 몇 주 만에 집에서 식사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내의 음식을 좋아 합니다. 음식을 정성스럽게 합니다. 항상 집에서 식사할 시간이 거의 없는 게 아쉽습니다. 몸은 음식에 반응합니다. 쌀, 김치, 달걀, 생선 등 먹는 것에 반응합니다. 많은 이들이 건강을 위해 먹는 것을 조절하려 노력합니다. 과거에는 못 먹어서 힘겨웠는데 근래에는 최대한 먹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사람은 육체적인 삶만 있는 게 아닙니다. 머리와 가슴의 의식세계가 존재합니다. 많은 이들이 우리가 의식하며 발산하는 정보가 어디에서 오는지 모른 채 자신을 맹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타 기관․단체에서 요청받는 강의 때에 수강생들에게 묻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식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세요?"

답은 "책 한권 읽은 사람입니다."

단순한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이 질문에는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책 한권 읽은 사람은 그 책이 자신의 행동하는 논리의 모든 것을 귀결한다고 믿기 때문에 어떠한 논리와 경험, 과학적 연구결과를 제시해도 이 책 이상을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는 의미입니다. 요지는 다방면의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많이 아는 이들일수록 자기 것만을 강조하지 못함을 알게 됩니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책 한권이라도 읽었기에 다행이라 여깁니다. 어떤 이들은 책 한권 읽지 않은 채 자신의 의식세계를 맹신하며 타인을 강압하려 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저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그 정보에 따라 의식구조가 정립되어 가고 있음에도 자신의 의식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점검하지 않은 채 살아갑니다. 작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를 기억합니다. 조선일보를 비난하는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조선일보가 자신들의 관점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정서를 왜곡하여 전달했기 때문에 참여한 시민들이 분노했다고 생각합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의식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조선일보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터넷 등의 수많은 미디어에서 엄청난 정보를 품어 댑니다. 자신이 선별해서 보는 것이 아닙니다. 일방적입니다. 더군다나 선정적이며 폭력적인 내용과 함께 끊임없이 반복되는 광고 문구의 물질 소유적 가치는 치가 떨릴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이러한 정보를 거름장치 없이 계속해서 흡입하여 어느새 자신의 삶조차도 그러한 인식구조로 개편되어지며, 그것을 맹신하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광고의 핵심 문구를 자세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추월은 강자의 특권이다' , '앞서갈 준비가 되었습니까?', '지금, 그녀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당신에게는 휴식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대한민국 1퍼센트',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줍니다.'

결국 돈의 가치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논리이며, 내가 얼마만큼 더 소비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러한 광고의 중요한 의미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광고대로 우리의 뇌는 의식화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광고는 무조건 '추월'하라고 강요합니다. '상위 1퍼센트'가 되기 위해 고급차를 사야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와 크기를 비교하며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게 됩니다. 결국 우리의 능력은 돈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를 잘 하는 능력'이 사람의 모든 능력을 귀결 짓고 맙니다. 이러한 광고와 함께 미디어에 의해 시민의 의식을 지배하는 주체는 바로 기업입니다. 생산과 소비를 통한 이윤추구의 극대화를 꾀하는 곳이 우리의 의식세계를 많이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의식구조는 어떻습니까?

 

 

간사지도력의 의식구조

 

YMCA에서 운동을 하는 간사지도력의 의식을 구성하는 주된 내용은 무엇입니까?

저를 들여다보니, 선배님들께 들은 내용, YMCA역사서, 수많은 토론회와 논단 등에서의 토론과 관련 자료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들 정도의 수준에서 구성된 것 같습니다. 우리 안의 정체성을 논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부분입니다. 어느 한 부분의 결정사항으로 기준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논하며, "청소년이 보이는 지역사회"에 대한 목표를 이야기 하지만 정작 이를 위해 제가 가지고 있는 뇌와 가슴의 의식구조는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 볼 경황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사회 환경의 신자유주의 체제의 경쟁 패러다임을 비판하며 어설픈 대안을 논하지만 정작 그에 대한 실체는 무엇이며, 제가 행하는 운동이 삶의 어디까지 녹아 있는지 의문입니다. 어설프나마 다양한 대안을 이야기 하며 실행하면서도 그 이유와 가치와 실천 철학에 대한 깊은 사고는 어디까지 있었는지 반성해 봅니다.

주변에 YMCA활동이 좋은 일이기에 한다는 자위적인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좋은 일'입니다. 운수업, 환경미화, 이용업, 요식업 등 우리네 삶에서 나쁜 일을 행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삶에서 나쁜 '일'은 없어 보입니다. 모두가 좋은 일입니다. 우리는 YMCA에 있기에 목적과 이념에 충실하려 노력할 뿐입니다. 특히나 YMCA는 이념공동체이기에 이러한 이념을 현실에 맞추어 어떻게 체화하여 삶을 영위할 것인지 끊임없는 고민과 기도와 학습에 따른 실행과 삶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또한 저의 자의적인 해석일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우리를 운동방향에 맞추어 의식화 하는 환경이 무엇인지 깊은 성찰이 있어야겠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간과한 채 오직 자신의 밥벌이 수단으로서 YMCA를 이용하지는 않는지 힘겹습니다.

"조직의 성장이나 단체 내에서 동료의 성장을 위해 돕기보다는 비방하고 헐뜯어 어떻게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승진(?)이나 하려 하지 있습니까?"

"별 관계도 없는 타 지역 간사나 비방하고 자신의 작은 이기성을 채우고 정치(?)하지는 않습니까?"

"후배들이 들어오면 자신의 동역자라 여기고 지도하여 YMCA지도력으로 성장시키기보다는 자신의 잔일이나 시키고 이용하려하지는 않습니까?"

"나와 함께 하는 모든 이들과 지역사회 하나님 나라를 위해 근본적 성찰을 위한 끊임없는 학습과 토론과 기도를 하기 보다는 수년전 아니 수십 년 전 귀동냥 했던 몇 가지 이야기를 아직도 반복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가 5년 전에 이랬는데, 아니 10년 전에 이렇게 힘들게 일 했는 데를 반복하며 과거 고생했던 이야기들만을 수년째 반복하여 전하며 근래 수년 동안 6시 '땡'하면 무조건 귀가해야 하는 공무원(?)같은 생활을 하지는 않습니까?"

"자신을 내어 놓고 삶에 본이 되기 위해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살기보다는, 미래에 자신의 위치만을 걱정하며 한탄하지는 않습니까?"

"지도력 성장을 중요한 요체로 여기는 YMCA에서 자신을 통해 몇 명의 간사지도력이나 운동 지도력이 배출되었는지 아십니까? 오히려 자신 때문에 최선을 다했던 훌륭한 지도력들이 떠나지는 않았습니까?

이러한 질문을 하고 보니 가슴 아픈 일이 있습니다. 부끄러워지는 부분 많습니다. 저 또한 이 물음에 답을 해야겠습니다. YMCA 목적문은 제 삶이며 희망입니다. 하지만 그 일도 사람이 행하기에 관계에서 오는 여러 일들이 만들어 질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됩니다.

 

 

인문사회학적 학습의 필요이유

 

이러한 유치한 질문을 넘어서기 위해서 감히 인문사회학적인 깊은 학습이 필요하다고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인문사회학적 문제는 인간사에 답이 없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다양하고 수많은 논쟁거리가 우리 사회 안에 있지만 이러한 근본적이고 실증적인 인문학적, 사회학적 소양은 우리에게 너무나 중요한 가치를 인식시켜 줍니다. 사람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에서도 우리네 다양한 사람살이에서 수많은 문제에 정확한 답을 내리기에는 이미 불가능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지금까지 배우고 학습하고 실천한 반경 내에서 옳다고 여기는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현재까지 옳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이유에 대한 실천이 여기에 존재 합니다. 그래서 더욱 실천에는 철학과 이념이 존재해야 하며 이러한 관점을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합니다. 인간을 알아가고 사회를 알아가야 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 삶의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YMCA목적문을 끊임없이 성찰하며 그에 따른 사회현상과 인문학적 소양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러한 이유나 고민 없이 단순히 YMCA에서 행하니 좋은 사업이라 주장하시는 분들을 가끔씩 보게 됩니다.

프로그램 안에 생명과 평화만 붙여 놓으면 모두가 YMCA운동의 성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행하는 사업이 너무나 조심스럽습니다. 저 또한 사업을 위한 사업을 행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행하는 사업안에 어떠한 뜻과 과정과 우리의 이념을 녹여내고 있는지 철저히 반추해 보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음을 고백합니다.

삶에 수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과거 목적이 무엇인지, 원칙이 무엇인지 모른 채 마구 진행 했던 때가 있습니다. 처음 '운동(movement)'이라는 것을 접하면서 제가 경험했던 일들입니다. 아이들을 위한다(for youth)는 명목으로 행하면 그저 모두 좋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운동을 이루기 위한 과정가운데 사업을 어떻게(how)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무수히 많았는데, 도무지 왜(Why)하는지에 대한 답을 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 목적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여깁니다. 정체성 운운하며 토론했던 기억이 10여 년 전인데 지금도 정체성을 논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믿습니다. 아마도 YMCA운동을 끝마칠 때 까지 이러한 정체성 논의는 지속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다만 그 해석은 현실의 역사인식과 맥이 닿아 있을 것입니다. 결국 환경과 사용하는 도구는 달라졌어도 우리의 변하지 않는 원칙은 목적문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이 부분을 현실에 맞추어 어떻게 해설할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사고와 성찰이 너무나 중요한 과제로 남습니다. 그래서 더욱 인문사회학적 학습을 강조하곤 합니다. 조직 없는 사업들, 목적 없는 사업들, 가치는 오직 수익을 일구기 위한 사업들, 진행하는 운동의 내용들이 YMCA와 다른 기관과 별반 차이 없이 정체성 없는 이상한 일들로 변해가는 모습들, 제 안의 저를 더욱 자세히 보게 하는 수많은 일들이 존재합니다. 시설수탁의 목적도, 사업의 목적도, 사람을 조직하고 함께 하는 이유도, 오직 우리의 사명에 있음을 믿습니다.

항시 처음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YMCA의 기본조직운영의 목적을 상기하며 그러한 기본적인 조직체계를 구축하고 그 이외의 부수적인 내용들을 결합시켜려 노력합니다. 본연의 내용은 채우지도 않은 채 재정과 건물의 부수적인 일들에 목을 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제가 경험한 YMCA운동의 기본체계는 단순합니다. 운동 목적과 이념, 함께 하는 사람들과 과정이면 족합니다. 이를 이루기 위한 우리 안의 기본적인 노력 가운데 하나가 인문사회학의 학습이라 생각합니다.

운동 목적의 해석과 우리 이상을 실천하는 일에 대한 끊임없는 토론과 학습에 의해서만이 사람들과 실행과정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근본 가치, 이념, 철학의 바른 기준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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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YMCA AOS(간사회) 연구지에 실릴 글입니다.

 

http://www.youthauto.net/zboard/view.php?id=example&no=83

091220-2010년 YMCA푯대지 원고(정건희-최종).hwp

 

091220-2010년 YMCA푯대지 원고(정건희-최종).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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