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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축제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돈은 만들어지고

by 달그락달그락 2004. 2. 1.
축제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돈은 만들어지고




"끼약! 오빠~" 6일 오후 8시경 서울 강남의 A고등학교에서 벌어진 교내 가을축제. 운동장에 마련된 무대 위에 요즘 청소년 사이에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댄스 가수가 등장했다.

1000여명의 학생들은 가수의 격정적인 노래와 현란한 율동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한 손으로 높이 치켜든 야광 막대기는 파도처럼 흔들렸고 운동장은 마치 콘서트 장을 방불케 했다.

이어지는 또 다른 인기 그룹의 노래, 그리고 마지막 순서인 불꽃놀이. 국가기관이나 민간단체의 큰 행사가 있을 때나 볼 수 있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5분 여간 밤하늘을 수놓았다.


2003년 9월 9일 동아일보의 “초호화판 고교 축제” 라는 제목의 기사 글이다.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요즘의 고교축제

연예인들이 고등학교의 축제에 출연한다는 내용이었으며 학생회 측이 주변 학원에서 스폰서와 함께 학생회비로 충당하고 있으며, 연예인이 출연하는 무대의 공연행사를 제외하고는 청소년들이 준비한 전시회라든지 하는 축제의 내용은 소홀히 한다는 내용이었다.

축제를 진행함에 있어 특별한 어떤 목적이 있을 수 없다. 그저 텔레비전과 광고 그리고 현재 많이도 벌어지고 있는 성인들의 문화에서 배운 대로 실천했을 뿐이다. 한 순간의 간단한 일회성 행사였으며 그저 돈을 들여 간단하게 만들어 그 순간만 즐기면 된다.

그리고 내가 주도성을 가지고 주인공이 되어 힘겨울 필요도 없다. 또한 주인공이 되지 않을 바엔 모든 이들이 인정할 정도의 인물(연예인)이 올라가야만 열광할 수 있다. 그리고 축제를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 일부 이벤트 업자들의 목적을 청소년들이 그대로 이어 받는 지금의 모습이다.

청소년들이 성인들에게 배운 배움을 그대로 실천했다면 너무 억측일까?


주관단체가 축제내용을 결정짓는다

모든 일들에는 목적이 존재한다. 이벤트 업자가 행사를 계획하고 추진할 때 최후의 목적은 돈이다.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평가 방법 또한 간단하다.

그 안에 어떠한 목적이 있었으며 그 내용을 만들어 가기 위해 어떠한 사람들이 어떻게 고민하고 계획하고 실천하려고 했으며 누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는 알 필요도 없다. 단지, 몇 명이 모였으며 어떤 사람들이 왔느냐 그리고 얼마 남았느냐 정도에 초점을 맞추면 그만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고 매번 침 튀겨 가며 강조하는 것은 우리 청소년이 그러한 모습들을 그대로 전달받아 행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이기 위한 행사만이 능사가 아니며 어떠한 순수한 목적과 동기를 가지고 만들어 가며 나누고 배려하고 공동체적 성격을 가지고 함께 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저 한순간 쾌락적인 열광만 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현재의 청소년환경에 의한 구조로서 그러한 정도의 생각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도 보여지지만 그래도 가슴이 저려 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와 같이 많은 행사가 있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은 환경 적으로 많이도 변했는지 모르지만 중요한 몇 가지가 오용되어지고 있다.

행사를 기획하며 기대효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그 축제나 내용을 준비하며 기획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주관 단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벤트 업체나 용역을 받은 기획사에게 의뢰하고 축제 등의 행사를 만들어 가다 보면 분명 재정적인 부분에 의해 그 축제의 기본 목적과 내용의 효과에 대해서는 소홀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행사추진하며 어느 정도의 예산만 지불하고 인원 모이는 것에 급급하여 문제를 양산한다는 것 자체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얼마나 많은가?


청소년 이름으로 치뤄지는 축제!
그 무대의 중심엔 청소년이 없다


지난 군산시민의 날 축제에서 관계자에게 행사 중 가장 많은 예산을 들여 청소년축제를 준비했다고 들었다.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조금 잘 한다는 연예인은 모두 불러 왔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청소년이라는 이름을 걸고 행사(쇼킹 뭔가 하는 제목을 건?)를 치렀다. 그리고 우리 청소년들은 무대 아래에서 열광했다.

그런데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그것도 군산의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치렀으며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그 무대의 중심에는 지역의 청소년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함께 만들고 즐기는 살아있는 축제돼야

학교에서의 축제는 또 어떤가. 과거와는 달리 그래도 요즘은 청소년들의 자치권을 인정하며 그들이 주체가 되어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자주 드려다 본다.

하지만 지금도 오로지 겉에서의 예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하여 교사들이 진두지휘를 하여 행사의 전반적 내용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또한 드려다 보게 된다.

축제와 행사를 추진하여 진행할 수 있는 자발적인 봉사자는 그래서 더욱 어려운지도 모른다. 함께 즐기고 함께 만들어 가는 축제일 때 살아있는 축제일 것이다.

서울의 몇 군대에서 요 근래 웃지 못할 일들이 일어났다. 미국에서조차 종교적인 모습과 여러 이유 때문에 그리 탐탁지 않은 내용으로 치러지는 할로윈 축제가 떴다는 표현을 써대며 밤새 흥청망청 대는 젊은이들이 매스컴에 보도되었다. 그것도 축제라는 이름으로...

강남 일대부터 대학가 주변까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할로윈 데이라는 이름으로 클럽들의 흥청망청 술 문화에 밤새 놀아야 하는 이유가 단지 옆에 넘어져 있는 호박 몇 덩어리 때문일까? 아연실색(啞然失色)이라는 표현을 이때 써야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발렌타인데이에 화이트데이까지도 작디 작은 내 주변머리로 받아들이는데 한참이 걸렸다(그래도 그것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다며). 어차피 경제적인 효과를 누리기 위한 기업의 얄팍한 상술에 모든 것들이 놀아난다지만 해도 너무 한다.

불과 작년 겨울까지만 해도 미군 장갑차 사건에 힘겨워하며 남의 나라 국기 자르고 촛불 붙여가며 법 개정하기 위해 노력했었던 중심에도 젊은이들이 있지 않았는가?

대학의 축제는 또 어떤가? 지역대학 봉사동아리의 행사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아연실색(啞然失色)했다. 봉사 동아리렌다. 그리고 가끔씩 모여서 봉사활동도 한 덴다. 그런데 대학의 축제에서 열심히 난장이라는 주점을 벌여 저녁이면 친구들 모아서 함께 술 마시더니 축제를 마치고 수익금을 모아서 또 술 마시러 간 덴다.

나의 너무 작고 작은 주변머리로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래도 현실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슴이 답답해 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나의 작은 주변머리 때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