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은 몇 권이나 될까?
내가 앞으로 30년은 살까? 더(덜) 살까? 모르겠다.
한 달에 서너 권을 읽고 있으니 얼추 계산하면 일 년에 40여 권 정도이고, 10년이면 4백 권, 눈 상태가 책을 읽을 정도 된다는 가정하에 30여 년 동안 읽는다고 해도 1천 권 조금 넘는다는 결론이다. 은퇴 후 시간이 많아지면 주에 두세 권은 더 읽을 수도 있겠다. 그때 몸 상태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정말 많이 읽어도 2천 권 내외나 될까?
요즘 책 읽을 때 목차를 보고 프롤로그를 읽은 후 2, 30쪽 보다가 내용이 없으면 바로 다른 책으로 넘어간다. 삶의 유한한 시간 동안 내용이 부실한 책을 붙잡고 싶지 않다.
매달 책 모임 두어 개, 거기에 운영하는 연구소 위원회 모임에서도 책을 읽어야 하는 시간이 있고, 사무실 선생님들과 같이 읽자고 정한 책도 있다. 매달 무조건 3, 4권은 꼬박 읽어야 하는 상황이다. 요즘은 책 네, 다섯 권 정도를 책상, 침대 등에 놓고 시간 될 때마다 읽는다. 책은 골라 읽는 게 맞다. 버릴 책은 과감히 버린다.
한 달에 몇 권 읽지도 못하면서 책을 계속 사고 틈틈이 읽는 이유가 있다. 잘 살고 싶어서다. 조금 더 풀어 보면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다. 책에는 정제되고 나름 검증된 온갖 지혜가 모아져 있다. 그 속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아가며, 내 삶의 나침반을 더욱 또렷하게 보는 힘이 생긴다.
인간관계는 어떤가? 앞으로 새롭게 만날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머리에 기억이 되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잡아도 150명을 넘지 못한다는 연구가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계속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깊이 있게 삶을 나누는 친구들이 있어야 한다. 노인이 되어 매일 산책할 수 있는 친구 두세 명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나이 먹을 수록 친구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서로의 행복 때문이다.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기분이 좋아지고, 함께 하면서 어떤 일을 했을 때에도 뿌듯하며, 안정적이고 평화로워진다. 요즘에도 소수이지만 그 깊은 유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살아가면서 정말 내가 좋아하는 때가 언제이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내 감정과 가슴의 내밀한 모습을 살피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나이 먹으면서 자꾸만 사회(밖)가 아닌 내 안을 보게 된다.
내 하루 중 가장 기분이 좋은 때를 살폈다. 이른 아침에 운동을 하고 난 후에 샤워할 때가 기분이 좋다. 글을 쓰고 지인들의 공감을 받으면 좋고, 어설픈 연구나 어떤 글을 써 놓고서 뿌듯해할 때도 있다. 활동 가운데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이 우리 비전을 알고 참여해 줄 때도 좋고,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의 밝은 웃음에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도 그랬다. 청소년, 청년들이 활동하면서 긍정적 변화를 만났을 때 그 순간이 너무 좋고, 현장의 후배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에도 감사함이 크다. 또한 그들이 행하는 일이 주도적으로 잘 이루어질 때도 기분이 좋아진다. ‘달그락’이나 ‘길위의청년학교’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삶을 나누는 시민들은 커다란 기쁨을 준다.
먼 미래에 나와 산책할 동료를 만들기 위해서 하루를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서 사람을 수단시 하거나 다른 목적을 취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고 그 안에서 좋은 사람들과 뿌듯한 그 무엇을 만나고 싶을 뿐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기대를 갖는다. 누군가 읽고 조금이라도 삶에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는 그 순간의 좋은 감정을 미리 끌어서 좋아하고 있다. 이 글을 끝까지 읽고 공감해 주는 이가 한명 정도는 있다고 믿어서다.
오늘은 아침부터 일정이 있어서 운동도 못 했다. 몸이 많이 피곤한 날이다. 저녁 또 야근, 정 선생님과 배달음식 시켜 먹고 책상에서 잠시 졸았다. 잠든지도 모르고 이어폰의 목소리 때문에 깼다.
먼 미래를 볼 일이 아니다. 오늘 하루를 어찌 살았나 보면 내 미래도 그렇게 흘러가게 되어 있다. 잘 산다는 것?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비전을 붙잡고 그 순간에 서로가 기분 좋고 감사하며 감동하는 그 무엇을 붙잡으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안다.
또 봄이다. 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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