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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이동의 끝에서 만난 예술과 청소년, 그리고 나의 현장

by 달그락달그락 2026. 2. 27.

공항이다. 곧 사무실로 들어간다.

2박 3일간 안산에서 법인 총회를 마친 뒤 서울로 이동해 잠시 일을 보고, 김포공항을 거쳐 제주에 왔다. 마지막 일정으로 제주도문화예술재단 청소년 사업에 대한 컨설팅을 마쳤다.


이번 컨설팅은 지난 사업 심사 및 평가 이후 선정된 기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무기력한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 시골에 사는 청소년 등 다양한 층을 대상으로 연극과 음악, 그림 등 예술을 통해 청소년의 문화예술 감수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문화예술가들을 매개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자기만의 주체성을 키워가는 청소년들이 많아 보인다.

문화예술 감수성이란 예술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해석하며, 이를 자기 언어로 다시 바라보는 힘이다.

하루를 소리로 표현해 보자는 질문에 “하루가 힘들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청소년은 “처음엔 소리가 많은데, 점점 비어 있어요”라며 “집에 오면 말이 없어지는 느낌을 이렇게 만들었어요”라고 자신의 감각을 해석해 낸다.

영화를 감상한 뒤에도 “카메라가 계속 인물을 따라가니까 숨 막히는 느낌이 들었어요”와 같은, 자기만의 주체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드로잉 과정에서는 피카소, 모네 등 여러 화가들의 삶과 그 시대적 상황을 들여다보며 사회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그려내기도 한다.

문화예술 역량은 청소년들이 무엇보다 갖추어야 할 중요한 역량으로 보인다.

연극, 그림, 타악 등 어느 한 예술 분야를 붙잡고 삶을 걸어온 예술가들을 보며 특별한 힘을 느낀다. 서울의 하자 등에서 활동하다 시골로 내려와 연극을 통해 청소년을 만나며 삶을 걸고 나눔을 실천해 온 청년 예술가와의 대화는 특히 뭉클했다. 미술 교사를 사직하고, 그림을 그리며 드로잉만으로 청소년을 만나고자 했던 화가의 열정적 말투와 눈빛 또한 잊을 수 없다.

이들이 국가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를 만들어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면,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어떻게 연결하고 함께할 수 있을지 생각이 많아졌다.

3일간 출장을 다니며 법인 총회도 마쳤고, 지난해를 정리하며 새해를 준비하는 일들의 큰 틀이 잡힌 느낌이다. 어제 오후에는 좋아하는 친구와 커피도 마셨다. 심야에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열연하는 유해진을 보며 눈물과 콧물을 다 쏟았고, 어깨 통증으로 병원에 들러 잠시 물리치료도 받았다. 돌아보니 3일 동안 일뿐만 아니라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이제 가야지. 일상 속에서의 나의 귀한 현장 속으로.

ps.
사진. 역시나 백년만의 셀카는 어색하기만 하고, 컨설팅 장소는 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