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한파에 폭설 예보가 떴다. 날도 잘 잡았지. 지난 달부터 일정 조율하며 네 식구 모두가 좋다고 한 날이 오늘부터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아이는 무척이나 즐거운 모양이다. 연신 웃으며 다닌다.
막내가 중학교를 졸업했고, 기념으로 수년 만에 가족 여행을 제주로 오게 된 것. 큰아이가 며칠간 여행 계획을 짰다.


도착 후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아오모리현립미술관 국제교류전을 관람했다. ‘바람과 숲의 대화’가 주제였다. 아오모리와 제주의 근현대부터의 연결을 엿본다. 바람과 숲의 공존에 따른 생명이 보이는 듯싶어.
전시회 관람 후, 도코도코클럽에서 소품을 구경해야 했다. 다양한 소품이 있는 커다란 숍인 줄 알았는데 편의점 크기의 작은 공간으로 일본 만화와 캐릭터 등의 소품을 파는 곳이었다. 아이들이 이런 곳을 왜 좋아하는지 모른다. 뭘(?) 사 달라고 해서 두 개의 소품도 구매했다.
다음은 구엄리 돌염전에서 노을을 봐야 했다. 눈이 내렸고 너무 추웠으며 저녁 식사 시간도 가까워져서 지나쳐야 했다.

숙소는 깨끗했고 턴테이블도 예뻤다.
이번 여행도 좋다. 무엇을 해서도 아니고, 엄청난 광경을 봐서도 아니다. 2박 3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그냥 좋다. 그 이상 뭐가 있을까 싶다. 어떤 공간에서나 의미를 부여하는 버릇이 있는데 최근 생각을 멈추려고 노력 중이다. 아이들이 계획한 공간에 운전해 주고 따라다니면서 웃어 주는 일만으로 좋은 시간이다.

SNS에 자기 사진 올리는 걸 가족 모두가 좋아하지 않으니, 내 얼굴이나 올려놔야겠다. 한파면 어떻고, 폭설이면 어떠냐. 그냥 그렇게 사랑하는 이들이 즐거워하면 그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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