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란 누구인가?
최근 ‘어른’을 주제로 한 베스트셀러 책이 유독 많아 보인다. 한겨레txt에서는 이러한 책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어른의 덕목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여유와 품위다. 성취를 향해 조급히 달려가기보다 주변을 살피고, 베풀 줄 아는 태도다.
둘째는 겸손이다. 어른은 많은 것을 경험했고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가르치려 들기보다 먼저 듣는 태도를 가진다.
셋째는 단단함이다. 실패와 실수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는 태도야말로 어른의 증표다.
이런 어른에 대한 책들을 주섬주섬 읽다 보니, 문득 내가 말해 온 ‘청년’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끄적여 보니 몇 가지가 정리됐다.
내가 생각하는 청년이란 이렇다.
첫째, 조급하고 초조해 불안이 크지만, 그 불안을 동력 삼아 꿈꾸는 어떤 것을 붙잡고 끝내 쫓아가는 사람이다.
둘째, 공부하고 취득한 자격을 통해 자만할 수도 있으나, 사회에 부딪치며 조금씩 겸손해지고 그 과정 속에서 품위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셋째, 아직 단단하지 못해 실패와 실수 앞에서 때로는 무너지고 아파하지만, 그럼에도 아침에 눈을 뜨면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자기만의 비전과 이상을 붙잡고 다시 나아가는 사람이다.
이 생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청년은 이상이고 역동이다.” 15년여 전부터 내 명함 뒷장에 적어 두고 다니는 문장이다.
나는 청년이란 불안을 안고 살면서도 자기만의 이상을 붙잡고 현실을 넘어서려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10대 꼰대도 많이 봤고, 나 역시 가끔은 꼰대 같은 나를 타자화해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어른이기보다는 청년이라고 우기는 이유는, 아직 완벽하지도 단단하지도 않고 특히 여유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길위의청년학교 9기 입학식이 있었다. 이강휴 이사장님의 인사 말씀이 있었고, 이어 최우미 선생님의 지난 8기 소회가 전해졌다. 나는 길위의청년학교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짧은 강연을 하며, 청소년활동 현장에서 마주하는 청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청년과 어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최우미 선생님은 길위의청년학교에 1년간 참여하며 얻은 역량으로 “사랑, 도전, 배움, 글쓰기 능력”을 꼽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동료, 스승, 좋은 삶의 선배”를 만난 것이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삶의 고민과, 현재 아동·청소년을 위한 1인 벤처를 운영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동안, 길청은 자기 삶에서 큰 의미였다고 고백하며 울컥해하셨다.

입학식을 마친 뒤 남은 청년들과 함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이 되었던 ‘초원사진관’에서 가족사진처럼 사진도 찍었다. 정승주 이사님이 오셔서 식사도 대접해 주셨다. 예약하기도 쉽지 않은 파라디소에 마침 멋진 공간이 비어 있어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날 밤,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번 기수에 참여한 청년들의 삶 역시 참으로 다양했다.
서른의 나이에 고려대를 졸업반으로 청소년정책에 대한 고민을 품은 채 대학원을 준비하는 청년, 20대에 청소년 현장의 꿈을 꾸다 사랑을 만나 아이를 낳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31살의 청년, 청소년센터·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청소년활동진흥센터·청소년재단 등 각자의 현장에서 일해 온 청년들,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회계와 다른 전문 분야까지 배우며 새로운 청소년활동을 꿈꾸는 청년, 그리고 이화여대에 입학해 국제교류 활동을 하고 달그락 인턴까지 마친 미얀마 청년까지. 이번 9기 청년들 역시 저마다의 ‘이상’을 붙잡고 ‘길위의청년학교’라는 배에 승선했다.
대화 중 이사장님은 보이는 것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사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지만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의 활동이 더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동체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달그락의 청소년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시민들의 삶과 나눔, 기여의 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길위의청년학교 또한 9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함께해 온 시민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의 힘’이었다.
어떤 분들은 길청의 수준이라면 학비를 더 받아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도 있지만, 이미 전문성을 갖추고 비교적 넉넉한 청년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나누는 이 배움과 연대, 사람들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청년들에게 전달될 때, 오늘 최우미 선생님의 고백처럼 그 의미는 계속해서 커지고 확장될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또 다른 달그락과 길위의청년학교 같은 공간들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꿈꾸고 실현해 온 ‘보이지 않는 공간의 힘’이다.
사회적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아래에서 조용히 사람에 대한 애정과 유대, 사회적 신뢰를 쌓아 가는 사람들이 있다. 길청과 달그락 같은 공간에는 그런 이들이 많다고 믿는다.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사랑해야 할 존재로 대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어른’이면서도 동시에 ‘청년’의 삶을 살아내는 이들과 함께, 그렇게 또 한 학기가 시작되었다.
청년은 이상이고 역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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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 사진 몇 장 안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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