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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글쓰기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21. 6. 3.

오래전이다. 전국 규모의 민간단체에 영남지역연합회 워크숍에 강사로 가게 됐다. 권역에 전체 실무 활동가들이 모이는 워크숍이었고 외부 강사로 나와 대안학교 만들어 유명해진 사무총장님과 국제교류 잘하는 모 국장님 등이 참여한 것으로 기억한다. 모두 좋아하는 훌륭한 선배들이었다.

 

세 분야로 나뉘어 강연이 진행되었고 파트 강의 마친 후 참여한 전체 실무자들이 한데 모여서 분야별 내용 발표하는 과정이 있었다. 모여서 실무진들 발표까지 마치고 박수 치면서 마무리 수순이었다.

 

사회자가 갑자기 총장님과 국장님 등이 강사비를 선후배 실무진들 야식비로 후원했다고 안내했다.

 

갑자니 내 얼굴이 빨개졌다. 청소년들과 돌아다니느라 햇볕에 그을렸음에도 얼굴이 빨개져 거의 터질 지경으로 무안했다. 나는 강사비를 후원할 수 없었다.

 

단체 상황이 좋지 않아서 월급도 너무 작았을 뿐더러 바쁜 현장에서 거의 하루를 빼서 경상도까지 가서 두 시간여 발표하고 돌아오는 과정에 출장비가 있을리 없다. 작은 강사비로 출장비에 오며 가며 차비까지 부족했다. 고개가 숙여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청소년활동’이라는 걸 시작하면서 20대 후반에도 30대에도 이 곳 저곳 많이도 불려 다녔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 워크숍도 20대 후반인가 30대 초에 있었던 일이다. 일을 잘하거나 뛰어나서라기보다는 너무 부족한 활동이지만 가지고 있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지역에서 발바닥 닳도록 돌아다니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였다고 생각한다.

 

오래전 그(?) 워크숍에 발표 마치고 늦은 시간 야간열차 타려고 기차역 서 있을 때의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야간 기차역의 풍경은 고즈넉했고 별빛은 맑았다.

 

 

오늘... 늦은 시간 두 샘과 연구소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귀가했다. 귀가해서 거실에 서재 보는데 당시 썼던 글들 묶어서 제본했던 책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 워크숍에서 발표한 글도 있을 것이다. 벌써 10년 전쯤이다.

 

7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인데 20대 후반, 30대 초중반까지 이런저런 워크숍, 세미나, 강의 때마다 글을 밤새 썼었다.

 

 

연구에 대한 고민도 없고 그저 현장에 이야기를 내 생각에 맞추어 무슨 용기로 그리 갈겨 쓰고 무식하게 발표했는지는 모르겠다. 10년 다된 제본된 이 책 보니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다.

 

오후 내내 길청에서 글쓰기와 강의 등 이야기 나누다가 글쓰기, 영상, 사진 등 다시금 생각을 정리하게 됐다. 요즘도 시간 될 때마다 세미나, 토론회 등에 참여하면서 발표하는데 핵심은 현장의 이야기이고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과 제안은 글이다. 

 

글이다.

 

나는 오타대마왕이고 문장력도 꽝이며 유창한 문체도 아닌 글을 쓰지만 현장이 살아 있음에 이 바닥에서 아주 조금이나마 존중(?) 받는 것을 안다.

 

현장에 많은 직종들이 있다. 대부분이 손으로 발로 살아서 움직이는 일이지만 그 모든 것들의 방향과 움직임은 글로 써지고 안내된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서 책도 꽤 많이 읽었는데 요즘 깨닫는 게 있다.

 

나 같은 모자란 활동가의 글쓰기가 좋아 지기 위해서는 오래전 홍당무가 되어도 찾아가서 만날 수밖에 없었던 내 현장의 가치를 그리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이 살아 있고 그 현장 가운데에서 움직일수록 우리의 글은 좋아진다. 훌륭한 문장력을 뜻하거나 문학적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다. 현장 활동가의 글은 그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의 전달이고 이를 통한 자기 성찰과 고민이 우선이 될 때 좋은 글이다.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다.

 


 

아래는 활동가 글쓰기의 제안과 방법. 이유에 대한 짧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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