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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갈 수 있는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21. 1. 18.

 

뒷산을 잠시 산책했다. 어둑어둑 해지는 산 오르막에 아주 오래된 권투도장이 있다. 옛날에는 유명한 곳이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변하지 않고 서 있는 체육관이 괜히 멋있어 보였다.

어제 선생님들과 지난해 활동 평가회 했다. 2시 넘어 시작했는데 11시 가까이 돼서야 마쳤다. 서로들 할 말이 많았나 보다. 소현이가 청소년들 활동 도우러 왔다가 우연찮게 평가회에 마지막까지 참여하면서 무협 액션 영화 본 느낌이라고 평했다.

무협 액션 영화? 오랜만에 내 모습도 많이 역동적이었다고. 화이트보드도 꺼냈고 샘들과 뒷담아(?)도 좀 했다. 평가회는 언제나 사람의 평이 있기 마련이다. 인신공격이 아닌 그 일 자체의 잘 한일과 보완해야 할 점들 고민 나누고자 노력한다. 비전을 중심으로 얼마만큼 가고 있는지에 대한 우리 안의 성찰과 고민이 많이 묻어 있었다.

조직과 활동으로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 나눈다. 사람이 가장 우선이다. 평가의 기준은 사람이고 과정에 참여수준이며 그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해석이 중요하다. 평가의 틀을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자칫 관료적 틀로 굳어질 것 같아서 지양했다. 어떻게든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 보려고 노력한다.

조직에 핵심은 모임의 이유이고, 그 안에 리더십과 각자의 역할에 있다. 이 세 가지가 명확하게 참여자들에게 인지되면 활동과 사업은 자연스럽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모임의 뜻을 완전히 인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활동 즉 운동은 뜻을 서로 나누고 이해하면서 움직이는 그 과정이 곧 결과이고 목적이겠다.

사람의 관계는 시작부터 얼마나 진정성 가지고 귀하게 함께 하고자 하려는지 그 노력이며, 사람을 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여긴다. 사람이 아닌 이벤트나 사업에 매몰되지 말 일이다.

홍보도 마찬가지다. 홍보, 광고, 마케팅 등 수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기술적 방법을 안내하는 이들 넘치는데, 이 바닥에서 홍보는 결국 사람을 어떻게 하면 관심 갖게 하고 모이냐는 거다. 내 보기에 사람을 모으는 일은 관계하는 과정이고 그 관계의 시작이 활동의 시작이고 마지막으로 보인다.

학교나 기관에 공문 보내고 전단지 한두 장 펫북이나 홈페이지 올리는 일이 홍보가 아니다. 사람을 유인하겠다고 봉사 점수 주고 아까운 세금으로 간식이나 무슨 상품을 뿌리는 일도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모이는 이유가 명확해야 하고 그곳을 찾고 관계하는 사람들이 그 이유에 따라 함께 해야 옳다. 그 관계의 시작은 홍보나 이벤트의 대상이 아닌 사람 그 존재 자체로 귀하게 여기는 과정이다.

코로나 19 이후에도 사람을 모으게 하고 관계하면서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이기에 더욱 쉽지 않다.

지난해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깨달은 게 많다. 관계란 오프라인에서 눈을 마주쳐야만 관계가 아니다. 온라인 안에서 더욱더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을 마주했다. 잘하면 이전보다도 더 많은 모임도 가능하다고 보인다. 다만 기존의 청소년, 위원, 후원자 분들과의 관계는 월활 하나 새롭게 만나야 하는 분들과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는 여러 대안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잘 될 거다.

30여분 걷다가 내려오면서 생각이 많다.

군산체육관은 현재도 운영 중인 모양이다. 내 알기로 이곳은 수많은 복서들이 운동을 한 아마추어 복싱계의 레전드급 체육관이다. 김광선 88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이 도장 출신이다. 군산체육관.

60년대 내외 초대 관장님이 운영하실 때 체육관 한 켠에 작은 방이 있었고 100여 명 내외의 많은 선수들이 운동을 했었다고 전해진다. 운동하기 위해 신문배달 등 요즘 말로 아르바이트 열심을 다했고 정말 많은 땀을 흘리면서 했던 곳으로 체육관비 없으면 무료로 해 주기도 하는 등 청소년, 청년들 복싱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곳이라고.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급격한 변화로 고민도 많지만 그럼에도 희망이 더 크다.

군산체육관이 내 보기에 정말 멋있는 이유는 세상에서는 복싱이 이전과 같이 유망 운동도 아니고 많이 다운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저 안에서는 권투라는 운동의 멋진 가치를 가지고 삶을 영위하면서 그 자리를 지키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비전이란 그런 거다. 뜻과 이상을 붙잡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데 대중적으로 호응을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냥 조용히 묵묵히 꾸준히 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새로운 한 해다. 청소년, 청년들과 함께 그들을 존중하고 함께 하는 이들과 함께 꾸준히 붙잡고 갈 수 있는 나름의 원칙과 뜻이 있어서 감사한 한 해다. 희망이 큰 이유다. 묵묵히 또 잘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