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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참여

기억해야 하는 학생독립운동기념일, 그리고 현재

by 달그락달그락 2018. 11. 3.

11월 3일이다. 오늘을 달력 귀퉁이에 써 있는 ‘학생의 날’정도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오늘은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다. 학생들 중심의 역사적인 항일 운동의 날. 


청소년들은 오늘을 막연히 일제 때에 일본 청소년들이 조선 여학생 희롱하다가 싸움 난 정도로 이해하는 것 같다. 


관련 자료 뒤져 보니 당시 10대 학생들은 정말 대단했다. 기억해야 할 두 개 학교가 있다. 광주고등보통학교(광주일고의 전신)와 광주중학교(일본인들 학교, 현재의 광주중과는 관계 없음)의 충돌로 빚어진 학생들 중심의 항일운동이다.  


사건은 이렇다. 1929년 10월30일 광주에서 나주로 가는 호남선 통학열차. 광주중학 3학년 후쿠다라는 놈이 광주여고 박기옥 등 여학생들의 머리를 잡아 당기면서 희롱한다. 사촌인 박준채(사진)가 이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항의했다. 그러자 ‘후쿠다’라는 이 놈은 조센징 주제에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오히려 달려든다. 


후쿠다 이 학생, 미스터 션샤인 등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아왔던 전형적인 나쁜 일본인 꼬라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박준채는 후쿠다에게 주먹을 날린다. 와우~~ 싸움이 벌어진다. 박준채가 다니는 광주고등보통학교와 후쿠다의 광주중 패싸움으로 확대된다. 일본 경찰이 개입하는데 이 부분도 영화의 한 장면. 무조건 조선인 학생들 개패듯 두들겨 패고 일본 학생들 편을 들었다나. 이런 된장...ㅠㅜ  



[사진출처. 국가보훈처 블로그]


하교하는 열차에서 우리의 박준채는 후쿠다에게 다가가서 다시 사과를 요구한다. 사진 보면 정말 선량해 보이시는데.. 어쨋건 이분 유진초이 보다 더 멋져 보임. 그런데 이 후쿠다 하는 짓이 정말 ㅉㅂㄹ(?) 짓거리. 다짜고짜 박준채 따귀를 때린다. 이때에 짜증나는 것은 후쿠다 같은 자들이 그런 것은 알겠다만 그 열차에 타고 있던 광주일보 기자 등 상당수의 사람들이 일본인 편을 들었다는 것. 기자도 아마 일본놈이었던 것으로.  


그리고 11월 3일. 당시 메이지 천황의 생일이라는 명치절이 하필 일요일이었다. 지금도 일본인들은 이 날을 문화의 날로 공휴일이라고 즐기며 쉰단다.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고 문화를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휴일이라나. ㅈㄹ을 하세요들~~ 당시 일제는 일요일인데도 천황 생일인 명치절(지금의 문화의날) 이라면서 학교를 강제로 등교하라고 했고 학생들에게 신사 참배를 강요한다. 


열 받은 광주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은 명치절 기념식에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고 신사참배를 거부하기에 이른다. 지금 생각해도 광주고보 학생들 정말 대단했다. 5.18에 시민들이 거짓 보도하는 MBC 불태웠던 것하고 똑 같은 일이 나타나는데 광주일보를 학생들이 공격한다는 것. 이유는 지난번 있었던 후쿠다가 박준채 따귀 때린 일등을 일방적으로 일본인 편 들어 보도했던 것. 


그런데 이 때 신사 참배를 마치고 돌아가던 광주중학 학생들이 광주고등보통학교 학생을 칼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한다. 참... 가지가지 한다. 이 때 광주고보 학생들과 광주중 학생들이 집단 패싸움이 일어나는데 광주고보 학생들이 일본학생들 일방적으로 두들겨 팬 듯. 도망가던 광주 중 이 놈들은 또 ㅉㅂㄹ (?) 짓 한다고. 광주중 교사들이 합세하면서 인솔하여 죽창과 몽둥이 들고 나와서 한국인 학생들 무차별적으로 폭행.  


이 후 광주고보 학생들 뿐만 아니라 광주농고 학생들과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 수피아여고 학생들이 합류하고 지역의 시민들까지 연대하기에 이른다.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의 모인 군중들은 '조선독립만세', '식민지 노예교육 철폐', '일제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애국가를 부른다. 독립운동이 광주 한 복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이를 계기로 학생들의 항일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된다. 이 결과 1930년 3월까지 전국 5만여명의 학생이 참여해서 1,462명이 퇴학, 3000여명이 퇴학 혹은 무기정학 처분을 받기에 이른다.  


즉, 오늘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인 3.1 운동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벌어진 항일운동의 날이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한다. 특히 학생들도 조금은 생각하는 그런 중요한 날이기를. 


그런데 말이다. 



[사진출처: 한겨례]



요즘 우리 사회의 학생들은 시민으로서 완전히 독립해 있나? 어제 촛불청소년인권법 제정연대 소속 청소년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학생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창살 뒤에 갇힌 청소년들을 상징하는 퍼포먼스 하면서 청소년의 인권과 참정권 보장 등을 촉구 했다(사진).  


현재 우리 사회의 학생들은 또 다른 독립운동에 동참할 일이다. 참정권, 참여권, 자유권, 발달권... 경쟁에 저항하고 사람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그 자유. 현재에 또 다른 학생이라는 이 억압적인 위치에서의 독립을 할 수 있는 그 날. 바로 우리 학생들이 본질적인 그 '자유'를 얻는 날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