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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참여

격려사는 안 해도 되니 참여 좀 합시다

by 달그락달그락 2016. 6. 26.

오래 전 활동했던 기관에서 실무자들 전국 워크숍, 세미나 이런 행사 할 때였다. 세미나와 워크숍 등 행사 진행 과정에 선배 그룹 중 몇 명은 매우 불성실하게 임하거나 행사에는 참여도 하지 않다가 밤에 술자리에 나타나서 새벽까지 자기 경험과 이야기만 집중했던 분들이 있었다. 


술자리에서 배운 것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세미나의 주제에 따른 그 순간의 순서가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 자리에 초청한 강사나 참여자들과의 실질적 대화에 집중하는 게 옳을 일이었다.  


작년에 국회에서 열린 청소년관련 토론회에 발표했었다. 국회의원 몇 명이서 주관한 행사였는데 주최 측 국회의원도 모두 참여하지 않았을 뿐더러 참여한 의원들도 자기들 인사말만 하고 본 토론회에 발표는 듣지도 않고 모두 퇴장했었다. 물론 퇴장 전에 모두 모여 사진은 촬영했다. 


지난 일이주간 참여한 행사가 여럿 있었다. 도에서 주관한 행사부터, 모 학술제와 종교기관 대표자들 세미나, 모전문직 보수교육, 교감연수 등 다양한 곳에 초대받아 발표도 하고 함께했다. 몇몇 식전행사에 의전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지역에 직함이 높으신 분들이 인사말씀을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관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이런 일들이 많은데 자치단체나 도 단위 행사 등에 가면 반드시 도지사, 시장, 국회의원 등 여러 분들이 행사 시작 전 한마디씩 한 후에 사진 촬영하며 본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고 자리를 옮긴다. 


정치인의 생리와 시간적 한계 때문에 어찌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매번 인사말씀만 하고 떠나는 일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지난 주 모 행사에서 자세히 살피니 청소년기관장, 복지시설장, 실무진 등도 오프닝에 인사말씀 듣고 정치인 등과 사진만 촬영하고 떠나는 이들도 꽤 많아 보인다. 본 행사에 참여할 의지나 생각은 있었는지 묻고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행사 기획하고 진행하는 담당자들이 의전에만 집중하는데 어르신(?) 격려사에 최대한 동원해서 사람 수 채우고, 의전 마치고 정치인 등이 빠져 나가면 본 행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행태들을 볼 때면 가끔은 화가 나기도 한다. 




인사말을 못하면 누가 참여 했다고 소개를 해 주어야 하고, 소개 받고 인사하고 떠나는 이들이 대부분인 이상한 행사는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너무나 당연하게 이러한 행태들이 반복되는데 바로 잡아야 하지 않나? 누가 왔다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지 않나? 


“내가 이 자리에 와서 격려 했으니 너희들은 감사해라?” 


그리고 행사는 알아서 해라. 뭐 이런 뜻인가? 인사말이나 격려사에 빠진 사람들을 소개해야 한다면서 사회자는 누가 왔는지 호명하고 일어나서 인사하고 박수치고 나면 본 행사에서 사라지는 많은 사람들이 여럿이다. 


작년에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위한 포럼에 초대되어 청소년참여와 진로 관련 내용을 주제로 발표했었다. 모 지역의 도지사께서 참여하셨는데 인사말은 물론이고 가장 앞자리 중앙에 앉아서 청소년들을 포함한 발표자들 이야기를 집중하며 모두 듣고 메모까지 한 이후, 2부 순서에서 도지사와 함께 서로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주최 측 사회자가 조금 오버하는 경향은 있었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고민과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에 도지사가 마지막까지 진정을 담아 함께 하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감동하며 생소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렇게 참여한 도지사의 행동이 너무도 당연한 것은 아닌가? 


우리는 언제부터 우리가 선출한 정치인 등 직급 높은 이들은 격려사만 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