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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참여

우리도 책임져야 한다

by 달그락달그락 2014. 5. 5.

우리도 책임져야 한다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책임을 전가하는 불안전한 나라 

우리나라는 최근 5년간 19살 미만의 우리 아이들 1만7940명을 잃었다. 예방만 하면 살 수 있었던 아이들이 5,998명이다. 사고사였다. 교통사고가 2,152명, 자살 1,831명으로 아이들을 잃었다는 근래 모 언론사 기사 글. 교통사고가 자살과 비슷한 나라다. 

그 동안 우리는 아이들의 죽음에 너무나 무감각해 있었다. 이러한 때에 세월호 참사는 아이들의 죽음이 얼마나 무섭고 슬픈 일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참사 이후 우리는 ‘나’ 이외에 분노의 대상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있다. 악마라고까지 표현하는 선장과 선원들부터 무능한 정부와 이해할 수 없는 해경의 대처와 언론의 물 타기 등 오만가지 분노할 꺼리 들을 생산해 낸다. 청소년관련 일을 하는 기관단체들은 이러한 분노의 대상들과 전혀 관계가 없을까? 청소년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번 일 뿐만 아니라 수년전 일어났던 씨랜드 사고와 작년에 해병대 캠프에서의 아이들 죽음까지도 책임져야 할 관계가 있지 않을까? 

대부분의 청소년단체에는 목적이 있으며 상당수 ‘운동(movement)’을 주장한다. 운동성의 핵심은 주체의 참여이다. 그 안에 주체인 청소년 중심의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당연하다. 주체가 없고 운동의 목적도 없으며 그저 돈 되거나 홍보 되는 사업만 진행한다면 도대체 우리에게 청소년의 존재란 무엇이란 말인가? 내 밥벌이의 대상이 아니라면 그들이 주체로 참여하며 청소년들이 꿈꾸는 세상이 우리 안의 꿈으로 표명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이번 참사뿐만 아니라 그 동안 청소년과 관련된 문제 가운데 입으로는 전문가라고 칭하는 이들 중 분노의 대상은 없는지 살필 일이다. 

청소년기관단체의 책임들 

세월호 참사의 대안으로 수학여행이나 야외활동이 금지되었다. 관련 청소년시설들의 매상은 급격히 줄면서 우려와 자성의 목소리가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작년에 군사훈련과 다름없는 태안에서의 해병대캠프 사고 이후 잠시 슬퍼하고 분노했으며 비판했다. 당시에도 문 닫는 시설들이 꽤 있었다. 거기까지였다. 다시금 관성화 된 자기 일에 묻혀 갔다. 변한 것은 없다. 해병대 캠프류의 군사교육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피해자 부모들은 지금도 당사자 처벌과 조사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관련 정책 운운하며 몇 가지 법적 제도 논의했지만 이상한 모양새로 변질된 정책 한 가지가 있을 뿐이다. 이상한 정책마저도 정부 주도적 활동이었다. 민간의 단체나 시설들이 주도적으로 무엇을 변화 시킨 일은 없었다. 부가하여 예전에 개의치 않았던 자연권 청소년시설평가를 이번 해 부터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정도다. 

자연권 시설뿐만 아니라 생활권의 일반 기관단체의 프로그램에서 청소년들의 참여가 아닌 동원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난다. 청소년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그들의 상황을 파악하지도 않는다. 좋은 일이라며 부모나 교사에게 홍보하여 아이들 데려다가 앉혀 놓고 좋다는 프로그램 진행한다. 강압하지 않는다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그 시간동안 그들이 어떠한 형태로 참여하는지 볼 일이다. 학교 내외에서 프로그램 진행할 때 저항하거나 힘겹게 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면 좋은 일 하는데 불평한다며 문제시하기도 한다. 단체에서 진행해야 하는 사업이니 주최단체에게나 좋은 일일 뿐, 실질적 선택권이 없어서 이미 대상화 되어 버린 청소년들이 그곳에서 ‘왜’ 집중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자신이 앉아 있는 이유도 모른 채 기성세대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아이가 좋다고 우기는 환경이 큰 문제로 읽힌다. 물에 허우적거리며 생명이 위급한데도 교관이라는 자는 아이를 강압하여 익사 시킨다. 시키는 일만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기성세대의 폭력적 행위가 만연해 있다. 시키는 일의 근본은 권력과 힘의 논리에 있다. 이러한 힘의 논리를 받아들인 아이들은 자신이 힘을 가졌을 때 또 다른 이에게 복종을 강요하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명령을 받았을 때 옳은 일은 해야 하지만, 옳지 않은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옳은 일과 그른 일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생각해야 한다. 생각은 기준이 필요하고 그 기준을 설정하는 데에는 자기 가치와 철학이 있어야 한다. 맹목적 복종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교사나 기성세대 등 자신보다 힘 있는 이들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이 가치기준이 된다. 

책임 있는 청소년활동가들 

참사가 일어나고 문제가 터질 때마다 슬퍼한다. 분노하며 시위도 한다. 그러한 행위는 청소년기관단체뿐만 아니라 누구나 참여하고 있다. 분노와 참회의 행위도 중요 하지만 청소년단체의 전문가라는 이들은 거기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 일의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매우 전략적이고 구체적인 문제해결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 학자 등 이론가도 아니고 행정가도 아니며 정책가도 아니지만 단체에서 존재하는 청소년활동가들은 그러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변화 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일들을 찾아내서 움직여야만 한다. 운동(movement) 단체의 활동가라면 말이다. 

청소년활동가들 조차도 분노에서 끝내 버리고 다시 관성에 쌓여 버린 프로그램에 매몰될 때 현장의 문제는 반복될 것이다. 도대체 우리는 청소년관련 한 수많은 활동을 하면서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 왔는가? 우리에게 물어야 한다. 전통 있는 오래된 청소년단체라며 지역마다 수많은 시설 수탁 운영하며 실무조직을 키워서 남는 게 무엇인가? 단체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일인가? 본래 청소년단체로서의 근본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가? 이미 오래전 인천호프집 참사, 씨랜드 참사, 해병대캠프 참사 등 많은 아픔들을 겪었다. 그 동안 우리 현장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그 변화의 주체로서 단체의 사명을 이루고자 노력해 왔는지 들여다 볼 일이다. 

관변단체가 아닌 청소년운동(Youth movement)을 하는 단체라면 움직여야 한다. 주체인 청소년들 중심의 매우 구체적이고 지속적이며 전략적인 활동이 있어야 한다. 누구를 개도하고 처벌하고 비난만 하는 작태는 그만하자. 책임져야 한다. 나와 같이 청소년관련 하는 일들을 행하는 이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참사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아픔을 공감해야 하며, 자기 영역에서 문제를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청소년단체에서 시설 수탁하며 프로그램 돌리는 기술을 반복하다 보니 언제부터 자신들이 청소년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청소년활동 전문가이니 큰 건물 한 귀퉁이의 방에서 부장, 국장, 관장이라는 이름으로 엉덩이를 의자 깊이 집어넣고 아이들 잘 모이는 홍보자료 결제하고 프로그램 돌리게 하면서 좋은 일 한다는 보도 자료 뿌리며 숫자 놀음하는 게 전문가라고 우기는 이들. 오판도 큰 오판이다. 

정부의 비판, 정책의 비판 당연하나 여기에서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본분이 단순히 돈 되는 몇 가지 프로그램에 우선순위를 두고 아이들을 이용해 먹는 일이 아니라면 구체적이고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누군가에게 분노하고 비판하는 만큼의 10분의 1이라도 우리에게 돌려보자. 나의 무능과 나의 문제의식 없음과 나의 관성은 무엇인가? 

그래. 책임져야 할 또 한명. 이따위 글이나 쓰고 있는 나 또한 크구나!!!



# 한국YMCA전국연맹 에서 의뢰 받은 원고입니다.




140505 우리도 책임져야 한다(연맹)-정건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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