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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참여

사회 참여하는 사람들 때문에

by 달그락달그락 2015. 12. 7.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지난 주 서울에서 ‘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있었다. 언론을 살피니 아이를 목말 태운 아빠와 아이 손을 잡은 엄마와 가면을 쓴 청소년들. 가면무도회를 연상할 정도로 크고 작은 가면 집회가 많았다. 


지난 1차 집회에 경찰과 집회 참여자들의 충돌로 인해 폭력시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은 집회 자체를 불허했었다. 이 집회는 법원에서 경찰의 금지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후 진행됐다. 집회는 신고로 이루어지는데 경찰이 미리 폭력이 있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불허했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말이 되는 소린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집회를 하면 국가가 하는 일에 왜 토를 다는지 모르겠다며 시끄럽다는 이들이 있다. 집회 현장에 나가는 사람들을 무조건 좌파라며 공격하는 이들도 있다. 여기에 10대가 촛불이나 가면 쓰고 나간다면 상당수 기성세대들은 학생이라는 신분을 내세우며 공부나 하지 무슨 짓이냐며 비판하는 이들도 많다. 


진행하는 연구 때문에 어제 모지역에 사회참여활동 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짧은 인터뷰를 했다. 사회참여를 통해 정책도 제안하고 사회에 문제점들을 바꾸어 보려는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참여활동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교사들의 이해 부족이라고 했다. 학교 교사에게 자신의 활동을 설명하고 이해 받으려는고 몇 차례 설명했는데 이 학생에게 선생님이 한마디 하셨단다. 


"이런 활동 뭐 하러 하니? 넌 지금 문제 하나 더 맞춰서 좋은 대학 가는 게 목적이어야 한다. 쓸데없는 일 하지 마라." 


이 교사에게 참여활동 하는 청소년들의 행위는 쓸데없는 일로 치부되고 만다. 기성세대라고 칭하는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대하는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쓸데없는 짓을 왜 하냐는 거다. 쓸데없는 짓의 원흉은 좌파들이다. 그들이 우리 순수한 청소년들을 선동해서 촛불을 들게 했다며 진보단체나 기관들을 비난하며 배후조종설을 내세우는 이들까지 있다. 


이와는 다르게 청소년들을 존중한다며 청소년 참여 활동하는 학생들이 제안하는 자리에 지역 지자체장 등 정치하는 분들이 청소년들이 정책 제안하는 자리에 참석 하면서 귀엽다는 듯 한 태도를 취하는 이들이 있다. 귀엽다고? 청소년을 동등한 시민으로서 인정하지 않는 나쁜 태도다. 그저 어린 아이가 재롱떠는 듯 한 관점이다. 


"집회 왜 나가니? 밥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성적이 오르니? 네 할 일이나 잘해라." 

“학생 제안 잘 하네. 귀엽고 똑똑해. 그럼, 그래야지.” 

“너흰 너무나 순수해. 너희들이 촛불을 든 이유는 너희들 뒤에서 조종하는 좌빨들 때문이야.” 


청소년들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가 암울해 지는 것을 확신한다. 참여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 참여 없는 경제 민주주의도 없다. 독재를 찬양하며 누군가의 관리 통제 대상적 삶을 원하지 않는 이상 ‘참여’ 없는 좋은 나라는 있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북한처럼 1당, 유일, 세습 지배로 독재가 아니고 민주주의 국가로 그 힘이 국민들에게 나오는 나라라면, 시민들의 참여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와 책임인 사회참여를 끊임없이 억압하며 자신의 기득권만을 지켜야 한다고 우기는 이들을 볼 때면 가끔 짜증을 넘어 분노할 때가 있다. 


왜냐고? 당신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종북 운운하며 비참여의 논리를 펼 수 있고 어디에서나 비판적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해 목숨 걸며 사회 참여해 왔던 분들을 알기에 그렇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민주주의와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행동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 만큼은 가장 큰 희망 중에 희망이다.



#12월8일 새전북신문 칼럼입니다.